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종 생각-색소폰 연주, 어떠십니까? 홍문종 생각
2009.11.12. 17:33
http://blog.naver.com/mjhong2004/30073608771
색소폰 연주, 어떠십니까?
요즘 나는 오래된 로망을 실현하는 즐거움에 빠져있다. 다름 아닌 색소폰 배우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애당초 색소폰에 눈길을 빼앗기게 된 건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때문이다.
오래 전, 대선전에 나선 클린턴이 매혹적인 색소폰 연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던 광경을 목격하고 부터 색소폰 연주에 대한 로망을 품게 된 것이다. 평소 케니지의 색소폰 연주곡 ‘실루엣’을 즐겨 듣고 있었지만 직접 연주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 건 이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후에도 나의 감성을 자극하는 몇 차레 이벤트가 있기는 했다.
대한상사 중재원의 이순우 원장님이 나팔 연주를 들었을 때, 동생이 뉴욕의 벼룩시장에서 건진 아코디언으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해 해주던 때, 또 언젠가 한 시골교회에서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 연주하는 풍금소리에 매료됐을 때 등이 그 순간인데 그 때마다 색소폰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생각에 그쳤을 뿐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었다.
그렇게 마음 속 노래로만 끝나던 색소폰 도전이 드디어 감행됐다. 직접적인 계기가 된 건 오랜만에 색소폰을 들고 모임에 나타난 A였다.
A는 노래를 해야 할 때마다 못하는 노래 때문에 난감했는데 난국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색소폰 연주를 선택했다며 두꺼비 같은 손으로 멋진 색소폰 연주를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1년간 20회 정도의 레슨으로 닦은 기량을 발휘하는 A의 모습이 너무 부러워서 이번만큼은 나 역시도 반드시 뜻을 이루겠다는 결기를 다지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나의 결심을 색소폰을 잘 다루는 동네 후배에게 전했더니 일사천리의 속도로 색소폰 교습이 진행됐다. 미적거리는 나의 등을 떠미는 후배의 극성(?)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색소폰 연주 실력이 다음 주 수백 명 관중 앞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될 것 같다.
나의 ‘색소폰 프로젝트’(?)를 전담하고 있는 후배가 'amazing grace' 와 '사명' 두 곡의 연주 일정을 다다음 주 수요일로 못 박아 공표해 버린 것이다 (빌고 빌어서 한주 연기 한 일정이다). 그동안 ‘산토끼 토끼야’나 ‘학교종이 땡땡땡’만 붙들고 연습하던 나로선 후배의 제안이 당혹스러웠다. 죽을 시간도 없을 만큼 바빠 죽겠는데 무슨 날벼락이냐며 후배에게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뺄래야 뺄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목표가 있어야 열심히 한다는 그의 지론에 엉겁결에 OK한 내가 밉다)
결국, 남은 선택은 열심히 하는 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날마다 바쁜 일정을 쪼개서 연습에 임하고 있는 중이다. 입술이 부르트고 이가 아픈 가운데 연습을 거듭하니 마침내 당일 연주할 대곡들이 입에 붙기 시작했다. 신기했고 가슴을 뿌듯하게 하는 자부심도 느껴졌다.
사실 연주라는 이름을 붙이기조차 민망한 실력이지만 어차피 잡힌 일정이니만큼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나의 자세는 어느 프로 색소폰 주자 못지않음을 알려드리는 바다.
색소폰을 배우는 과정은 단순히 악기를 다루는 기량을 습득하는 기회 이상의 것을 내게 남겨 주었다.
구태의연한 말이긴 하지만 무슨 일이든 ‘하면 된다’는 깨달음이 그것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음악적 소양과 오래 전 초등고 교육과정에서 배웠던 기억들이 오롯이 되살아나 나의 색소폰 연습을 도와주었다. 정말로 누구든 하면 된다는 사실을 체험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또 색소폰을 불면서 모든 음악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음악이 아름다운 건 알았지만 직접 연주자의 위치에 서 보니까 음악을 만든 사람들의 의도도가 더 깊은 농도로 가슴에 와 닿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선율도 그냥 듣기만 할 때와는 다르게 또 다른 감정을 유발시킨다는 사실들도 느낄 수 있었다. (으... 이 대목에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공자 앞에서 문자를 썼다면 부디 선처를 바랍니다.) 그리고 음과 음 사이에 숨어 있는 조화와 컨트라스트등 정말 놀랍고 신기하고 신나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감히 하는 말인데 여러분들도 무슨 악기든 지금부터라도 도전해 보시길 권하고 싶다.
우리 인생을 평화롭게 사는 여러 방식 중에서 악기를 통해 삶을 풍성하고 의욕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는 것도 꽤나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한다. 대가들도 그런 가르침을 주었던 것 같다.
(이 같은 나의 근황을 여러분께 공표하는 것은 이 일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실천하겠노라는 의지의 표현임을 알아주시기 바란다)
어차피 전문연주가가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곁에 이렇게 좋은 후배들이 있어서 챙겨주니 그저 감사하다. 또 아직 배울 힘과 열정이 있어서 이런 기회를 소화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싶은 생각도 든다.
앞으로 언제까지 그리고 몇 곡을 더 소화해서 연주할 수 있게 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내가 색소폰 연주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거고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색소폰을 통해 음악의 묘미와 인생을 재발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참 맛의 경지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색소폰 연습이 나를 설레게 한다.
오늘 밤에도 12시가 넘으면 아무도 모르는 색소폰 연습을 하게 될 것이다. 생애 첫 색소폰 연주 데뷔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도록 블로그 독자 여러분께서도 많이 많이 격려해주시길 바란다. 2009.11.12)
....홍문종 생각
[출처] 홍문종 생각-색소폰 연주, 어떠십니까?|작성자 홍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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