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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폐 끼치기 싫다"… 돌잔치 대신 가족모임

Marine Kim 2016. 9. 24. 12:15

NOW] "민폐 끼치기 싫다"… 돌잔치 대신 가족모임

  • 입력 : 2016.09.24 03:00 | 수정 : 2016.09.24 08:03

[불경기가 바꾼 新풍속도]

장소 대관료·식사비 수백만원 "봉투 달라고 초대하기도 부담"
조촐한 가족식사·촬영으로 대체

돌잔치 업체들 "손님 확 줄었다"

8개월짜리 아들을 둔 김모(여·31)씨는 최근 돌잔치 여부를 놓고 남편과 말다툼을 벌였다. 김씨는 가까운 친척들만 초대해 집 안에서 조촐한 돌잔치를 하기 원했지만 남편은 반대했다. 남편은 "부모님도 첫 손주의 한 번뿐인 돌잔치를 제대로 하는 걸 원하시고, 사실 그동안 다른 돌잔치에 가서 뿌린 '봉투'도 아깝지 않으냐"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김씨는 "결혼식도 허례허식을 없애자고 하는 마당에 정작 아기는 기억하지도 못할 돌잔치를 수백만원씩 들여 하자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돌잔치를 꼭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부모들이 늘면서 연회장이나 식당으로 하객(賀客)들을 초청해 치르는 돌잔치 행사가 줄어들고 있다. 돌잔치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 중구의 한 연회장 관계자는 "5~6년 전만 해도 돌잔치 예약이 몇 달 전부터 꽉 찼는데, 최근 1년 동안은 돌잔치를 연 게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돌잔치 전문 식당은 아예 결혼식 피로연이나 다른 모임 손님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돌잔치 행사에 사회자를 파견하는 업체 대표 이모(31)씨는 "돌잔치를 전문으로 하는 이벤트 업체들이 줄어들어 사회자들이 다른 일을 찾는 분위기"라고 했다.

돌잔치 관련 설문 조사
돌잔치는 영아 사망률이 높았던 시절에 아기가 1년을 무사히 생존했다는 걸 기념하기 위해 열린 집안 잔치였다. 이 집안 잔치가 1980~1990년대부터 가족뿐 아니라 친척과 지인들을 불러 연회장이나 식당에서 하는 행사로 커졌다. 그러나 요즘엔 아기가 조기 사망하는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첫 생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생후 100일을 기념해 여는 '백일잔치'가 거의 사라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돌잔치 행사 비용이나 축의금이 부담스럽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돌잔치를 하려면 장소 대관료와 식사비로 수백만원씩 든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유경준(33)씨는 첫 딸 돌잔치 대신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그는 "결혼할 때 전셋집 마련한다고 받은 은행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돌잔치로 목돈을 쓰기가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돌잔치에 초대받는 쪽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취업포털 잡코리아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1640명 중 32.9%가 '돌잔치 참석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장례식이 부담스럽다는 응답(34.7%)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회사원 장모(30)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돌잔치는 그냥 친구의 자녀 생일잔치일 뿐"이라며 "나도 결혼 후 돌잔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아기의 돌을 맞는 주모(여·31)씨는 "요즘은 돌잔치 크게 해서 사람 부르는 것도 민폐"라고 말했다.

떠들썩한 돌잔치 대신 가족만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한 여행이나 기념사진 촬영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의 한 육아 사진 전문 스튜디오 사장은 "일반 가족사진이나 환갑 사진 촬영 수요가 줄어든 것을 돌 사진 매출로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가 고속 성장할 때 가족의 경제력을 과시하려는 욕구 때문에 돌잔치가 대형화한 측면이 있다"면서 "지금은 불황의 장기화에 따라 호화 돌잔치가 눈총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육아용품 업체가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생후 12개월 미만 자녀를 둔 엄마 190여명 중 약 30%가 '돌잔치를 할 계획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 중 68%는 이유로 '허례허식 같아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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