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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축하 퍼레이드… 승리에 취한 '촛불'

Marine Kim 2017. 3. 11. 07:55

기자수첩] 샴페인·축하 퍼레이드… 승리에 취한 '촛불'

  • 입력 : 2017.03.11 03:02

김경필 사회부 기자

10일 오전 11시 21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 선고를 내리자 헌재 인근에 모인 '탄핵 찬성 촛불 집회' 참가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곳곳에서 폭죽이 터지고 꽹과리 소리가 울렸다. 주먹을 치켜드는 사람, 모자를 벗어 허공에 돌리는 사람, 만세 삼창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옆 사람과 얼싸안고 "고생했다" "애썼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촛불이 승리했다!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적힌 현수막이 펼쳐지자 한 참가자는 즉석에서 샴페인을 터뜨렸다.

'촛불 항쟁 승리 선언문'을 낭독한 참가자들은 청와대를 향해 축하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시민나팔부대'라는 깃발을 든 참가자들이 남아공월드컵 경기 때 등장했던 부부젤라를 불며 앞장섰다. 푸른색 수의(囚衣)를 입고 손목에 포승을 한 '박근혜 대통령 인형'이 그 뒤를 따랐다. 이들은 청와대 인근에서 "박근혜 방 빼" 같은 구호를 연호했다. 넉 달 넘게 촛불 시위를 주도해온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주말인 11일에도 축하 콘서트와 퍼레이드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인터넷에서는 헌재 재판관 8인이 모두 탄핵 인용 의견을 냈다는 것을 축구 경기에 빗대 '8대0' 승리로 표현하는 그림들이 넘쳐났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퇴거를 미루는 것을 두고 '민간인이 청와대를 불법 점거하고 있으니 당장 끌어내야 한다'는 주장부터 '3·10 탄핵절'을 국경일로 지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이날은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당한 날이다. 헌정사의 비극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촛불 집회 참가자들 입장에서 자신들이 원치 않았던 '탄핵 기각'이라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안도할 수는 있겠지만 박수 치고 환호하며 샴페인을 터뜨리는 '경축(慶祝)의 날'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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