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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다… 우리가 대통령 지키자" 헌재 앞 탄핵 항의 집회

Marine Kim 2017. 3. 11. 07:53

억울하다… 우리가 대통령 지키자" 헌재 앞 탄핵 항의 집회

[朴대통령 탄핵] 오늘도 도심 집회 열기로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됐나" "헌재가 국민의 소리 무시했다" 일부 참가자는 울다가 탈진
"법과 질서 지키면서 저항해야" "이성적으로 대처" 목소리도
헌재로 행진하다 경찰과 대치… 스피커 추락·심정지로 2명 사망

"우리 대통령님 억울해서 어떡해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이란 속보가 전해진 10일 오전 11시 21분. 헌법재판소 청사 남쪽 200m 지점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를 갖던 참가자들은 '가짜 뉴스'라며 믿지 않았다. 5분 뒤 주최 측인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정광용 대변인이 무대에 올라 "탄핵이 인용되고 말았다"고 하자, 30초간 적막이 흘렀다. 참가자들 모두 충격에 빠져 할 말을 잊은 표정이었다. 곧이어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참가자들은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됐느냐" "헌재가 국민의 소리를 무시했다"고 외쳤다. 주저앉거나 드러누워 통곡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남성이 "우리가 박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며 스스로 수차례 뺨을 때리며 울자, 다른 참가자들이 "이성을 찾자.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며 만류했다. 정 대변인이 "지금 대통령은 청와대 문을 나와야 하고, 곧바로 자택으로 가야 한다"고 외치자 많은 참가자가 "말도 안 된다"고 소리치며 흐느꼈다. 애국가를 부르며 울다가 탈진해 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새벽 대구에서 아내와 함께 올라왔다는 김진모(55)씨는 "헌재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며 "박 대통령을 위해 헌재 앞에서 철야 농성이라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울음 터뜨린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 - 10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하던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결정됐다는 소식에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울음 터뜨린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 - 10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하던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결정됐다는 소식에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집회에 참가한 자유한국당 조원진 의원은 선고가 내려진 후 군중 앞에 서서 "여러분 같이 청와대로 갑시다"고 외쳤다. 이에 수백 명의 시민이 "우리는 대통령을 지키러 청와대로 간다" "탄핵은 무효다" 같은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다가 경찰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탄기국은 이날 헌재 앞에서 집회를 이어갔고, 토요일인 1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과 안국역 인근 등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은 헌재 주변에 57개 중대(4600여 명)를 비롯, 서울 도심에 총 271개 중대(2만1600여 명)를 배치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홈페이지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도 탄핵 인용 직후부터 '누가 꿈이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지금은 울 때가 아니라 새누리당을 창당해 정비해야 한다' '슬픔의 고통으로 우리를 죽이지 말고 새롭게 태어나 더 굳건하고 튼튼하게 앞으로 나아가자' 같은 글이 1000건 이상 쏟아졌다. '진정한 보수라면 현재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국론 분열을 막자'는 내용의 글도 여럿 있었다.

태극기 집회 현장에서 무대에 올라 발언한 시민 중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법과 질서를 지키며 저항해야 한다" "여기서 싸우다 죽으면 안 된다. 대선에서 태극기 후보가 결정되면 그에게 힘을 모아줘서 선거 혁명을 이루자"며 참가자들을 진정시키려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헌재 청사 쪽으로 행진을 시도하다 이를 막는 경찰과 대치하면서 죽창을 던지고 경찰 버스를 부수기도 했다. 집회에 나온 정모(65)씨가 경찰 버스를 몰고 차벽(車壁)을 들이받았고, 이 충격으로 차벽 위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가 떨어지면서 집회에 참가했던 김모(72)씨가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현장 CCTV 영상 등을 통해 정씨를 체포했다. 또 김모(67 )씨가 집회 현장에서 심정지로 쓰러져 응급처치 후 병원에 옮겨졌으나 사망했고, 다른 남성 참가자 2명도 현장에서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돼 치료를 받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폭행해 부상자 33명이 나왔으나 중상자는 없었다. 몇몇 시위대는 취재진을 폭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 현장에서 집시법 위반 등으로 7명을 연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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