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다 퍼주다가… 서울 저택 살던 老부부, 지방서 경비원 생활
- 입력 : 2016.09.08 03:00 | 수정 : 2016.09.08 20:07
[중산층에 닥치는 '실버 파산'] [中] '실버 파산' 주범 ③자식 ④이혼
- 늦어진 결혼, 캥거루족 된 자식
자식 넷 결혼 시킬때마다 뭉칫돈… 결혼하니 "사업" "이사" 손벌려
- 이혼·사별도 노후 빈곤 불러
경제 활동 안해본 할머니들 많아 남편과 헤어지면 더 곤궁에 빠져
충북에 사는 한경희(가명·81) 할머니는 젊은 시절 '엘리트 여성'으로 통했다. 일어(日語) 실력이 좋아 결혼 전부터 통역 일을 했고, 스물다섯 되던 해 요리사인 세 살 연상 남편과 결혼한 뒤에도 물류 회사에서 일어 통역을 하며 맞벌이를 했다. "해외여행 흔치 않았던 1980년대 일본·대만 여행도 다니고 했지." 남편과 모은 돈으로 서울 마포구에 너른 마당 딸린 이층집(대지 100평·건평 70평)도 마련했다. "장식장에 해외여행 기념품이랑 양주들이 그득했다"는 할머니는 전형적인 중산층이었다. 그런데 현재 할머니 부부는 부부 기초연금(32만원)에다 남편(84)이 여태껏 경비원으로 일하며 버는 40만원으로 생활을 이어간다.
◇늦어진 결혼, 고학력화에 등골
◇늦어진 결혼, 고학력화에 등골
"큰 인생 역경 없이 살아왔다"는 한 할머니의 살림이 점점 옹색해진 이유는 자식 뒷바라지였다. 2남 2녀 키우며 결혼 자금을 보탰고 아들 둘 장가보낼 땐 신혼집도 마련해주며 뭉텅이 돈이 빠져나갔다. 이후에도 자녀들이 "사업한다" "이사한다" 할 때마다 돈을 지원해줬다. "결혼 자금 보탠 뒤에도 네 자녀에게 1억원 이상씩은 골고루 나눠 줬다"는 게 한 할머니 말이다.
그사이 할머니는 마포구 단독주택을 팔아 서울 외곽 전셋집으로 옮겼고, 지금은 충북 소도시의 10여 평짜리 작은 아파트(전셋집)로 다시 이사했다.
본지가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에 의뢰해 '인생 후반 자녀 리스크'에 대해 분석해 보니, 만 55세 나이로 올해 은퇴한 가장이 앞으로 자식 둘(첫째 아들, 둘째 딸)을 데리고 살다가 결혼시킨 뒤 한 명에겐 유학, 한 명에겐 창업 자금까지 보탤 경우 4억원 이상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분석은 1961년생 남성과 1963년생 여성이 1988년 각각 27세와 25세(당시 평균 초혼 연령)에 결혼해 아이 둘을 낳는 식의 가장 보편적인 중산층 가정을 상정했다.
최근에는 결혼 연령(남성 32.57세, 여성 29.96세)이 늦어져 가장이 은퇴(2016년 55세)해 5년이 지난 2021년에야 둘째 딸이 결혼하고, 그다음 해에 첫째 아들이 결혼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결혼할 때까지 '캥거루족' 자녀를 데리고 살면서 지출해야 하는 비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성인 자녀 한 명과 함께 부모가 동거할 경우에 추가로 드는 비용은 매달 90만원(보건사회연구원 통계), 두 명과 동거하면 127만원이 든다. 여기에 아들(9335만원·한국여성정책연구원 통계), 딸(5041만원) 결혼 비용을 모두 보탠다고 가정하면 두 자녀 출가시키는 데까지만 2억435만원의 돈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자녀 한 명을 해외 유학 보내면 1억6000만원가량 돈이 더 들고, 나머지 한 명에게 창업 자금까지 보태줄 경우 부모 부담은 4억2378만원까지 는다.
