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1저자 교수 "아니다, 모른다"... 판사까지 위증죄 경고 양은경 기자

입력 2020.05.01 17:25 | 수정 2020.05.01 21:33

장영표 단국대 교수가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9일 조국 전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의 증언 태도가 논란을 빚고 있다. 그는 2007년 고교 1학년이던 조 전 장관 딸에게 2주 인턴활동을 하게 한 후 2009년 자신의 의학 논문 1저자로 올렸다. 이날 인턴활동과 논문 작성 경위를 묻는 질문에 답은 제대로 하지 않고 조 전 장관 딸을 감싸던 그는 재판부로부터 “당신이 피고인(정경심)변호인이냐”는 야단을 듣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검찰 조사내용도 무작정 부인하고 나섰다.

◇아니다 모른다…검찰조사, 언론인터뷰도 부인

-검찰:1회 조사시는 증인이 조민씨 부모로부터 부탁받은 적 없다고 하다가 4회 조사때는 “여성 학부형이 전화해서 체험학습 부탁하고 논문도 부탁했다. 조민 어머니로 생각된다”고 했죠 ?

=장 교수 : 그런 적 없습니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면 선서를 하고, 검찰 조서가 말한대로 적혀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런데도 장 교수가 부인하자 검찰이 다시 물었다.

-검찰 :당시 변호사님 입회 하에 조사 받았죠?

=장 교수 :네

-검찰 :당시 조서를 수정하지도 않았고, 직접 서명날인했잖아요?

=장 교수 :보충설명할게요. 이 실험이 2002년에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황우석 사태가 나서 중간에 (유전자)샘플 구하는 게 힘들어졌어요. 근데 마침 학생들이 연락이 와서 PCR(종합효소연쇄반응·Polymerse chain reaction·추출한 유전자 중 일부를 증폭시키는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 투입한 겁니다. 논문은 2년 뒤에 썼습니다. 상식적으로 2년 뒤를 예측하고 ‘논문 써줄게’할 수 있겠습니까

-검찰 :조민이 한영외고 1학년이던 2007년 작성한 정 교수의 노트에는 ‘여름방학 2주 동안 리서치 페이퍼’ 즉 논문 저자로 등록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걸 보더라도 정 교수가 증인에게 입시용 스펙으로 논문작성을 부탁한 거 아닌가요

-장 교수 :이거는 오늘 처음 보는 겁니다.

그는 자신의 언론인터뷰 내용도 부인했다.

-검찰 : 증인, 검찰조사 받기 전인 2019년 8월 22일자 육성 인터뷰를 보면 “그쪽에서 보호자들이 개인적으로 해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와서 하게 된 거예요”라고 했는데…

=장 교수 :(말 끊으며)그런 적 없습니다.

-검찰 :인터뷰 내용 보면 모두 정 교수가 증인에게 부탁해서 한 걸로 보이는데요

=장 교수:그거도 보충설명할게요. 학생들이 오기 전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기왕이면 공문을 보내 달라고 했는데 공문 받고 계획 짜서 결재 보내고하면 2~3개월 지나기 때문에 불가능합니다.그래서 제 개인 프로그램으로 하자는 거지 개인적으로 (논문을) 하자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언론에서 다 자르고 저거(논문)만 보도해요.

-재판장:증인 얘기는 개인적으로해 달라는게 논문이 아니라 체험활동이라는 취지죠?

=장 교수:네.

하지만 해당 육성인터뷰에는 “얘가(조민)외국 대학을 간다고 하니까 내 입장에서는 도와줘야 되고, 고민고민하다 에이 그렇다면 1저자로 놓자고 결정했다. 지금 와서는 지나친 그런 게 돼 버렸다”는 내용이 있다. 다른 방송사와의 8월 21일자 육성 인터뷰에서도 “외국 저널에 실으려고 계획했던 논문이다. 그런데 얘가 와서 일을 하고 했는데 (외국) 대학 가는데 써야 되지 않느냐”며 “졸업하기 전에 어플라이 할 때 그게(저널에 등재)돼야 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국내 저널로 했다”라고 했다. 체험활동을 부탁받았더라도 결국 결과물은 ‘외국 대학 진학 목적’의 ‘논문’이 된 것이다.

◇장영표와 최강욱, 공통점과 차이점

이날 장 교수가 부인한 이유는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 사건과의 유사성에서 어느 정도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허위서류를 발급했고 이들 서류는 입시에 제출됐다. 정 교수 공소장에 따르면 장 교수는 정 교수 부탁을 받고 ‘조민 1저자’논문을 학회지에 싣게 했고, 연구원 일원으로 실험에 참여했다는 허위 체험학습 확인서를 발급해 줬다. 조민씨는 2013년 서울대 의전원 진학시 이를 제출했다. 정 교수는 조민씨와 공모해 허위 서류로 서울대 의전원의 전형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장 교수는 기소대상에서 빠졌다.

