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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가 받을 뻔한 '인터폴 적색수배'는 무엇?

Marine Kim 2017. 1. 18. 18:40

정유라가 받을 뻔한 '인터폴 적색수배'는 무엇?

김우중·조희팔·소라넷 운영자… 유명인들이 해외로 튈 때마다 '인터폴'이 등장했다.
해외 도피 사범들의 60%가 받는다는 '인터폴 적색수배'에 대한 궁금증 해결.

  • 구성 및 제작 = 뉴스큐레이션팀
  • 입력 : 2017.01.04 08:28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검팀이 지난달 27일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지만, 인터폴에서 발부하기 전에 덴마크 경찰에 의해 체포돼 적색수배 발령이 보류됐다. 덴마크 당국이 정유라를 검거하고 구금 연장 결정을 하면서, '신병확보'라는 적색수배의 본래 목적이 달성되어 인터폴 규정에 근거해 보류된 것이다.

인터폴은 무엇이고, '적색수배'는 무엇인지 궁금한 점들을 모아봤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3일 덴마크 올보로에서 긴급체포된 후 법원에서 구금 연장 재판을 받기 직전 현지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시스 (길바닥저널리스트 페이스북 캡처)

인터폴이 뭐지?

 

프랑스 리옹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형사경찰기구(國際刑事警察機構, International Criminal Police Organization)를 말하는 인터폴은 범죄를 저지르고 외국으로 도주하는 범죄자를 체포하기 위해 세계 각국 경찰들이 상호협력을 하기 위해 만든 국제기구이다. 미국·중국·프랑스·캐나다·독일 등 약 190개의 나라가 가입했고, 유엔 다음으로 가입국 수가 많다. 우리나라는 1964년 베네수엘라에서 개최된 제33차 인터폴 총회에서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가입국마다 정보교환사무소를 두고 있고 각국 사무소는 범죄 정보교환과 수사에 협력한다. 운영자금은 회원국이 분담하는데 연간 5900만유로의 재정지원을 받는다. 연 1회 총회를 여는데 서울에서는 1999년 총회가 열렸고 테러, 마약 거래, 문화재 밀매 등의 국제범죄 대책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인터폴은 국제범죄자나 국경을 넘어 도망친 범죄자 등의 국제 형사사건 대한 조사, 정보·자료의 교환, 수사협력 등을 주된 임무로 한다. 정치·군사·종교 인종 문제 등에 관여하는 것은 엄금되고 있다.

체포권은 없지만, 국제 공조로 '신병 인도'

인터폴이 국제법상의 권한을 갖는 정식 국제기구는 아니다. 각국 경찰간의 정보 공유와 협력체에 불과하며,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는 달리 체포권이 없다. 때문에 범죄자의 신원이 확인되면, 인터폴은 체포권이 있는 각 기관에게 바로 신병을 인도한다.

그러나 국제 범죄나 범죄인 인도와 관련, 당사국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 인터폴을 통한 국제공조는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실질적으로 큰 힘을 발휘한다. 인터폴 통신망은 해외도피 범죄인의 개인정보·지문·DNA 자료 등을 데이터 베이스에 축적하고 24시간 접근과 검색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출입국 관리와 국경통제 등 실질적 수사정보가 필요한 기관에 바로 전파된다.

또한 인터폴 회원국마다 약간의 규정 차이가 있어, 일부 국가의 경우 체포권에 준하는 '긴급구속인도청구권'에 따라 신병이 인도되기도 한다.

인터폴은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국제기구 자격으로 참가하였으며, 프랑스로 도피한 유병언의 차녀 유섬나에 대해 적색수배령을 내렸고 프랑스 경찰이 체포한 바 있다.

적색수배로 등록된 한국 국적 수배자들 /인터폴 공식홈페이지 캡처

인터폴의 장점과 한계

 

예를 들어 A국의 경찰이 자국 범죄자가 B국으로 도주한 것 같다고 의심하면 인터폴을 통해 B국에 해당 인물이 있는 지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 만약 B의 경찰이 인터폴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 이 절차가 외교 채널을 통해 이뤄지므로 몹시 느려지고 정밀도가 떨어진다. 심지어 상대 국가에서 조회를 거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폴에 가입되어 있다면 매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회를 할 수 있다. 다만 인터폴의 가입여부와 범죄인 인도 조약과는 별개라서, 조회를 통해 B국에 해외 도피 범죄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해도 범죄인 인도 조약 비체결 국가라면 체포해 송환할 수는 없다. 이것이 인터폴의 한계다.

그러나 인터폴 가입국에서 그 인물을 예의주시하거나 국제수배령을 내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 안 된 B국에서 그 인물이 출국을 하게 되면 그 즉시 인터폴이 이 인물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만약 그 인물이 A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된 C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확인되면 그 즉시 A국에 통보하여 A국에서 C국에 그 인물의 체포를 요청, 범죄인 인도 조약을 통해 A국에 송환되도록 돕는다.

또한 국제 수배가 발령된 상황에서 가짜 여권으로 외국에 밀입국한 인물이 어떤 문제를 일으켜 그 국가의 경찰에 체포된 뒤 조사를 받게 되어 진짜 신분이 드러날 경우에도 인터폴로 통보된다. 물론 이것도 범죄인 인도 조약과는 별개의 문제다.

인터폴은 대테러능력 강화의 일환으로 자체적인 정보수집 부서를 갖춰두고 있다. 인터폴에 가입된 국가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수집해서 아카이브화 하는 것인데, 별도의 정보수집이 아니라 각 국의 언론에서 보도되는 사건사고만 수집하고 있다.

