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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軍, 남편 총살 뒤 번갈아가며 성폭행” 피해자 첫 증언 나왔다

Marine Kim 2022. 3. 30. 13:34

“러軍, 남편 총살 뒤 번갈아가며 성폭행” 피해자 첫 증언 나왔다

입력 2022.03.30 07:20
 
 
 
 
 
2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하리코프)에서 한 여성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주택 사이를 걸어 나오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민간인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외신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의 첫 증언이 공개됐다.

28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피해자 나탈리아(33·가명)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나탈리아는 “러시아 측이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고 러시아 병사들은 성폭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식으로 부인하는 것을 보고 인터뷰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4살 된 어린 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까 걱정된다며 목소리를 낮춰 이야기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나탈리아와 그의 남편 안드레이(35), 아들 올렉시(4)는 수도 키이우 동쪽 외곽 브로바리의 작은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이들 가족은 지난 8일 러시아군이 브로바리 마을까지 밀고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은 뒤, 문 앞에 하얀 천을 걸어 민간인이 거주하고 있음을 표시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 9일 나탈리아와 안드레이는 총성을 듣고 두 손을 든 채 집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러시아군 여러 명이 있었고, 땅에는 총에 맞아 죽은 개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러시아군은 처음 나탈리아 부부에게 “사람이 사는 줄 몰랐다”, “훈련을 하러 가는 줄 알았지, 전쟁에 투입되는 줄 몰랐다”는 변명을 늘어놨다. 한 병사는 “강아지를 죽여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기도 했다.

자신을 ‘미하일 로마노프’라고 밝힌 지휘관은 나탈리아에게 “전쟁만 아니었으면 당신과 연애했을 것”이라며 부적절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안드레이의 차에서 군복처럼 생긴 위장 재킷을 발견하고 공격적으로 행동했다. 지휘관은 나탈리아 가족의 차를 빼앗아 주변에 있던 나무와 충돌시켜 박살낸 뒤 집을 떠났다.

 

이 지휘관은 이날 해가 지고 난 뒤, 다른 병사 한 명과 나탈리아 부부의 집을 찾았다. 러시아군은 안드레이를 향해 “나치”라고 소리치며 총으로 쏴 살해했고, 나탈리아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며 “입을 다물지 않으면 아들을 데리고 와 집안 곳곳에 흩어진 엄마의 뇌를 보여줄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후 두 사람은 번갈아 가며 나탈리아를 성폭행 했다.

나탈리아는 당시 상황에 대해 “러시아군은 총 세 차례 돌아왔다. 그들은 만취해 있었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 두 명이 잠들자, 나탈리아는 보일러실에 숨어있던 올렉시를 데리고 나와 함께 도망쳤다.

집에서 빠져 나오면서 올렉시는 마당에 있던 아버지의 시신을 봤지만, 주변이 어두웠던 탓에 그것이 아버지인줄은 알아보지 못했다. 올렉시는 나탈리아에게 “우리도 이 사람처럼 총에 맞게 될까?”라고 묻기도 했다. 올렉시는 지금도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안드레이가 살해된 지 3주가 지났으나, 나탈리아는 러시아군이 마을을 점령한 탓에 남편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나탈리아는 “전쟁이 끝난다 해도, 그곳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추억을 떠올리는 건 힘들다. 하지만 남편이 우리를 위해 지어준 집을 팔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조직적으로 우크라이나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 이리나 베네디코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지난주 나탈리아를 성폭행한 러시아 군인들에 대한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