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이 어제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에 소환됐다. 아들의 의병 보직 특혜에 개입한 직권 남용과 가족회사 ‘정강’의 돈을 개인적으로 쓴 횡령 혐의로 8월 18일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이 검찰에 수사 의뢰한 지 근 석 달 만이다. 그 사이 비선 실세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검찰은 우 수석에 대한 수사와 최 씨 수사를 우 수석에게 보고하다 지난달 30일 민정수석이 교체된 뒤에야 소환해 포토라인에 세웠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사태에 대해 전 민정수석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오늘 검찰에서 물어보시는 대로 성실하게 조사받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최순실 국정 농단에 우 전 수석이 어디까지 연루돼 있는지 철저히 파헤쳐야만 한다. 이 전 특감이 우 전 수석을 감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은 임기 후반기 식물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맹공했다. 돌이켜보면 청와대가 왜 그리 우 전 수석을 싸고돌았는지 알겠다. 우 전 수석이야말로 최순실 사태의 전말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가 민정수석실 비서관이 된 시점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물러난 직후인 2014년 5월이다.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과 안보, 인사 등 온갖 기밀 자료들이 최 씨에게 건네진 시기와 겹친다. 그가 민정비서관으로서 감시 기능을 제대로 했다면 최순실 국정 농단도 중단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해 말 정윤회 씨 국정 개입 사건이 불거지자 그는 이를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으로 둔갑시켰고, 말끔히 처리한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 1월 민정수석의 감투를 꿰찼다.
당시 모든 것을 밝혀내지 못해 최 씨의 국정 농단이 계속되게 만든 검찰은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아무리 우 전 수석이 검찰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다고 해도 대한민국 검찰이 비선 실세 부부의 국정 농단을 청와대 ‘가이드라인’대로 수사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단 말인가. 현재 최 씨를 둘러싼 수사도 우 전 수석의 시나리오대로라는 얘기가 항간에 나돈다. 검찰이 이런 그를 최순실 게이트 수사 대상에서 제쳐놓고 개인 비리만 묻고 만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