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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이런 맛은 처음이지?" 지친 마음 달래주는 울릉도 별미

Marine Kim 2016. 12. 7. 13:25

어서와 이런 맛은 처음이지?" 지친 마음 달래주는 울릉도 별미

  • 조선닷컴 미디어취재팀
  •  

    입력 : 2016.12.05 10:56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연락선을 타고가면 울릉도라/ 뱃머리도 신이 나서 트위스트/ 아름다운 울릉도 (가요 울릉도 트위스트 中)'

    벼르고 벼르던 울릉도 첫 여행길. 어릴 적 흥얼거리던 노래 가사를 이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거센 파도에 맞춰 배가 요동치는 탓에 식사도 걸렀던 속이 울렁거렸다. '이러다 사람 잡겠다' 싶어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렇게 나는 처절하게 3시간을 버텨 울릉도에 도착했다. '끼룩'거리는 갈매기 떼가 '어서와 울릉도는 처음이지?'라며 비웃는 듯 했다.

    쫄깃한 식감의 홍합과 짭짤한 맛의 양념장이 인상적인 홍합밥.

    쫄깃한 식감의 홍합과 짭짤한 맛의 양념장이 인상적인 홍합밥.

    후들거리는 다리로 저동항 허름한 가게에 들러 점심을 주문했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투박하게 끓여낸 주인아주머니의 오징어 내장탕. 맛에 대한 큰기대 없이 오로지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뜬 국물 한숟갈이었지만 이런 반전이! 지친 속이 스르르 녹는다. 육지에 두고 온 줄 알았던 입맛이 다시 돈다. 귓가에 한없이 따스한 목소리가 울리는 듯 했다. "어서와 울릉도는 처음이지?"라고. 일상에 지친 마음을 스르르 녹여주는 울릉도의 맛을 소개한다.
    오징어 내장탕은 싱싱한 오징어로만 끊일 수 있다.

    오징어 내장탕은 싱싱한 오징어로만 끊일 수 있다.

    ▶ 찬바람 부는 이 계절이 제맛, 오징어 내장탕

    그렇다. 울릉도 하면 오징어, 오징어 하면 울릉도다. 특히 싱싱한 오징어로만 끓일 수 있는 오징어 내장탕은 울릉도의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봄부터 가을까지가 오징어가 가장 맛있는 철이라고 하지만 오징어 내장탕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매섭게 코끝을 때리는 이 계절이 따뜻한 국물요리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제철이 아닐까?

    갓 잡아온 오징어를 손질하고 남은 오징어 내장은 최고의 해장국 재료가 된다. 흰 내장만을 골라내 호박잎과 콩나물, 무 등을 넣고 끓이면 오징어 내장탕이 완성된다. 울릉도에는 많은 식당이 오징어 내장탕을 팔지만 고춧가루를 넣어 끓이는 방식, 맑은 국물로 끓이는 방식 등 저마다의 개성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에 몽실몽실 하얗게 담겨있는 내장은 꼭 순두부 같기도 하고 수제비 같아보이기도 하다. 국물과 함께 떠먹는 내장 맛은 대구탕의 고니와 비슷하다. 스르르 국물과 섞여 입에서 내장이 녹는다. 고소한 풍미가 입안에 맴돈다. 내장탕에 필수로 들어가는 청양고추 향이 칼칼하게 뒷맛을 잡아줘 자꾸만 손이 가는 그런 맛이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홍합밥은 2인 이상부터 판매한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홍합밥은 2인 이상부터 판매한다.

    찰기있는 밥에 반지르르 윤기나는 붉은 속살이 가득, 홍합밥

    울릉도 식당에서 오징어만큼이나 사랑받는 메뉴가 홍합이다. 크기는 크지 않지만 쫄깃하고 향이 강한 홍합은 국, 밥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된다.

    홍합밥은 주문과 동시에 밥물을 얹어 조리되기 때문에 최소 20~30분 전에 미리 예약해두는 것이 좋다. 밥을 새로 짓는 번거로움 때문에 대부분의 식당은 2인 이상부터 판매한다.

    오랜시간이 걸리지만 그 맛은 기다림도 감내하게 한다. 고소한 참기름과 양념장을 더해 쓱쓱 비비면 한상 요리가 부럽지 않은 알찬 한그릇이 완성된다. 밥은 찹쌀과 멥쌀로 지어 적당한 찰기가 느껴지고 여기에 쫄깃한 홍합이 서로 이질감 없이 어울린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향긋한 풍미가 깊어지는 홍합 맛은 울릉도에 왔음을 실감케 한다. 여기에 울릉도 특산물인 명이나물을 척 얹어먹으면 매콤하고 향긋한 향이 깔끔하게 뒷맛을 잡아준다.

    따개비에서 우러나오는 초록 국물이 인상적인 따개비 칼국수.

    따개비에서 우러나오는 초록 국물이 인상적인 따개비 칼국수.

    바다향 품은 뜨끈한 국물, 따개비 칼국수

    바닷가 암초나 말뚝 등에 붙어있는 따개비도 울릉도에서는 훌륭한 별미가 된다. 울릉도 따개비는 육지 것보다 크고 쫄깃쫄깃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겨울 따개비는 더욱 크고 감칠맛이 좋다.

    따개비를 삶은 국물에 잘 익은 따개비 고명. 특별할 것 없는 이 조합은 '따개비 칼국수'라는 근사한 요리로 변신한다. 감자와 양파, 호박 등 함께 들어가는 재료는 일반적인 칼국수와 같지만 진한 따개비 육수만으로도 맛에 차원이 달라진다. 전복과의 따개비에서 우러나오는 초록 국물은 그 빛깔만큼이나 향긋한 바다 내음을 머금는다. 면은 육수와 함께 훌렁훌렁 목구멍을 스쳐가지만 따개비는 입안에 남아 쫄깃하게 씹힌다.

    바다 여행은 여름에 인기지만 해산물을 맛보는 식도락 바다 여행은 겨울이 최고아닐까? 푸른 바다와 신선한 해물을 넣고 만든 울릉도의 별미! 울릉도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꼭 한번 맛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