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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대통령 이름이 적힌 의자 위로 신발을 던졌다

Marine Kim 2020. 7. 25. 23:26

[현장]시민들은 대통령 이름이 적힌 의자 위로 신발을 던졌다

입력 2020.07.25 19:34 | 수정 2020.07.25 21:01

부동산 정책 반대 집회 현장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소급적용 남발하는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전국민 조세 저항운동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문재인 대통령 글자가 적힌 의자에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25일 오후 7시 10분쯤, 서울 중구 청계천 인근 예금보험공사 앞. 운동화부터 구두까지 온갖 신발 수백 족이 하늘로 던져졌다. “사유재산 보장하라! 임대인도 국민이다!” “땀 흘려서 번 돈이다 국민재산 보호하라!” “국민소득 불로소득, 너희는 땀흘렸냐!” “징벌세금 못 내겠다! 미친 세금 그만 해라!” 구호가 울려 퍼졌다.

‘6·17대책’ ‘7·10대책’ 등 정부가 투기 수요를 억제한다며 내놓은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부동산 공부 그만 하고 싶다’ ‘임대차 3법 반대’ 등 손 피켓을 들고 모인 ‘소급적용 남발하는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전 국민 조세 저항운동 촛불집회’다. 지난 18일 500여명이 모였던 첫 집회에 이어 일주일 만에 열린 두 번째 집회다.

/조유진 기자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소급적용 남발하는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전국민 조세 저항운동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문재인 대통령 글자가 적힌 의자에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무대 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사무용 의자가 텅 빈 채 놓여 있었다. 주최 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 자리에 와서 국민의 이야기를 들었어야 한다”는 의미로 의자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텅 비어 있는 의자에 참가자들은 다시 신발을 던졌다. 분에 차 여러 차례 의자에 신발을 던지는 참가자에 이름표가 찢어졌다.

25일 오후 부동산 정책 반대 집회. /조유진 기자


날이 어두워지자 집회 참가자들은 LED 촛불을 들었다. “촛불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뜻을 전하자”는 사회자의 말에 참가자들이 촛불을 흔들며 “문재인 내려와! 내려와!”를 연호했다. 집회 무대에 올라 발언한 전주현(52)씨는 “촛불 집회에 참석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투표로 뽑았던 사람”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전씨는 “내가 바보였다. 월급쟁이 남편을 둔 주부로서 돈을 조금이라도 벌어보려 지방의 소형아파트를 샀다”고 말했다. 전씨는 “나도 멍청하지만, 정부도 어떻게 그렇게 멍청한 사람만 뽑아서 멍청한 정책을 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는 이번에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해봤다는 참가자도 많았다. 경기도 오산에서 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올라왔다는 김선자(69)씨는 “시위는 처음 나와봤다. 7월 10일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억울해서 잠을 못 자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대지 50평짜리 작은 다세대 주택을 몇 채 지어 임대업을 하고 있다. 노후 대책으로 마련한 건데, 너무 갑작스러운 정책에 황당하다”고 했다.

/조유진 기자


초등학교 4학년, 3학년, 1학년 자녀 셋과 함께 시위에 나온 고영선(39)씨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 아이들과 함께 나왔다. 매도할 시간도 주지 않고 급작스럽게 세부담이 커지는 대책을 내놨다. 7·10 대책 전까지만 종부세와 재산세가 200만원 정도로 예상했는데 이번 정책으로 지금 내야 할 세금이 5000만원”이라고 말했다. 결혼한 지 3년차인 30대 동갑내기 부부는 “지금 나오는 정책들이 재산권이라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권리마저 무시하는 것 같아 나왔다. 전세 끼고 주택을 마련했는데 그 집에 들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조차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정부의 정책을 큰 소리로 규탄하면서도 문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도시형 생활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박민우(45)씨는 “이렇게 시위를 한다고 해서 바뀔 거라는 기대는 안 하지만 뭐라도 시작해보려고 나왔다”고 했다. 박씨는 “우리 목소리를 들어줄 정부였다면 이렇게 찍어 누르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열심히 살라고 해서 열심히 살았는데 이젠 적폐로 몰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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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25/202007250135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