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침묵

명화와 성인: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Marine Kim 2017. 7. 17.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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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성인]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 조르주 드 라 투르, <촛불 앞에 마리아 막달레나>, 1640년경, 캔버스에 유채, 128x94cm, 루부르 박물관, 파리.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Maria Magdalena, 1세기경)란 이름은 갈릴래아 호수의 서쪽에 위치한 어촌 마을 이름인 ‘막달라’(Magdala)에서 온 것이다. 성경에서 마리아 막달레나는 자신의 몸에 들어온 일곱 마귀에 시달리다 예수님의 도움으로 그 마귀를 내쫓을 수 있었으며(루카 8,2),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그 아래에서 성모 마리아와 함께 있었다(마태 27,56). 그리고 안식일 다음 날 이른 새벽에 예수님의 시신에다 향료를 바르기 위해 몇몇 여인과 함께 예수님의 무덤으로 찾아왔다가 텅 빈 무덤을 발견한다(루카 24,3). 그러고 나서 마리아 막달레나는 요안나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그녀들이 부활한 예수님을 만난 것을 제자들에게 전한다(루카 24,10). 이러한 성녀의 역할로 인해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그녀를 일컬어 ‘사도들을 위한 사도’(Apostolorum Apostola)라 불렀다. 그리고 2016년 6월 3일 로마 교황청에 있는, 전례 직무와 성사에 대한 심의회인 경신성사성(敬信聖事省)은 예수님 부활의 첫 목격자인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에 대해 의무적으로 행하던 기념일을 축일로 승격하는 교령을 발표했다.

또한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는 교황 대 그레고리우스 1세(Gregorius I, 7세기경) 이후에 성경의 인물 중 베타니아에 사는 마르타의 동생 마리아와 바리사이파 사람 시몬의 집에서 예수님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붓고 머리카락으로 닦으며 죄를 회개한 여자를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와 동일한 인물로 보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성경의 많은 등장인물 가운데 서양의 성화에서 가장 많이 그려지는 인물은 바로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이다. 화가들에게 성녀는, 속죄하고 회개하는 자 그리고 죄지은 자를 불쌍히 여기는 예수님의 끝없는 용서와 사랑에 대한 본보기였다.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 1593-1652년)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종교화를 많이 그렸다. 살아생전에 큰 성공을 맛보았던 라 투르는 사후에 오랫동안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았으나, 20세기 초에 그의 작품이 재발견 되었다. 그림 <촛불 앞에 마리아 막달레나>에서 보듯이 일부가 가려진 촛불의 빛만이 유일하게 비추는 가운데,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는 깊은 명상에 잠긴 채 책상 앞에 앉아 있다. 강한 빛과 짙은 어둠의 극명한 대비는 시간과 속세를 초월한 공간으로 성녀를 진실한 참회의 순간으로 이끌고 있다.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는 은수자와 죽음의 상징인 해골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촛불을 바라보고 있다. 성녀의 긴 머리카락은, 그녀가 예수님의 발치에 서서 참회의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적시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을 닦은 이야기와 연계된다. 촛불은 순간마다 타오르고 마는 속성으로 인해 삶의 유한함을 의미한다. 또 다른 의미로 촛불은 빛으로 오신 예수님, 인류 구원을 위해 스스로 십자가를 지고 못 박히신 예수님의 모습이기도 하다. 예수님의 모습은 스스로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과도 같은 분이다. 성녀는 인간 욕망의 덧없음과 세속적 삶의 덧없음을 깊이 새기며 촛불을 응시하고 있다. 성녀는 깊은 묵상으로 세상의 빛이신 예수님과 일치를 이루고 있다.

예수님에 대한 성녀의 깊은 신앙은 후대에 귀감이 되었다. 중세의 「황금전설」 기록에 따르면,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는 자신의 죄를 참회한 후, 한 마을로 들어가 30년 동안 홀로 집안에서만 지냈는데, 그 기간 중에 매일 천사들에게 이끌려 하늘에 올라가 천상의 음식을 먹으며 천사들의 송가를 들었다고 한다.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루카 7,47)

축일 : 7월 22일
수호성인 : 정원사, 미용사, 향수 제작자
상징 : 향유단지, 해골, 긴 머리카락

[2017년 7월 16일 연중 제15주일(농민 주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www.wga.hu/art/l/la_tour/georges/1/09magdal.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