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person

이완영 의원에 "수고했어", 박사모엔 '거짓뉴스'…풍자·조롱에 재미들린 네티즌

Marine Kim 2016. 12. 21. 22:21

이완영 의원에 "수고했어", 박사모엔 '거짓뉴스'…풍자·조롱에 재미들린 네티즌

  • 입력 : 2016.12.21 17:59 | 수정 : 2016.12.21 20:10

최근 젊은 네티즌 사이에 최순실 사태 관련 풍자와 패러디로 ‘상대방 놀리기’가 유행이다. 유명인의 발언을 풍자해 조롱하는 게시글을 올리거나 뉴스처럼 보이는 가공한 정보로 남을 속이고 이를 즐기는 것이다. 이들의 주요 표적은 최순실 사태 관련 의혹을 받는 정치인들이나 인터넷·소셜미디어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이다.

21일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 홈페이지 의정보고 게시판은 각종 조롱 글로 가득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캐리커처와 함께 ‘니가 오늘 수고했어’라는 제목을 달거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과 함께 ‘잘했어’라고 적는 식이다.

야당은 이 의원을 겨냥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삼성 관련 증인 채택을 방해하고, 재벌 총수를 노골적으로 감쌌다”고 공격하고 있다. 야당은 “이 의원이 최순실씨 측근을 만나 청문회 질의응답을 사전에 모의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때문에 화난 시민들이 이 의원의 전화번호로 항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욕설을 의미하는 ‘18원’을 후원금으로 보내는 식으로 ‘응징’하고 있는 것.
21일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의 홈페이지 의정보고 게시판에 각종 패러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의원 홈페이지 화면 캡처.

최근 네티즌 사이에선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놀리기도 한창이다. 지난 17일 박사모 공식 카페에 ‘문재인이 쓴 편지’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이 글은 "더운 날씨에도 위원장님은 건강히 잘 계시는지요? 위원장님 뵌 지도 벌써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지난 17일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공식 카페에 '문재인 쓴 편지'라는 제목이 글이 올라왔다. /박사모 카페 화면 캡처.

이 글을 본 박사모 회원들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향해 “북한 추종 세력이 분명하다”, “반드시 처단해야 한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그 편지는 문 전 대표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5년 7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쓴 편지로 밝혀졌다. 제목만 보고 문 전 대표를 향해 욕설을 퍼붓던 박사모 회원들은 뒤늦게 “제대로 알아보고 글을 올리자”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박사모 카페에는 “영국 BBC가 촛불집회를 보고 ‘선동 당한 국민들이 만든 최악의 결과’라고 비판했다”는 제목과 함께 영어로 된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을 본 박사모 회원들은 “맞는 얘기입니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라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그러나 이 글은 BBC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 국내 네티즌이 비틀스 노래 ‘Yesterday'의 가사를 그대로 복사해 붙여놓은 ‘가짜 뉴스’였다.
'가짜뉴스'는 해외 매체나 학자들의 이름을 앞세워 만들어진다. /박사모 카페 화면 캡처.

전문가들은 박사모 회원 등 소셜미디어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중장년층일수록 정치적 신념이 강해 성향에 맞는 정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젊은 층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주로 소비한다면, 중장년층들은 개인적 신념을 강화해줄 수 있는 내용을 주로 소비한다”며 “젊은 층이 중장년층의 특성을 이용해 풍자 놀이처럼 즐기고 있다”고 했다.

낚시성 게시물에 조롱당하는 일이 반복되자 박사모 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사모 회원들은 “글을 올릴 때는 출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제대로 알아보고 글을 올리자”, “회원인 척하는 스파이들이 너무 많다”, “주의하자”고 당부했다. 한 박사모 회원은 “제발 우리도 지성적이고 상식적으로 대응합시다”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21/201612210216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