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힘든게 재판… 요청하면 휴정" 미소 띠며 고개 끄덕인 박 前대통령

판사 "힘든게 재판… 요청하면 휴정" 미소 띠며 고개 끄덕인 박 前대통령

• 최연진 기자
• 입력 : 2017.05.26 03:09 | 수정 : 2017.05.26 07:40

두번째 공판서 서류증거 놓고 공방
재판장 "할 말 있느냐" 질문에 박 前대통령 "나중에 하겠습니다"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에 나온 박근혜(65) 전 대통령은 23일 첫 공판 때보다는 한결 여유를 찾은 듯했다. 첫 공판과 같은 남색 정장 차림에 구치소에서 산 집게 핀으로 올림머리를 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재판부와 변호인단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며 법정에 들어갔다. 옅은 미소도 지었다. 이날 공판에 최순실(61)씨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공판에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씨의 공판 기록에 대한 서증(書證·서류증거) 조사가 진행됐다. 안 전 수석과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대기업들로부터 미르·K스포츠 재단에 774억원을 강제로 거둔 혐의(직권남용·강요)로 그간 공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먼저 기소된 이들의 공판에서 나온 증언과 증거들을 박 전 대통령 공판에도 증거로 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 공판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제시할 때는 얼굴을 찌푸렸다. 손을 좌우로 흔들며 '아니다'는 의사를 변호인단에 표시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6시간가량 진행된 공판 내내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다.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며 두 차례 발언 기회를 줬지만 "나중에 하겠습니다"라고만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공판이 길어지자 오후 3시 25분쯤 변호인을 통해 휴정(休廷)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가 "재판이 원래 힘들고 지겹습니다. 처음이라 더 그럴 것 같은데, 요청하면 재판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휴정하겠습니다"라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공판 도중 여러 차례 재판부, 검찰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삼성 뇌물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법원에 증거로 낸 152명의 진술 조서를 전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이 같은 입장을 계속 고수한다면 이들 대부분을 증인으로 불러야 할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다른 10여 가지 혐의로도 기소되면서 사건 관련자가 4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관련자들을) 모두 불러서 (증인) 신문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만약 (수사 기록에 있는 관련자 진술이) 공소사실과 관련없는 부분이라면 검찰이 증거신청을 철회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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