전국 검찰청 곳곳에서 요즘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느냐”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고 한다. 대검과 서울고검, 울산지검, 법무부 등은 ‘조국 일가 사건’ ‘월성 원전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해 감찰 및 조사를 진행 중이다. 권력 사건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전국 각지에 좌천된 것도 억울한데, 이제 감찰 조사까지 한다고 하니 분통이 터질 만도 하다. 업무 수행에 충실했던 자신들을 왜 이렇게 대접하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된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취임 후 ‘1재판부 1검사’를 추진했다. 수사 검사 대신 공판부 검사 1명만 재판에 들어가라는 취지다. 사건을 잘 아는 수사 검사들이 재판에 들어가지 못하면 ‘짱짱한’ 변호인단을 꾸린 피고인들만 신날 일이다. 특히 대검은 ‘조국 사건’ 등 특정 사건 수사 검사들이 재판에 들어가려면 사유서를 제출해 허락을 구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권력 사건 재판은 포기하란 소리”라는 반발이 거셌다. 해당 지침은 철회되긴 했지만, 이런 전력 때문인지 검사들 사이에선 “최근 감찰 조사가 김 총장 묵인 없이 가능한 일이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김 총장은 부장검사였던 2007년 노무현 정부 실세를 겨냥한 ‘변양균·신정아 사건’ 수사팀에 합류해 이름을 알렸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검찰 내부망에 ‘수라(修羅·싸움 귀신)의 길이 검사들의 숙명’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박연차 게이트’ 수사팀의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업무 수행에 충실했던 동료들을 제대로 대접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만 대접받길 원하는 듯하다. 지난 9일 오후 대검 기자단과 김 총장이 대검찰청 8층 총장실 앞에서 50분간 대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기자단이 ‘위법 압수수색’ ‘하청 감찰’ ‘언론 자유 침해’ 논란에 해명을 요구하러 찾아간 길이었다. 대검 감찰부는 지난달 말 전·현직 대검 대변인이 쓴 공용 휴대전화를 당사자 참관 없이 포렌식해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에 넘겨 논란을 빚었다. 그런데 김 총장은 기자단에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기자들이 장관급인 자신의 권위에 걸맞지 않은 대접을 한다고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김 총장은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출입 기자들이 다시 10일 면담을 요청했다. 김 총장은 아무런 대답 없이 이날 치과 진료를 이유로 돌연 반차를 냈다. 11일에는 연차를 내고 출근하지 않다가, 12일 출근해 기자 대여섯명을 상대로 이번 사태를 설명하겠다고 전해왔다. 검사 2000여 명을 대표하는 검찰총장이 기자들의 소홀한 대접을 피하려 연차를 냈을 리는 없을 것이다. ‘수라’의 길을 걷는데도 대접받지 못한 후배들을 어떻게 대접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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