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서 일부 배우들에게 배역이 쏠리는 양극화 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연기 경력 40여년의 중견 배우 김학철은 “연예계는 승자독식”이라고 비판했고 배우 노현희도 “월수입 100만원이 안 되는 배우들이 과반수”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김학철은 20일 유튜브 채널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흔히 연예계를 정글로 비유하는 데 사실 더 심하다. 최상위 포식자인 사자나 호랑이가 남긴 고기를 정글에선 하이에나 등이 훔쳐 먹지만 연예계는 승자 독식이라 승자가 다 먹는다”고 했다.
그는 “이 생활을 40여년 하다보니 다음생엔 절대 하고 싶지 않다”며 “영화 감독이 데뷔작 망하면 곧 은퇴작이 되고 작가도 배우도 이 냉혹한 심판을 벗어날 수 없다. 배우는 매순간이 오디션이고 선택을 받아야 출연한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은 왜 요즘 출연이 뜸하냐고 항의하지만 배우는 속수무책이다. 출연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며 “전체 연기자 1만명 중에서 비중 있는 배역은 상위 0.5%만이 출연한다”고 말했다.
1978년 연기자로 데뷔한 김학철은 ‘야인시대’ ‘자이언트’ ‘대조영’ 등 여러 인기 드라마에서 굵직한 역을 맡아왔으나 2015년 ‘장사의 신-객주 2015′를 끝으로 드라마 활동이 전무하다. 현재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먹방으로 소식을 전하고 있다.
뮤지컬배우 겸 트로트 가수로도 활동 중인 노현희도 이날 유튜브 채널에 김학철의 글을 공유하고 “저도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노현희는 “조단역 배우들은 물론 연기력 검증되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들도 기회가 없어 일을 못하고 있는 배우가 많은 실정”이라며 “얼굴이 알려지신 분들은 다른 일 하는 것도 쉽지 않아 다른 아르바이트나 사업, 때로는 일용직이라도 하려 생업 전선에 뛰어든다 해도 선입견이나 구설수에 휘말려 사회생활도 수월하지 않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월수입 100만원이 안 되는 배우들이 과반수가 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속사에서 끼워넣기 식으로 통으로 묶어서 캐스팅을 밀어 붙이거나 로비를 잘해서, 줄을 잘 선다고 들 표현하는데 그렇게 방송 드라마나 예능, 영화, 행사 공연 등으로 기회를 얻는 사람들보다 캐릭터에 밀착되고 시청자들이 보고싶어 하는 배우들, 혹은 연극무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관객들에게 검증된 경력자들이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글을 본 네티즌들은 “연예계는 극한의 피라미드 구조 같다” “자본주의는 무한경쟁 사회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보다 광고로 몸값 올린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받는 게 안타깝다” “뜨지 못하면 하루 일당에 목매는 현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일부 톱 배우들은 드라마 한회당 수천에서 수억원의 출연료를 받아가는 한편 연간 1000만원 미만의 출연료를 받는 연기자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서울시와 한국방송연기노동조합이 연기자 49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연기자들의 평균 출연료는 1988만2000원으로 파악됐으며 이들 중엔 연 1000만원 미만의 출연료를 받는 연기자들도 다수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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