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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 찬 전직 대통령을 봐야 하는 국민의 고통

Marine Kim 2017. 5. 25. 00:11

사설] 수갑 찬 전직 대통령을 봐야 하는 국민의 고통

      • 입력 : 2017.05.24 03:14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처음 출석했다. 지난 3월 10일 대통령 자리에서 파면된 지 2개월여, 4월 17일 기소된 지 1개월여 만이다. 국정 농락 사건이 아니었더라면 지금도 대통령이었을 사람이 법정 피고인석에 앉았고 '피고인'으로 불렸다. 옷깃에는 수인 번호 '503' 표지가 달렸다. 서울구치소에서 법정으로 이동할 때는 손목에 수갑을 찼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보다 더한 불명예가 없겠지만 지켜봐야 하는 국민에게도 고통이 아닐 수 없었다.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뇌물·직권남용 등 18가지 범죄 혐의 전체를 부인했다. 법리 논쟁이 이어지면서 재판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앞으로 재판에서는 유·무죄 기준이 오로지 법리(法理) 한 가지여야 한다. 재판관들은 정치적 고려 일절 없이 증거주의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 정치권은 어떤 영향도 미치려 해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혀를 차는 것은 이 처지를 피할 수도 있었던 수많은 갈림길에서 어떻게 단 한 번 예외 없이 악수(惡手)만을 두어 왔느냐는 것이다. 최순실 같은 사람이 문제의 두 재단을 장악하게 한 것만이 아니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은둔하듯 한 생활, 과거로 돌아간 권위주의, 비판에 대한 무관용, 귀를 닫은 아집, 실망스러운 인사 등 하루하루 국민에게서 멀어져만 갔다.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선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이 세 사람을 제외하더라도 대부분이 큰 불행을 겪었다. 해외 망명, 불의의 피살, 자살까지 있었다. 헌정 70년밖에 안 된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언제까지 이런 일을 되풀이할 것인가. 전직 대통령의 불행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권력 휘두르는 데엔 제왕적이지만 정책은 국회에 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의 대통령제는 수명이 끝났다. 이제 내년 6월이면 새 헌법이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대통령 자리 하나 놓고 전쟁하듯 싸우는 정치는 끝내야 한다. 한 표만 더 얻어도 100% 권력을 쥐고, 이후에는 저주와 보복이 되풀이되는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인물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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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23/20170523035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