'적색수배'가 뭐길래?

 

인터폴의 국제수배는 회원국 190개국의 사법기관을 통해 피의자 및 실종자 수색을 하기 위한 제도다. 일반적으로 어떤 국가에서 발생한 범죄자가 외국으로 도피했거나 행방이 묘연한 경우 사람을 찾기위해 협조를 요청하는 것인데, 체포된 국제수배자는 범죄인 인도조약 체결여부에 관계없이 사건을 일으킨 국가로 신병이 인도된다.

인터폴에서 정한 수배등급의 종류는 모두 8가지로, 이 중에서도 최근 정유라씨에 대해 특검이 요청한 '적색수배'는 가장 강력한 등급의 수배다. 국제재판관할 또는 국제법정에 의해 신병 인도가 요구되는 자의 소재를 특정 및 체포하는 것이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이후 신병이 확인되면, 해당 국가의 판단에 따라 강제 추방 또는 소환이 결정된다.

적색수배 대상은 이미 해당국가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있는 수배자이며, 그 중에서도 살인 등 강력범과 50억원 이상의 경제범에게 내려진다. 적색수배자로 지정되고 경찰수사에 적발될 경우 신병 인도 조치가 취해지게 된다.

인터폴 규정에 따라 만든 우리나라의 '적색수배' 기준은 네 가지다.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 관련 사범이거나, 폭력조직 중간보스 이상 조직폭력 사범, 다액(50억원 이상) 경제사범, 기타 수사기관에서 특별히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중요사범인 경우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할 수 있다. 1982년에 만들어진 적색수배의 요건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할 경우', '국제 수사 협력에 중요한 경우'에 적색수배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적색수배 이후 절차는?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이 체포영장 등을 첨부해 경찰청에 공조수사를 요청하고, 경찰청은 이를 인터폴로 보낸다. 인터폴이 수배요청과 체포영장을 토대로 적색수배를 내리면, 190개 회원국 경찰은 새로 영장을 발부받을 필요 없이 한국의 체포영장을 가지고 수배자의 신병 확보에 나서게 된다. 인터폴 본부에서 적색수배를 내리기 전까지 1주일에서 많게는 수 달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수배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나면 구금이 되는데, 인터폴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다.

이후 적색수배로 체포되더라도, 실제 국내 송환에는 6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 검찰은 2014년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섬나씨를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프랑스 파리에서 체포했지만 현지 재판을 거쳐야 하는 문제로 바로 송환하지 못했으며, 섬나씨는 1·2·3심 모두 패소했지만 인권재판소에 제소하면서 아직도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 이후 외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했다. 호주를 시작으로 미국, 필리핀, 스페인, 캐나다, 브라질, 중국, 일본, 그리고 유럽 평의회 회원국을 비롯한 26개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했으며 20개 국가와는 형사사법공조조약을 체결했다. 형사사법공조조약은 범죄인 인도 뿐 아니라 수사와 증거 수집, 범죄시 사용된 물품들을 추적하고 몰수하는데 있어서도 서로 도와주는 것을 말하는데, 형사사법공조조약을 체결한 나라와는 더 긴밀한 협조가 가능한 것이다.

범죄인 인도조약은 우선적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는 검사가 검찰 총장에게 보고를 하고, 최종적으로 법무부 장관에게 범죄인 인도 신청을 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이 이를 검토하면 외교통상부에 다시 전해지고 이는 외국의 국가 외무부를 거쳐서 외국의 법무부에게 전해진다. 이렇게 외교부를 통해서 양 국가의 법무부가 협력을 하게 되고 마침내 잡은 범인은 외교 통상부를 거쳐 다시 법무부로 인도된다.

이러한 범죄인 인도조약에 의한 절차를 따르는 경우에는 1년 이상이 걸리는 등 시간이 다소 오래 소모된다는 단점이 있다. 검찰은 외국의 국가 형사사법당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신속하고 간편한 강제 추방절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 마약 수사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검찰이 현지로 출장을 가서 현지 수사관들과 공조해 체포해서 송환한 사례도 있다.

적색수배 사례

 

적색수배는 8가지의 인터폴 수배등급 중 매년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가장 발부 건수가 많다. 해외도피사범의 60%가 적색수배를 받아왔다.

사기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던 김우중 전 대우 회장 /2005년 당시 인터폴 홈페이지 캡처

경찰청은 2001년 3월 인터폴에 41조원대 규모의 분식회계(사기) 혐의로 수배된 김우중 전 대우 회장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으며, 해외 도피 중이던 김 전 회장이 사기 혐의로 적색수배되기도 했다. 5조원대 다단계 사기를 벌인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도 인터폴에 적색수배가 내려졌었다. 50억 이상의 경제사범인데다가, 조직폭력배로 따진다면 중간보스나 행동대장급 이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 소라넷의 운영자도 적색수배가 요청된 상태다. 소라넷의 창립자 부부 등 핵심 운영진 4명은 소라넷 운영으로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인도네시아, 호주, 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의 영주권 또는 시민권을 얻은 뒤 도피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참고 자료
인터폴 공식홈페이지 (
https://www.interpol.int/INTERPOL)
국제형사경찰기구/ 나무위키
인터폴을 통한 국제공조수사의 개선방안(2011), 김재덕
초국가적 범죄의 대응강화를 위한 인터폴의 효율적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2014), 한국재난정보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