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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도입만이 정부 붕괴를 막는다

Marine Kim 2021. 11. 12. 15:40

[朝鮮칼럼 The Column] 특검 도입만이 정부 붕괴를 막는다

대장동 특혜, 고발 사주 의혹
여·야 후보 모두 특검 통해 결백 증명하는 게 가장 좋은 선거 전략
정부가 부패를 방치하면 부패가 정부를 무너뜨린다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입력 2021.11.12 03:20
 
 
 
 
 

1927년 상하이를 점령한 장제스(蔣介石)는 ‘나라 만들기’의 기초부터 새로 다져야 했다. 결핵균이 창궐해 당시 상하이 거리엔 시체가 한 해 2만~3만구 나뒹굴었다. 무정부의 혼란 속에서 암흑계가 정부를 대신했다. 아편굴과 사창가에서 일어난 상하이 범죄 조직 청방(靑幇)은 신변 보호를 해준다며 주민들 돈을 갈취해 호화 생활을 했다.

시민단체 “화천대유 특검하라” - 6일 오후 시민단체 ‘행동하는자유시민’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특검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단체 관계자들은 ‘화천대유 특검하라’ ‘대장동 게이트 설계자는 누구?’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뉴시스

1910~1930년 20년간 상하이 인구는 세 배나 급증해 300만에 달했는데, 그중 대략 10만여 명이 암흑 세력이었다. 장제스는 청방을 소탕하기보단 합법 공간으로 유인해 정부의 초석을 놓았다. 아편 거래를 독점한 청방을 통해 세수를 올리고, 그들의 완력을 ‘공비(共匪) 토벌’에 이용하기 위함이었다. 덕분에 청방 두목 두웨성(杜月笙)은 국민당 정부에서 육·해·공군 총사령부 고문 등의 중책을 맡아 합법과 불법의 두 세계를 넘나들며 치부했다. 청방과 결탁한 일은 국민당 정부를 결국 파국으로 몰고 간 악의 씨앗이었다.

암흑가 두목과 정관계 거물 사이엔 공통점이 많다. 둘 다 경쟁을 통해 권력을 잡고, 거금을 주무르고, 권력 암투를 벌이고, 잠시 영화를 누리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물론 양자의 권력엔, 적어도 이론상 하늘과 땅 차이가 있다. 암흑가 두목은 범죄 현장에서 불법적으로 부정한 권력을 휘두르지만, 정관계 거물은 공적 공간에서 합법적으로 정당한 권력을 행사한다.

당위는 당위일 뿐, 현실 세계에선 양자의 역할이 뒤집히고 뒤얽히는 부정 비리의 천태만상이 펼쳐진다. 합법을 가장한 불법, 불법을 감추는 합법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암흑가든 정관계든 권력 주변엔 측근 세력이 빌붙어서 부패의 회로를 설계하고 비리의 옹벽을 구축하기 때문이다. 부패 없는 국가는 있을 수 없기에 정부는 권력 감시와 비리 척결에 막대한 재원과 인력을 투입해야만 한다. 2000년 전 중국의 고대국가도 어사대(御史臺)를 설치해 정부의 전 기관을 규찰하고, 부패 관원을 탄핵하고, 국가 기강을 숙정(肅正)했다.

무릇 정부란 배타적 영토 내에서 합법적으로 폭력을 독점하는 유일무이한 조직이다. 국가 공권력 저변에는 중무장한 군대와 경찰이 있다. 국가는 막강한 무력 집단이기에 국민은 납세하고, 징집되고, 법의 명령에 복종한다. 국가 공권력의 합법성이 무너지면 정부는 가장 큰 도둑, 가장 센 깡패로 전락한다. 국가는 조폭이 되고, 국민은 인질이 된다.

 

대장동 머니게임은 충격적 사건이다. 2014년부터 성남시가 민관 합작 개발 사업을 벌였는데, 지분을 불과 7% 차지한 민간 사업자들이 전체 배당금의 68.4%에 이르는 4040억원을 챙겼다. 보통 암흑가 검은돈의 액수는 정관계 비자금에 비하면 푼돈에 지나지 않는다. 범죄 조직과 달리 정부는 공권력으로 세금을 거둬 천문학적 예산을 주무르며 대규모 공익 사업을 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권력형 비리가 감지되면 정부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그 진상을 파헤쳐야만 한다. 일반 상황이면 그 역할은 검경이 맡겠지만, 여당 대선 후보가 의혹의 핵심인 사건에서 대한민국 검경은 수사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부패의 악취를 맡고 압도적 다수가 특검을 요구하지만, 집권 세력은 수용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현 정권은 정부의 자정 노력마저 포기하나?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 헌정사 그 어떤 국면보다 바로 지금 특검 도입에 대한 범국민적 요구가 높다. 여당 후보가 특검을 받으면, 고발 사주 의혹을 받는 야당 후보도 특검을 피할 수 없다. 양측 모두 투명한 법의 검증을 받을 때, 비로소 유권자의 참정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너저분한 마타도어를 뚫고 선거 민주주의가 실현된다. 여야 어느 쪽이든 특검을 통해 결백을 증명하는 길보다 더 좋은 선거 전략은 없다. 특검의 수사 결과 권력형 비리가 드러나면, 정권이야 무너지겠지만 국가 붕괴만은 막을 수 있다.

맹자는 군주가 인의(仁義)를 저버리면 신하가 그 군주를 시해(弑害)해도 정당하다고 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정의 없는 국가는 도적 떼”라 했다. 이 상황에서 특검을 거부한다면 집권 세력은 인의를 저버린 군주, 정의 없는 국가의 도적 떼가 되고 만다. 정부가 부패를 방치하면 부패가 정부를 무너뜨린다. 청방과 제휴한 국민당의 실패가 일깨우는 역사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