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모(31)씨는 연말을 맞아 잦은 회식과 야근으로 몸이 피곤했다. 특히 점심 후에는 졸음이 급격히 몰려와 끼니를 간단히 때우고 낮잠을 잤다. 야근 때문에 식사를 거르거나 야식을 먹는 일도 많았다. 그런데 최근 회식 다음 날부터 심한 속 쓰림 증상이 생겼다. 속이 타들어 가는 느낌과 함께 목에 무언가 걸린 느낌도 들었다. 최 씨는 단순 소화불량으로 생각하고 소화제를 사 먹었지만 증상이 낫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역류성 식도염'임을 알게 됐다.
역류성 식도염은 하부식도괄약근(위와 식도 사이의 괄약근)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위 내용물이 식도로 거꾸로 올라와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401만여 명이고, 2011년에 비해 24% 증가했다.
◇식도 점막 세포, 장(腸) 세포로 바뀌다가 암까지…
식도 점막은 위 점막에 비해 쉽게 손상된다. 위점막은 섭취한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소화효소와 위산에 의해 손상되지 않도록 일종의 방어막이 감싸고 있다. 하지만 식도는 음식을 위까지 통과시키는 일만 하기 때문에 위산에 대한 방어력이 약하다. 대신 위와 식도가 연결되는 부위에 하부식도괄약근이 있고, 이 괄약근이 위로 이미 내려간 음식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지 못하게 막는다. 하부식도괄약근이 제 기능을 못 해 역류성 식도염이 생기는 것이며, 위산이 역류함에 따라 속 쓰림이나 가슴 답답함, 목의 이물감, 쉰 목소리, 구취 등이 생긴다.
역류성 식도염이 지속되면 궤양이 생기거나, 식도가 좁아지는 식도협착이 발생할 수 있다. 고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정성우 교수는 "위식도 역류질환이 장기간 지속되면 바렛식도를 유발할 수 있다"며 "바렛식도는 식도 점막을 구성하는 세포가 장(腸)을 구성하는 세포로 변한 것으로, 식도암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우 교수는 “국내에서는 바렛식도 발병률이 높지 않지만, 식습관이 서구화되어가고 위식도 역류질환이 늘어나는 만큼 바렛식도 발생률 역시 늘어날 수 있다”며 “위식도 역류질환을 초기에 진단, 치료받아 합병증 발생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엎드려 자지 말고, 과식·과음 피하는 게 중요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 등으로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하지만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쉽게 재발한다.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또한 지속적인 약제 복용과 재발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일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은 연휴나 연말에는 회식자리가 잦은 만큼 기름진 음식을 평소보다 많이 먹거나 과식이나 과음을 할 경우 위의 압력을 높아지고, 하부식도괄약근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위산이 쉽게 역류된다. 잠자기 전 야식을 섭취하거나 점심시간에 식사 후 엎드려 자는 습관도 피해야 한다. 정성우 교수는 “자극적인 음식이나 카페인이 많은 음료를 줄이고 자제하는 건강한 생활습관 및 식습관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