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前대통령, 점심 도시락 절반도 못 비워… 15분간 최후진술

박 前대통령, 점심 도시락 절반도 못 비워… 15분간 최후진술

• 양은경 기자
• 입력 : 2017.03.31 03:06 | 수정 : 2017.03.31 07:41

[박 前대통령 영장심사]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선

박 前대통령, 포토라인 서지 않고 아무 말 없이 곧바로 법정 향해… 일반인과 똑같이 계단으로 올라가
차분한 어조로 "私益 추구 안해"

- 치열한 공방 속 두 차례 휴정
검찰 "준비 잘해서 들어갔다"
변호인단 "직권남용 성립 안 돼, 이런 식이면 검찰공화국 될 것"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걸린 시간은 휴식시간을 포함해 8시간 41분으로, 지난 2월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때의 7시간 30분을 뛰어넘었다. 헌정(憲政) 사상 첫 전직 대통령 영장 실질심사라는 기록 외에 1997년 영장 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장 시간으로도 기록됐다.

법원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묵묵부답 - 30일 오후 7시 28분쯤 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관(왼쪽)의 안내를 받아 중앙지법에서 150여m 떨어져 있는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해 밤새 결과를 기다렸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날 법원에 들어올 때와 나갈 때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김지호 기자

영장 실질심사는 강부영(43)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가 이날 오전 10시 30분 321호 법정 북쪽 법관 출입구로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강 판사가 들어서자 미리 법정에 들어와 있던 박 전 대통령과 검찰, 변호인이 일어서서 맞았다. 강 판사가 자리한 법대(法臺)와 박 전 대통령이 앉은 피고인석(席)은 불과 4m 떨어져 마주 보고 있다.

왼쪽 검사석에는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이원석(48) 특수1부장과 한웅재(47) 형사8부장 등 검사 6명이 자리 잡았다. 반대편 변호사석에는 지난해 10월 검찰 수사 때부터 변호인을 맡은 유영하(55) 변호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사건 때 대리인으로 참여한 채명성(39) 변호사가 앉았다. 손범규 변호사 등 박 전 대통령의 나머지 변호인들은 법정이 아닌 각자의 사무실에서 대기했다.

영장 실질심사는 박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13개 혐의 각각에 대해 차례로 검찰과 변호인단이 의견을 진술하고 강 판사가 검찰·변호인단과 박 전 대통령에게 궁금한 부분을 심문(審問)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 판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질문을 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답변은 지난 21일 검찰 조사를 받을 때와 거의 판박이처럼 같았다"고 말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영장 실질심사 말미에 15분가량 최후진술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차분한 어조로 뇌물 혐의 등에 대해 "사익(私益)을 추구한 적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고 한다.

강 판사는 영장 실질심사가 길어지자 점심(약 1시간)과 휴식(약 15분)을 위해 두 차례 휴정(休廷)을 선언했다. 법원 관계자들은 "영장 실질심사 도중 식사 시간이 주어진 것도 처음 있는 일 같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경호원이 인근에서 사온 김밥 도시락으로 321호 법정 옆 대기실에서 변호사들과 함께 점심을 들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식사를 절반도 못 드시고 남겼다"고 전했다.

검찰과 법원 관계자들은 전직 대통령 구속 여부 심사라는 사건의 무게 때문인지 법정에서 오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렸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통상의 절차로 진행됐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강 판사가 박 전 대통령에게 이름과 주소, 직업 등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인정신문(人定訊問)을 거쳐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며 진술거부권을 고지(告知)한 뒤 본격적인 심문 절차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날 영장 실질심사에선 검찰 측과 박 전 대통령 측이 한치 물러섬 없는 법리 공방을 벌였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줄곧 검찰이 적용한 '433억원 삼성 뇌물'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직권남용' 등 13가지 혐의를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해왔기 때문에 예견된 일이었다. 점심 시간 끝 무렵인 오후 1시 50분쯤 잠깐 기자들을 만난 채명성 변호사는 "아직 절반도 못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실질심사와 관련 "우리는 준비 잘해서 갔고, (검사들에게) 현장에서 책임지고 하라고 했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13가지 혐의에 대한 반론을 따로따로 준비했으며, 영장 실질심사에서 "큰 틀에서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할 사유가 없고 국격(國格)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손범규 변호사는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이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모두에 해당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뇌물은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주는 것이고 직권남용은 (상대방에게) 억지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인데 어떻게 양립(兩立)이 가능하냐"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인은 민원을 해결하는 게 주임무인데 이런 것들을 모두 직권남용으로 걸면 이 나라는 검찰 공화국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인물 정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서울 구치소 수감

열흘 전 검찰 조사받을 때 머물던 휴게실서 밤 지새워김아사 기자

판사 앞 8시간41분, 그리고 기나긴 기다림신수지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31/201703310023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