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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소녀 논란’ 18살 소녀는 왜 거짓말을 해야 했을까?

Marine Kim 2015. 6. 27. 12:34

여성조선] ‘천재소녀 논란’ 18살 소녀는 왜 거짓말을 해야 했을까?

  • 박지현 여성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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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06.25 17:47

    자랑스러웠다. 미국 유학 중인 한 한국 소녀의 소식. 세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대학을 두 군데나 합격했다는 얘기. 게다가 이례적으로 동시입학 제안까지 받았단다. 국내 언론사는 앞다퉈 이를 대서특필했다.
    주인공은 영예로운 인터뷰를 했고, 국민은 찬사를 보냈다. 한동안 ‘천재소녀’는 검색어 1위였다. 그런데 이는 모두 거짓이었다. 대국민 사기로, 역대 최대급이다.

    
	사진 조선일보 DB
    사진 조선일보 DB

    시작은 미국 주재 한 국내 신문사의 기사였다. 유학 중인 한국 소녀가 하버드대에 조기 합격한 데 이어 스탠퍼드대에서도 합격통지서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두 학교가 이 학생을 놓치기 싫어 반반씩 다니게 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런 경우는 전무후무했다.

    논란의 장본인은 김ㅇㅇ 양(18). 순식간에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그런데 오래가진 않았다. 곧 모든 게 거짓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대학 측에서 공식적으로 사실을 부정하면서다.

    애나 코웬호벤 하버드대 공보팀장은 “우리는 보통 학생 개인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면서도 “김ㅇㅇ 양은 하버드대에 합격하지 않았으며 또한 다니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언론에 보도된 스탠퍼드대에서 2년, 하버드대에서 2년을 다니는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일각에서는 일찍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 당시 김 양의 부모는 대학의 합격통지서를 공개하면서 논란을 일축하려 했다. 그러면서 “모든 논란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코웬호벤 공보팀장은 공개된 합격통지서와 관련해 “이 문서들은 모두 위조(forgery)”라고 밝혔다. 모든 게 명백해지는 순간이었다.

    인터뷰까지 하는 대범함

    김 양은 미국 토머스제퍼슨과학기술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미국엔 초등학교 5학년 때 건너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양은 한 방송에서 “5학년 1학기를 마치고 그다음 여름에 미국을 와서 6개월을 건너뛰고 바로 6학년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동시 입학이 화제가 되던 때 가진 전화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지난 6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그는 “이 (동시입학) 제도는 그간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면서 “나 때문에 잠깐 특별한 케이스를 만들어준 것 같다”고 했다.

    어느 졸업장을 받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졸업할 때쯤 정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아마 하버드 졸업장을 받을 것 같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거짓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처음에는 이메일로 연락이 왔었어요. 개인적인 메일이 아니고, 학교에서 준 메일로 ‘자기는 마크 저커버그고, 너의 프로젝트에 대해서 관심 있게 봤는데 이게 잘되면 연락을 달라’, 그런 식으로 처음에는 메일을 받았고요. 그런데 며칠 정도 있다가 갑자기 전화가 울려서 받았는데 마크라고 해서 저는 처음에는 누구냐고 다시 물어보고 믿지를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자기가 자기 페이스북 담벼락에 ‘question & answer time’을 한다고 지금 막 올렸으니까, 그게 맞다면 내가 맞는 거니까 다시 확인을 해봐라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얼른 컴퓨터에서 확인을 했더니 맞더라고요. 그래서 제 프로젝트에 대한 것도 들으신 것도 알고 해서 잠깐 얘기를 나눴어요.”

    김 양의 아버지 또한 신문사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딸은 스탠퍼드대에 진학해 1~2년간 연구를 발전시키고, 하버드대에서 2~3년을 더 공부할 예정”이라며 “이건 저희가 정한 게 아니고,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의 지도교수들이 협의한 것이다. 딸의 연구가 그런 가치가 있나 보다 짐작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 조선일보 DB
    사진 조선일보 DB

    부모와의 합작품? 부모도 속았다!

    사기극을 접한 사람들은 온갖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부모와 김 양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쳤다는 사실에 격분했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부모 또한 김 양의 거짓말에 속은 것.

    논란이 제기될 당시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던 김 양의 어머니 조모 씨는 “우리 역시 너무 혼란스럽다. 합격 여부를 확인해보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버지 김모 씨는 즉각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진위 여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사실을 확인한 김모 씨는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사건은 마무리됐다. 그는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모든 것이 다 제 잘못이고 책임이며 그동안 아이가 얼마나 아프고 힘든 상태였는지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 오히려 아빠인 제가 아이를 부추기고 더 크게 만든 점을 마음속 깊이 반성한다”라고 밝혔다.

    김 씨는 또 “앞으로 가족 모두 아이를 잘 치료하고 돌보는 데 전력하면서 조용히 살겠다”면서 “아이와 가족이 더 이상의 상처 없이 치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동급생, “치열한 학교 분위기도 한몫했을 것”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 퍼져나가면서 동급생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한 동급생에 따르면 김 양의 ‘거짓말’은 이미 학교에서 유명했다. 입학허가증 위조뿐만 아니라 수상경력이나 SAT를 비롯한 학교 성적 등에 대해서 부풀려 말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동급생 A씨는 “참여한 경시대회의 수상자 발표가 나기도 전에 합격했다고 주장하고 다니기도 하고, 2014년 MIT 프라임에 발표한 논문 역시 표절이라는 점 등이 학교 내에서는 유명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이곳(토머스제퍼슨)은 미국에서 상위 25위권에 드는 고등학교라 아이비리그에 학생들을 꽤 많이 보낸다”면서 “그런 만큼 학생들 사이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데, 특히 아시아권 내에서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이어 “나 또한 이후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과제와 공부한 기억밖에 안 떠오를 것 같다”면서 “이쯤 되면 학교 분위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거다. 그(김 양)가 정상이 아닌 데에는 환경도 분명 한몫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 양은 리플리 증후군?
    이번 사건은 부모의 욕심, 학력지상주의로 인한 과당경쟁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한편 의학 전문가들은 김 양에 대해 ‘리플리 증후군’이 의심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한다. 성취욕구가 강한 무능력한 개인이 현재 처한 상황이 스스로를 만족시키지 못해 열등감·피해의식 등에 시달리면서 주로 나타난다.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거짓말을 일삼으면서 이를 진실로 믿고 행동하게 된다.

    리플리 증후군 환자의 공통적인 특성은 외롭고 불우하다,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고립된 상황을 오래 겪은 적이 있다, 현실 도피 열망이 강하다,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다 등이다. 비슷한 증상으로 허언증이 있다.

    리플리 증후군과 허언증은 정신질환은 아니며, 다른 정신질환 발병 시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 관계자는 “허언증 등은 병명은 아니고 증상이다. 망상장애나 조울병 중 조증 기간, 조현병 등을 앓고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신의 생각과 현실이 다른데, 자신이 생각한 대로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믿고 행동하는 특징이 나타난다”며 “향정신병 약물 등으로 치료한 후 면담을 통해 자라온 환경이 어떤지 왜 이런 증상이 나왔는지 파악하고 정신치료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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