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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 메르스', 방역 당국은 그동안 뭘 하다 이제야 움직이나

Marine Kim 2015. 6. 16. 11:55

2015.06.16 03:23

정부는 15일 민간 전문가 10명, 보건복지부 방역관 등 6명, 역학 조사관 4명 등 총 24명으로 구성된 메르스 민관 합동 즉각 대응팀을 삼성서울병원에 상주시켜 이 병원의 역학조사와 방역 조치를 총괄 지휘하도록 했다. 국무총리실, 복지부, 서울시 등의 실무자 13명으로 구성된 '방역관리 점검·조사단'도 파견해 민관 합동 즉각 대응팀의 활동을 지원케 했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지난달 30일 14번 환자 확진 판정이 나온 지 무려 보름이 지나서야 나온 지각 대책이다. 전염병의 확산 속도를 감안할 때 이런 뒷북 조치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에는 너무 역부족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일 민관 합동 즉각 대응팀을 발족시키도록 하면서 대응팀에 병원 폐쇄권 등 전권(全權)을 부여한다고 했다. 그러나 14일 삼성서울병원의 부분 폐쇄는 병원 측의 자발적인 조치 형식으로 발표됐다. 하루 전인 13일 즉각 대응팀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이송요원의 메르스 감염 사실이 확인되자 병원 측에 '이송요원이 접촉한 사람들을 파악하면서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특별대책을 수립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즉시 이행하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태의 긴급성을 감안한다면 국무총리 대행이나 장관이 나서서 즉각 병원 폐쇄 명령을 내렸어야 한다. 대통령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즉각 대응팀도 병원 측에 뭘 하라고 촉구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곧바로 병원 지휘 시스템을 접수(接收)한 후 시간적 지체(遲滯) 없이 병원 폐쇄 조치를 실행했어야 했다. 즉각 대응팀마저도 삼성서울병원에 '자발적인 폐쇄' 형식을 취할 시간과 여유를 준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삼성서울병원엔 의료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병원장도 감염학 전문가이다. 그러나 메르스 확산 사태를 맞아 병원 측이 스스로 대처하도록 허용하면 병원 측은 '국민 전체의 안전'에 앞서 '병원 손실(損失)의 최소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은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알아서 바이러스 확산 위험 범위를 정하고, 격리 대상을 정하도록 하고 내버려뒀던 것이다. 그 바람에 삼성서울병원의 의사는 감염 후 10일이 넘도록 환자들을 진료해왔고, 응급 이송요원은 병원을 누비고 다니면서 바이러스를 뿌려댔다.

이번 사태에서 방역 당국의 첫 실책은 우선 지난달 20일 평택성모병원에서 첫 확진 환자가 나온 다음 메르스의 전파력을 과소평가하고 환자가 입원했던 병실 내로 방역 범위를 국한시킨 점이다. 그보다 더 큰 실책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찾아간 14번 환자가 30일 확진 판정을 받은 다음 8일 동안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삼성서울병원이 감염 우려자 명단을 추려 방역 당국에 보낸 것은 이달 3일이었다. 14번 환자 확진이 확인된 다음 5일이나 지나서였다. 그나마 응급실 환자의 보호자, 일반 방문자는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 방역 당국이 삼성서울병원에서 넘겨받은 명단을 갖고 감염 우려자 추적(追跡)을 시작한 것은 지난 6일이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전국 곳곳으로 확산된 것은 방역 당국의 이런 무뇌아(無腦兒) 수준의 어이없는 실책 때문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여기에 방역 당국과 병원 간의 어떤 유착(癒着) 등의 요인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나중에 사법 당국이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