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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저렴하고 맛있는 서민형 국밥집

Marine Kim 2016. 12. 17. 14:40

서울 강남의 저렴하고 맛있는 서민형 국밥집

    • 입력 : 2016.12.14 08:00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서울 서초동 <미미식당>

    얼큰하면서 맑고 개운한 경상도 스타일 소고기국밥

    사람들은 서울 강남에서 유통되는 재화는 대체로 비싸고 고급스럽다고 여긴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유층 밀집 지역이므로 고객 소비 수준이 높은데다가 임차료나 인건비가 비싼 곳이니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러나 강남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부자는 아닐 테고, 모두 고가의 재화만 소비하는 것도 아니다. 강남에도 알뜰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는 존재할 것이고 그들이 애용하는 업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잘 찾아보면 가격에 비해 꽤 괜찮은 실속형 식당들이 보인다.

    지난주에는 최근에 입사한 젊은 신입사원들에게 국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려고 회사에서 가까운 국밥집 몇 군데를 다녀왔다. 돌아와서 직원들에게 가장 인상 깊은 식당을 물어봤더니 <미미식당>을 꼽았다. <미미식당>은 강남 한복판인 서초역에 자리 잡았지만 건물 지하의 대 여섯 평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식당이다.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아침,점심.저녁 세끼 모두 국밥과 찌개를 파는 전형적인 국밥집이다.


    소고기국밥
    직장인들이 아침부터 찾아와 먹는다는 소고기국밥(7,000원)이 최고 인기 메뉴였다. 경상도 스타일의 소고기 국밥이다. 비교적 맑은 국물은 얼큰하기는 하지만 간이 세지 않다. 대가리와 꽁지 잘라낸 콩나물, 숭덩숭덩 썬 무, 넉넉히 넣은 대파가 감칠맛 나는 소고기 국물을 더욱 달고 시원하게 해준다. 대파 뿌리와 양파 껍질로 미리 육수를 내서 국물이 한결 개운하다.

    밥집의 중심은 역시 밥이다. 하얀 쌀밥이 참 먹음직스럽다. 양도 넉넉하다. 밥을 말아 훌훌 몇 술 뜨면 그야말로 배가 든든하다. 반찬도 깔끔하고 정갈하다. 특히 잘 익은 깍두기가 소고기국밥과 잘 어울린다. 곰삭은 굴젓은 제대로 삭아 입 안에 들어가면 금방 어딘가로 스며든다. 오전 10시까지 아침식사는 1,000원을 에누리해 6,000원만 받는다. 메뉴의 양을 줄이지 않고 원래 그대로 주면서 가격만 낮춰 받는다.

    고기찌개정식
    중독성 강한 고기찌개정식과 닭도리정식

    국밥을 좋아하는 내가 소고기국밥을 먹는 동안 젊은 직원들은 고기찌개정식(7,000원)과 닭도리정식(7,000원)을 주문해서 먹었다. 고기찌개는 흑돼지 전지에 감자, 호박, 고추장으로 맛을 낸 일종의 고추장찌개다. 여기에 밥과 반찬으로 한 상 차렸다.
    장난삼아 찌개에 들어간 고기가 소고기라고 했더니 젊은 직원들이 처음에는 정말 믿었다. 사실은 흑돼지 전지였다. 워낙 기름기가 적고 육질이 연해 순간적으로 신입사원들이 속아 넘어간 것이다. 고기찌개는 돼지 사골육수로 미리 육수를 낸다. 육수에 감자, 대파, 호박 등 채소를 넣고 끓이다가 양념장 넣고 마지막으로 고추장, 간장, 설탕 등으로 양념을 했다.

    감자 전분이 들어가 국물이 되직하다. 국물을 떠먹으면 호박의 달착지근한 맛이 혀를 감싼다. 송송 썰어 넣은 풋고추가 국물을 얼큰하게 해준다. 마늘을 충분히 넣어서 그런지 시종일관 꿋꿋한 마늘 맛이 중독성을 유발해 자꾸 손이 가게 한다. 찌개임에도 짜지 않고 간이 딱 맞아 자꾸 먹게 만든다.

    닭도리정식
    고기찌개정식과 쌍벽을 이루는 메뉴가 닭도리정식이다. 닭도리탕의 식사메뉴 버전이다. ‘닭도리’라는 용어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다시 살려 쓰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어쨌든 이 집 메뉴이름은 ‘닭도리정식’인데 금방 식재료와 조리방법이 와 닿는다. 고기찌개정식처럼 닭도리탕에 반찬과 밥을 준다.

    7,000원짜리임에도 커다란 뚝배기에 내용물이 그득하다. 닭고기도 푸짐하다. 닭고기와 함께 큼지막하게 썬 감자와 당근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닭고기 원육 값이 올라 요즘엔 거의 남는 게 없을 것 같다. 조리 시간이 워낙 오래 걸려 하루에 판매할 양만큼의 식재료를 미리 준비해뒀다가 소진되면 메뉴를 마감한다.

    고춧가루, 고추장, 마늘, 생강 등의 양념 맛이 뭉근하게 익으면서 닭고기와 감자에 배어들었다. 이날 먹은 세 가지 메뉴 가운데 가장 매운맛이 강했다. 맛이 든 매콤한 국물에 정신 팔린 혀를 쌀밥이 수습해줬다. 밖에는 영하의 추운 겨울이지만 우리 세 사람 이마에서는 땀이 흘렀다.
    지출(3인 기준) : 소고기국밥 7000원+고기찌개정식 7000원+닭도리정식 7000원 = 2만1000원
    <미미식당>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42-1 동일하이빌 지하 1층 02-525-8394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