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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방송' 시대… 경찰도 시위대도 눈치 본다

Marine Kim 2016. 11. 15. 22:27

'1인 방송' 시대… 경찰도 시위대도 눈치 본다

  • 입력 : 2016.11.15 03:00 | 수정 : 2016.11.15 14:01

[스마트폰으로 현장 생중계… 폭력 없는 촛불집회에 한몫]

페이스북에 '라이브' 기능 등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방송
차벽 올라간 과격 시위꾼 등 가감없이 포착돼 '폭력 증거'로
경찰 "모든게 찍혀 조심스럽다"

최근 각종 집회에서 휴대폰으로 현장 상황을 찍어 다른 네티즌들에게 생중계하는 '1인 방송'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생중계를 하려면 무거운 방송 카메라 같은 전문 장비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지난 4월 '페이스북 라이브'라는 1인 방송 기능을 내놓는 등 SNS 환경이 발달하면서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생중계를 할 수 있게 됐다. 주머니에 TV 생중계용 카메라를 넣고 다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민중총궐기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12일 오후 8시쯤. 서울 경복궁 남동쪽 동십자각 사거리에서 한 중년 남성이 휴대폰으로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 상황을 촬영하고 있었다. 휴대폰 화면 상단에는 생방송을 뜻하는 'LIVE'라는 빨간색 글자가 떠 있었고, 밑부분에는 '경찰이 왜 저기 있죠' '멀리서 촛불 집회 응원합니다' 같은 댓글이 달렸다. 시위 상황을 휴대폰으로 생중계하는 것이었다. 이 남성은 휴대폰에 연결된 이어폰 마이크를 통해 "지금 경찰과 시민들이 대치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지켜보겠습니다. 시청자분들도 같이 보시죠"라고 하자, 화면 밑에 '좋아요' 이모티콘이 떴다.

최근 각종 집회에서 휴대폰으로 현장 상황을 찍어 다른 네티즌들에게 생중계하는 '1인 방송'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생중계를 하려면 무거운 방송 카메라 같은 전문 장비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지난 4월 '페이스북 라이브'라는 1인 방송 기능을 내놓는 등 SNS 환경이 발달하면서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생중계를 할 수 있게 됐다. 주머니에 TV 생중계용 카메라를 넣고 다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휴대가 간편한 스마트폰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서, 1인 방송은 덩치가 큰 방송 장비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틈새'를 파고든다. 이번 촛불집회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맞섰던 대치 현장이 대표적이었다. 1인 방송들은 대치 현장에서 벌어지는 몸싸움 하나하나를 휴대폰 화면에 담았다. 지난 7월엔 미국 LA에서 아무 저항도 없이 신분증을 꺼내려는 흑인 남성을 경찰이 총격 살해하는 장면이 동승자의 SNS로 생중계되면서 전국적인 공분을 샀다.

1인 라이브 방송이 정치적 성향을 띤 대형 집회에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불꽃축제와 벚꽃놀이, 야간 궁궐 풍경 등도 스마트폰으로 생중계된다. 그러나 집회에선 1인 방송이 전달자뿐 아니라 감시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1인 방송은 역대 최대 군중이 모였던 12일 촛불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데도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다.

이들이 감시자로 나서 여과 없이 현장 상황을 전달한 덕분에 집회 현장의 이모저모가 낱낱이 네티즌들에게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1차 촛불집회 때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찰관이 시위대에 방패나 헬멧을 뺏기는 장면과 경찰이 촛불로 만들어진 '하야' 문구를 소화기로 끄는 장면 등이 1인 방송에 포착됐다. 12일 집회에서도 내자동로터리에서 경찰이 설치한 차벽 위로 올라가거나 경찰을 폭행하는 일부 시위대의 모습이 1인 방송에 잡혔다. 편집되지 않은 이들의 영상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으로 확산했고, 네티즌들이 "역사에 길이 남을 평화시위에 오점으로 남을 뻔했다"고 비판할 수 있 었던 '확실한 증거'가 됐다.

최근 대형 집회에 동원됐던 한 경찰관은 "요즘은 고함소리가 들리면 먼저 휴대폰부터 나타나고 모든 게 찍히는 걸 알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원칙대로만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30)씨는 "12일 촛불집회 행진을 할 때 누군가 복면을 쓰고 경찰에 시비를 걸었는데, 스마트폰을 들이대자 슬쩍 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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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SNS 전성시대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