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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의료 선진국… 原則만 잘 따르면 단기간에 메르스 퇴치할 것"

Marine Kim 2015. 6. 6. 14:14

메르스 처음 발견한 이집트 자키 교수 인터뷰]

한국엔 낙타-사람 감염없어 사람 통제만 집중하면 돼…
확산 속도는 유난히 빨라 사우디 메르스와 다를 수도

메르스 공기 전염 가능성, 학계선 거의 인정 안해…
백신·치료제 아직 성과없어 한여름 오기전 뿌리뽑아야

"한국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나라입니다. 세계적으로 한국은 의학 선진국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실력 있는 전문의, 첨단 의료 장비가 완비돼 있기 때문에 국민과 정부가 원칙만 따라 움직인다면 단기간에 메르스를 퇴치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메르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한 저명 바이러스 학자 알리 무함마드 자키(62) 이집트 아인샴스 의과대학 교수는 4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메르스가 공기로 전염된다는 것은 한 논문의 주장일 뿐이고 세계 주류 학계에서는 이를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 병원 근무 당시 고열 환자를 치료하다 메르스를 처음으로 발견한 자키 교수는 이후 네덜란드 등 의료 선진국을 오가며 메르스를 집중 연구해왔다. 그는 첫 발병지이자 의료 후진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재 거의 퇴치된 메르스가 이 바이러스의 숙주로 알려진 중동산 낙타도 없는 한국에 퍼졌다는 소식에 최근 상황을 예의주시해왔다고 했다.

알리 무함마드 자키 이집트 아인샴스 의과대학 교수가 카이로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실험 도구들 옆에 서 있다. 자키 교수는 2012년 사우디의 병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알리 무함마드 자키 이집트 아인샴스 의과대학 교수가 카이로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실험 도구들 옆에 서 있다. 자키 교수는 2012년 사우디의 병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자키 교수는 "한국 메르스 사태의 특징은 다른 나라처럼 동물에서 사람으로의 전염 없이 사람에서 사람으로의 전염만 있었다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특징은 한국에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사우디 병원 근무 당시 메르스 첫 환자를 발견했을 때 그와 그의 가족을 곧바로 격리함으로써 메르스를 차단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오산이었다"면서 "낙타와 사람 간 접촉이 많은 사우디에선 감염자 격리만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우디 등 다른 중동 국가에서는 감염자뿐 아니라 국가 전역에서 길러지고 있는 낙타 또한 격리하거나 살처분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우디 정부는 자키 박사의 발 빠른 초동 대처로 2012년 말엔 메르스 감염자가 발견되지 않자 완전 퇴치에 성공한 줄로 판단했지만 수개월 뒤 또 다른 지역에서 낙타와 접촉한 사람에게서 메르스 양성 반응이 나타나 메르스 사태를 재차 겪었다. 중동산 낙타가 없는 한국은 동물과 사람 간 감염이 아닌 사람 간의 2·3차 감염 차단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것이다.

자키 교수는 "바이러스가 사람 간에 여러 차례 오가면서 새로운 형태로 조금씩 변해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변종 메르스'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한 것이다. 그는 "메르스 자체도 다른 바이러스의 변종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확신할 수 없지만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한국에서 유난히 빠르다는 것도 사우디의 메르스와 한국의 것이 미세하게나마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방역복 입은 119대원들 - 4일 오전 방역복을 입은 119 구급대원들이 일반 응급 환자를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이 병원은 메르스 의심 환자 격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방역복 입은 119대원들 - 4일 오전 방역복을 입은 119 구급대원들이 일반 응급 환자를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이 병원은 메르스 의심 환자 격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메르스 백신이나 치료제가 있느냐"는 질문에 "네덜란드 등 세계 주요 연구소에서 실험을 하고 있지만 아직 어떤 성과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메르스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이나 비타민과 같은 특정한 물질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몇몇 연구자가 비타민 D가 좋다고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얘기로 메르스와 특별한 연관성은 없다"면서 "현재로선 추천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자키 교수는 한국 정부에 한여름 전에 메르스를 퇴치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7월이 되면 날씨가 더욱 더워지고 사람들의 체액 분비가 더 심해질 것"이라면서 "신체 접촉으로 인한 감염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전에 바이러스의 뿌리를 뽑아 없애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인구가 도시 위주로 밀집해 있고, 통신과 미디어의 발달로 정부의 지침이 빠르게 국민에게 전파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면서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의료 당국이 내놓은 매뉴얼대로 움직인다면 큰 어려움 없이 이번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알리 무함마드 자키 교수는

1953년 이집트에서 태어났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술래이만 파키흐병원에서 재직하던 2012년 고열 환자를 치료하다가 그의 폐에서 메르스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해 세계 의학계에 알렸다. 현재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아인샴스 국립대학 의과대에서 바이러스학을 연구하고 있다. 메르스와 관련해 가장 저명한 학자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