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성인] 농부들의 수호성인 성 이시도로
- 베네딕도 비안콜리니, <성 이시도로의 기적>, 18세기경, 캔버스에 유채, 143×212cm, 성 스테파노와 야고보 성당, 포텐차 피체나, 이탈리아.
성 이시도로(1070-1130, Isidorus, 또는 이시도루스)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학교에 갈 여유조차 없었던 집안이었지만, 성인은 기도 중이나 강론을 통해 얻은 배움으로 학자들에게도 떨어지지 않을 만한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성인은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마드리드 부근의 농장에서 일했다. 성인은 “기도하고 또 일하라!”라는 가르침대로 노동시간에는 열심히 일했다. 또한 매우 신앙심이 깊었던 성인은 매일 들판에 일하러 가기 전 미사에 빠지지 않고 참례하며 기도하는 것에도 소홀함이 없었다. 물론 주일에는 하느님을 위하여 어떤 일이 있어도 농장 일은 하지 않고 거룩하게 지냈다. 그런데 이러한 성 이시도로의 동료 일꾼들은 그가 너무 열심히 기도하느라 일을 소홀히 한다고 주인에게 일러바치기도 했다. 농장 주인 역시 성인에게 “너와 같은 느림뱅이는 없다.”라던가 “아침에 농장에 나오는 것이 그렇게도 느리니 정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잔소리를 퍼붓는 때도 있었다.
하루는 성인이 주인에게 “그러면 내가 부치는 밭과 다른 사람이 부치는 밭하고 어느 밭이 수확을 더 많이 거두게 되는지 비교해 보십시오” 하고 청했다. 주인은 시험 삼아 비교해보니 놀랍게도 아침저녁에 매일 오래 기도하고 주일도 쉬는 성 이시도로의 밭이, 항상 붙어서 일하는 일꾼들의 것보다 수확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인지 성인이 기도하는 동안에는 천사가 대신 일을 해 준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실제로 성인은 생전에 많은 기적을 행했다. 걸인들에게 배불리 먹을 때까지 음식을 나누어 주었음에도 음식이 줄지 않았는가 하면, 성인의 손길이 닿은 죽었던 야생동물이 깨끗이 살아나기도 했다. 도시에 극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성인이 판 우물에서만 물이 나왔다고도 한다.
이탈리아 마르케 주에 위치한 아스콜리 피체노에서 태어난 베네딕도 비안콜리니(Benedetto Biancolini, 1717-1797)는 아름답게 펼쳐진 전원을 배경으로 성 이시도로의 기적을 나타내고 있다. 땅바닥에는 농사 도구인 삽과 괭이가 놓여 있고 멀리 두 명의 천사는 각각 두 쌍의 소를 이끌며 쟁기로 성인의 밭을 갈고 있다. 왼쪽에 성 이시도로가 긴 막대로 판 땅에 물이 샘솟고 있다. 가뭄을 해소하는 물의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옆에 농장 주인은 성인의 행동에 놀란 표정이다. 이러한 기적은 경건하고 정직한 성인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풍성히 내린 것을 보여준다.
성인은 일생 가난하고 검소하게 생활했지만, 곤경에 처한 사람들, 나그네를 대접하는 등 자선 사업을 가장 좋아했다. 또한 한겨울에 먹이가 부족한 동물들을 염려하여 새들에게 보리 알을 뿌려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성인의 모습에 감동 한 농장 주인은 성인과 같이 열심히 일하던 마리아 토리비아라는 여자를 그의 아내로 삼아 주었다. 그녀 역시 남편 못지않은 신앙심으로 살았으며 산타 마리아 데 라 카베사라는 이름으로 공경 받았다. 스페인 국왕 필립 3세는 중병에 걸렸는데 성인의 전구로 기적적으로 병이 치유되자 성 이시도로를 왕실의 보호자로 존경하며 성인품에 올리도록 간청했으며, 1662년 교황 그레고리오 15세에 의해 시성되었다.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베네딕도회 모토)
축일 : 5월 15일
수호성인 : 농부, 일용직 노동자
상징 : 농사 도구, 농부 복장
[2017년 5월 14일 부활 제5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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