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는 서구화된 식생활이 흔해지면서 국내 비만 인구가 늘고 있다. 동시에 혈당 수치가 높은 당뇨병 환자도 늘고 있어, 비만과 당뇨병의 관계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 비만한 사람은 당뇨병 위험이 높을까? 그렇다면 마른 사람은 당뇨병으로부터 안전한 것일까? 국내 30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이 당뇨병이거나 당뇨병 고위험군에 속하는 현 상황에서, 당뇨병 관련 궁금증을 풀어봤다.
체중과 당뇨병, 관련 있을까?
대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장이선 교수는 "비만은 당뇨병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2015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처음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 중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의 비율이 77.3%였고, 인슐린 저항성을 보인 환자는 59.5%나 됐다"고 말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당을 분해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혈당 수치를 높일 뿐 아니라 비만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요인이다.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마른 당뇨병 환자가 많을까?
당뇨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인슐린 호르몬이 제 기능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체구가 작고, 이 때문에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 세포 부피도 작아 인슐린 분비가 더 적다고 알려져 있다. 서양인의 당뇨병은 비만으로 인해 생긴 인슐린 저항성이 주요 원인이지만, 한국에서 발생하는 당뇨병의 주요 원인은 인슐리 분비의 감소 자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로 인해 '마른 당뇨병'이라는 말도 나왔다.
체중에 따라 당뇨병 관리법이 다를까?
당뇨병은 약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자신에게 맞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적절한 체중 관리, 금연과 금주 등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장이선 교수는 "비만의 경우 당뇨병뿐만 아니라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등 다른 질환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사망률도 증가할 수 있으므로 체중 관리에 좀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이나 식이 조절만으로 체중 감량이 잘 안된다면 약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운동은 식사 후에 하는 것이 좋을까?
운동은 혈당과 혈압 조절에 효과적이며 체중 조절에 도움을 주고 혈액 순환을 개선시킨다. 공복 상태로 운동하면 저혈당이 올 수 있으므로 식후에 해야 하며 보통 식후 1시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 전 혈당을 쟀을 때 100 이하로 나오면 미리 약간의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한다. 혈당이 250 이상으로 높게 나오면 운동이 혈당 조절을 악화시킬 수 있어 운동을 피하고 어느 정도 혈당을 조절한 후 시작해야 한다. 18세 이상 성인의 경우 중간 강도의 운동을 일주일에 150분 이상 혹은 높은 강도의 운동을 일주일에 75분 이상 해야 한다. 65세 이상인 경우 동반된 질환에 따라 적절하게 운동량을 조절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3일은 운동하고, 이틀 연속 운동을 쉬지 않는 게 좋다. 높은 강도의 운동으로는 달리기, 에어로빅, 등산 등이 있고 중간 강도의 운동으로는 빨리 걷기, 배드민턴, 볼링 등이 있다. 운동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저혈당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예방책으로 사탕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으며 되도록 운동 시간은 1시간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혈당 관리, 무조건 소식해야 한다?
혈당이 올라갈 것을 걱정해 적게 먹는 경우가 있다. 장이선 교수는 "조금 먹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라며 "활동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열량에 맞춰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하고, 되도록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싱겁게 먹는 것이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되며 당질이 많이 포함된 음료수나 요구르트, 설탕 등은 피해야 한다. 하루에 필요한 열량은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영양사 상담을 통해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
장이선 교수는 “혈당은 보통 서서히 증가하기 때문에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방치하다보면 당뇨병성 케톤산혈증이나 고혈당성 고삼투압 상태가 올 수 있고, 심하면 의식 혼수를 겪을 수 있다”며 “심한 갈증으로 물을 많이 먹게 되거나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잘 먹는데도 오히려 체중이 빠지는 증상이 있으면 당뇨병을 의심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