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여야 퍼스트 레이디...김혜경은 낙상, 김건희는 등판
여야 모두 부인 향한 정치 공세 차단 ‘리스크 줄이기’
미래의 퍼스트 레이디인 여야 대선 후보 부인들의 대선 행보가 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씨는 지난 9일 낙상을 당하면서 당분간 공개 활동이 힘든 상황이 됐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는 대선 본선이 시작되면서 조만간 공개 무대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활발하게 활동해온 김혜경씨는 갑작스런 부상으로 강판하고 그간 은인자중해 온 김건희씨는 정치 일선에 등판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김혜경씨는 9일 새벽 1시30분경 갑작스럽게 쓰러져 얼굴 주위에 열상을 입고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어지러움증 때문에 넘어지면서 머리와 얼굴 부위를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나온 이후엔 성형외과에서 찢어진 부위를 꿰매는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넘어져 다친 것인지, 어느 부위를 다친 것인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여권 안팎에선 다친 곳이 안와 또는 이마라는 얘기, 머리를 컴퓨터단층(CT) 촬영했다는 얘기 등이 나돌고 있다.
그런데 김씨가 다친 이후 그 경위에 대한 루머가 나돌고, 일부 유튜브·블로그 등에선 전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나왔다. 그러자 이 후보 측은 이를 가짜뉴스로 고발하는 등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이 후보는 김씨가 다치자 이례적으로 당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김씨를 간호했는데 “내가 아내를 밤새 간호하는 모습이 담긴 CCTV를 공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몇바늘 꿰매는 정도의 부상”이라면서 “이 후보와 김씨의 금슬이 아주 좋다”고 했다. 여권에선 “예기치 못한 사고였는데 정치권 일각에서 이를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그동안 남편의 대선 선거운동을 물심양면으로 적극 도왔다. 이 후보가 참석하기 힘든 행사나 경조사에 김씨가 대신 참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과거엔 이 후보와 함께 TV 예능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부부애와 예능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씨가 이 후보의 대선 과정에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김씨의 갑작스런 부상은 이 후보에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본선 무대의 막이 올랐는데, 김씨가 당분간은 공개 활동을 하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반면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는 조만간 공개 무대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는 김씨가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지만 본선 무대에선 공개적으로 나서는 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 주변에서도 김씨가 앞으로는 대선후보 부인으로서 공개 활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최근 머리도 단발 스타일로 자른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공개 활동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김씨가 본선 무대에 등판하더라도 정치적 활동은 최소화하고 소외된 분야 사람들을 만나거나 봉사 활동을 하는 등 비정치적 영역에 국한할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의 출마 선언 이후 김씨를 두고 ‘쥴리’ 논쟁이 벌어지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학위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는 등 정치적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씨가 선거 유세 지원 등 정치적 활동에 나설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거나 여권의 집중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래서 김씨가 등판은 하되 정치적 발언이나 대중 노출은 최소화할 것이란 얘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과거 선거 과정에서 부인의 공개 활동을 최소화했었다”며 “윤 후보도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원순식 전략을 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두 대선후보 부인을 두고 정치적 논란이 이는 것은 한국적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우리 유권자들은 전통적인 유교적 가치관이 여전히 강하다. 중장년층에선 퍼스트 레이디를 단순히 대통령 부인이 아니라 국모(國母)라고 여기는 성향이 남아 있다. 퍼스트 레이디도 대통령 후보만큼 도덕적이고 기본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대선 후보 부인의 일거수 일투족, 과거 전력, 발언과 행동 하나 하나를 따지는 것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대통령 후보 부인이 후보의 득표력을 올리기는 힘들지만 부인의 잘못된 언행이나 전력이 표를 깎아먹는 요인은 얼마든지 될 수 있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선 ‘퍼스트 레이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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