반면 최강욱 전 비서관은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변호사시절이던 2017년 정경심 교수의 부탁을 받고 조 전 장관 아들이 자신의 법무법인에서 9개월간 매주 2회씩 총 16시간 인턴활동을 했다는 허위 내용의 확인서를 발급했다. 이 서류는 그해 말 조 전 장관 아들의 두 곳 대학원 입시에 제출됐다. 그는 조 전 장관 부부와 함께 이들 대학원의 전형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최 전 비서관은 지난달 첫 재판에서 “검찰이 공주대, 단국대 등 여러 입시 서류 발급자 중 나만 기소했다”며 차별적 기소라고 주장했다.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으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비서관/조선닷컴 DB

두 사건을 두고 보면 장 교수의 행위는 그의 말대로 ‘부적절한 정도’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자칫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장 교수는 자신의 아들이 조 전 장관이 교수로 있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허위 내용의 인턴확인서를 발급받았다는 ‘스펙 품앗이’의혹도 있어 더 정황이 좋지 않다.

이들 허위서류 발급자들의 업무방해 행위는 ①부탁을 받고 ②입시에 쓰일 것을 알면서 ③허위서류를 만들어 준 내용이다. 장 교수는 법정에서 ①‘조민 부모’로부터 부탁받은 사실을 부인하고 ②체험활동 당시는 논문은 생각도 안 했으며 ③조민이 수년간 실험한 연구원보다 기여도가 높으니 1저자는 허위내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업무방해 요건을 낱낱이 부인하는 내용이다. 그 이유가 업무방해 형사입건을 우려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법적으로 보면 그렇다.

장 교수는 수사단계에서도 ‘참고인’이고 피의자로 입건되지는 않았다. 검찰은 “최 전 비서관은 2017년 인턴증명서를 작성했고 그해 조 전 장관 아들 대학원 입시에 제출돼 ‘대학원 입시 전형’에 대한 업무방해 의도가 인정되지만 장 교수는 논문 등재 및 체험활동 확인서 발급은 2009년에 했고, 이들 자료는 4년 뒤 의전원 입시에 제출됐기 때문에 발급행위를 ‘의전원 입시 전형 방해’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부인(否認)의 함정, 위증죄

검찰의 입건 여부와는 별도로, 장 교수의 부인과 변명은 ‘업무방해’행위에 대한 법적 방어막이 될 수 있는 반면 위증죄의 위험이 있다. 이날 재판에선 이례적으로 검찰이 아닌 주심판사가 직접 이를 지적했다.

-권성수 부장판사: 증인, 검찰에서 제시한 진술 내용에 대해 전부 다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하는데, 그 얘기가 진실인지를 물어보는 게 아니라 그 당시 수사받을 때 그렇게 얘기한 사실이 있는지를 일단 묻는 겁니다. 그걸 구분하지 않고 증인이 ‘아닙니다’하는 순간 본인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장 교수:네 감사합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위증죄는 선서한 증인이 기억에 반하는 내용을 말할 때 성립한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된다. 장 교수는 검찰 조사시 변호인이 동석했고, 검찰에서 말한 대로 적혀 있음을 확인한 후 서명·날인했다. 그는 법정에서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선서한 후, 별도로 검찰 조서가 말한대로 적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진정성립 인정)도 거쳤다. 이 상태에서 “증인이 검찰에서 이렇게 말한 적 있죠”라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하면 직전에 한 진정성립 인정과 배치돼 그 자체로 위증이 될 수 있다. 권 부장판사가 “ ‘아닙니다’ 하는 순간 위증죄”라고 했던 이유다.

실제 이날 증언내용을 본 검찰 관계자들은 “위증죄로 충분히 입건할 수 있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장 교수 검찰 진술이 영상녹화가 돼 있다면 ‘아닙니다’는 그 자체로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이 당장 그를 위증으로 입건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 재판 중 증인에 대한 위증 입건은 증인에 대한 부당한 압박으로 보는 게 법원 시각이라 검찰도 조심하는 편이다.

장 교수는 검찰이 묻는 내용을 인정하면 업무방해죄, 부인하면 위증죄의 딜레마에 놓여 있었다. 그가 증언 과정 중 갑자기 검사 말을 끊고 버럭하거나 흥분하는 등 불안정한 태도를 이런 상황에서 이해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법적인 책임과는 별도로 이날 그의 발언내용에 대해서는 판사들도 “납득 못하겠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2주간 인턴을 한 고교 1학년생이 몇 년간 실험을 한 연구원보다 논문 기여도가 컸다거나, 제1저자로 못 해 줄 것은 아니다는 내용이 그렇다. 한 판사는 “자녀를 대학 보내본 부모들은 자기소개서 한 줄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안다”며 “부모 입장에서 볼 때 정말 어이없는 발언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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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01/202005010171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