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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일까...이재용이 움직이면, '칼' 든 그들도 움직인다

Marine Kim 2020. 5. 14. 15:18
입력 2020.05.14 11:00

삼성 주요 발표때마다 검찰 압수수색, 소환
오비이락인가, 의도한 우연인가

“오비이락(烏飛梨落)일까요? 의도한 우연일까요?”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對)국민사과를 하자, 검찰발(發)로 ‘다음주 소환조사’라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이 부회장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 이 부회장 관련한 큰 뉴스가 나올 때마다 검찰에서도 이에 맞불을 놓듯이 새로운 액션에 돌입해 재계에서는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고도의 전략일까?”를 둘러싸고 다양한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2020년 5월 6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위법 행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김지호 기자
2020년 5월 6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위법 행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김지호 기자


이 같은 ‘우연’은 이 부회장이 2018년 2월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날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부회장이 풀려나고 3일 뒤 검찰은 삼성전자 수원본사, 서초사옥, 우면동 R&D 캠퍼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한 다스 소송비 대납 혐의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것입니다. 당시 삼성 안팎에서는 법원이 이 부회장을 풀어주자, 검찰이 분풀이성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2018년 2월 5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조선일보 DB
2018년 2월 5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조선일보 DB


두번째 우연은 이 부회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첫 만남을 둘러싸고 이뤄졌습니다. 2018년 7월9일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서 문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첫 만남’은 모든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다음날 검찰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이상훈 사장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사건과 관련해 증거확보를 하겠다는 이유였습니다.


2018년 7월9일 인도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2018년 7월9일 인도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같은 우연은 계속됩니다. 2018년8월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만났습니다. 이틀 뒤 삼성은 3년 간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검찰은 또 노조 와해 의혹과 관련해 삼성경제연구소를 압수수색했습니다. 그 해 9월 이 부회장이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으로 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하기 직전에도 검찰은 또다시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이 같은 우연은 해가 넘어가도 계속됩니다. 2019년 4월30일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선포식에서 이 부회장과 문 대통령은 또 다시 만났습니다. 당시 만남은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을 처음 방문한 것으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을 채용해 메모리반도체처럼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1위에 오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3일 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장과 임직원 자택 등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2019년4월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극자외선)동 건설현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얘기를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은승 삼성전자 사장, 이 부회장, 문 대통령,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자,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연합뉴스
2019년4월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극자외선)동 건설현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얘기를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은승 삼성전자 사장, 이 부회장, 문 대통령,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자,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연합뉴스


이 같은 일은 ‘오비이락’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2016년 11월8일 검찰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압수수색한 것을 시작으로 4년째 수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공교롭게 우연이 반복되는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죄가 있으면 처벌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최근 삼성에 대한 수사는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가 아니라 환부가 나올 때까지 파헤치는 ‘해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8년 12월부터 수사를 한 삼성 바이오 사건도 검찰이 처음에는 “특검 때 수사해 놓은 게 있어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자신했지만, 아직 증거인멸 혐의에서 한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삼성 주요 경영진은 30차례 이상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연인원 기준으로 100명 이상의 경영진이 조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요즘 경제계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전대미문의 시대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주요 기업 CEO들은 글로벌 코로나 전쟁에서는 자칫 방심했다가는 바로 사업이 망할 수 있다는 절박함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지금, 국내 1위 기업 삼성은 검찰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전전긍긍해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백블]은 기자들이 ‘백브리핑’을 빨리 발음하기 위해서 쓰는 말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얼핏 봐서는 알 수 없는 각 이슈의 속사정을 이야기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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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14/202005140154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