◇이혼·사별… 노후 신세도 반 토막
이혼·사별과 같은 가족의 해체는 '실버 파산'을 앞당기는 또 다른 주요 경로가 된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홍이(가명·69) 할머니는 매일 손수레를 끌고 마을을 돈다. 지난달 찾은 김 할머니 집 앞에는 부탄가스통, 소주병, 신문 뭉치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이것 다 가져가 봐야 많이 주면 2500~3000원 주지." 1980년대부터 남편과 함께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며 "넉넉하진 않아도 세끼 밥걱정은 안 하고 살았다"는 김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헤어지면서 살림이 크게 어려워졌다. "남편이 수입을 다 관리했는데 (헤어지고 나니까) 가게 운영을 어떻게 해. 가게를 접고 그 뒤에 식당을 나가서 일했는데…." 전문가들은 "특히 현재 65세 이상 여성 중에는 근로 활동기에 일했던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며 "남편과 헤어지면서 경제적으로 곤궁해지는 경우가 많 은 편"이라고 했다.
최근 늘어가는 황혼 이혼은 중산층 재정 상황을 악화시킨다. 김혜령 미래에셋 수석연구원은 "둘이 살다가 홀로 살게 되면 고정비(수도·전기 요금 등) 요소 때문에 생활비가 2인 가구일 때의 절반이 아닌 70%가량 소요된다"며 "중산층이라도 노후 대비 자금이 태부족인 현실에서 이를 또다시 반으로 줄이니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사이 할머니는 마포구 단독주택을 팔아 서울 외곽 전셋집으로 옮겼고, 지금은 충북 소도시의 10여 평짜리 작은 아파트(전셋집)로 다시 이사했다.
본지가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에 의뢰해 '인생 후반 자녀 리스크'에 대해 분석해 보니, 만 55세 나이로 올해 은퇴한 가장이 앞으로 자식 둘(첫째 아들, 둘째 딸)을 데리고 살다가 결혼시킨 뒤 한 명에겐 유학, 한 명에겐 창업 자금까지 보탤 경우 4억원 이상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분석은 1961년생 남성과 1963년생 여성이 1988년 각각 27세와 25세(당시 평균 초혼 연령)에 결혼해 아이 둘을 낳는 식의 가장 보편적인 중산층 가정을 상정했다.
최근에는 결혼 연령(남성 32.57세, 여성 29.96세)이 늦어져 가장이 은퇴(2016년 55세)해 5년이 지난 2021년에야 둘째 딸이 결혼하고, 그다음 해에 첫째 아들이 결혼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결혼할 때까지 '캥거루족' 자녀를 데리고 살면서 지출해야 하는 비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성인 자녀 한 명과 함께 부모가 동거할 경우에 추가로 드는 비용은 매달 90만원(보건사회연구원 통계), 두 명과 동거하면 127만원이 든다. 여기에 아들(9335만원·한국여성정책연구원 통계), 딸(5041만원) 결혼 비용을 모두 보탠다고 가정하면 두 자녀 출가시키는 데까지만 2억435만원의 돈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자녀 한 명을 해외 유학 보내면 1억6000만원가량 돈이 더 들고, 나머지 한 명에게 창업 자금까지 보태줄 경우 부모 부담은 4억2378만원까지 는다.
◇이혼·사별… 노후 신세도 반 토막
이혼·사별과 같은 가족의 해체는 '실버 파산'을 앞당기는 또 다른 주요 경로가 된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홍이(가명·69) 할머니는 매일 손수레를 끌고 마을을 돈다. 지난달 찾은 김 할머니 집 앞에는 부탄가스통, 소주병, 신문 뭉치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이것 다 가져가 봐야 많이 주면 2500~3000원 주지." 1980년대부터 남편과 함께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며 "넉넉하진 않아도 세끼 밥걱정은 안 하고 살았다"는 김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헤어지면서 살림이 크게 어려워졌다. "남편이 수입을 다 관리했는데 (헤어지고 나니까) 가게 운영을 어떻게 해. 가게를 접고 그 뒤에 식당을 나가서 일했는데…." 전문가들은 "특히 현재 65세 이상 여성 중에는 근로 활동기에 일했던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며 "남편과 헤어지면서 경제적으로 곤궁해지는 경우가 많
최근 늘어가는 황혼 이혼은 중산층 재정 상황을 악화시킨다. 김혜령 미래에셋 수석연구원은 "둘이 살다가 홀로 살게 되면 고정비(수도·전기 요금 등) 요소 때문에 생활비가 2인 가구일 때의 절반이 아닌 70%가량 소요된다"며 "중산층이라도 노후 대비 자금이 태부족인 현실에서 이를 또다시 반으로 줄이니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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