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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 한 상자에 82만원…위기의 베네수엘라

Marine Kim 2015. 8. 19. 19:16

콘돔 한 상자에 82만원…위기의 베네수엘라

  • 이용성 기자

    입력 : 2015.02.05 08:29 | 수정 : 2015.02.05 14:06

    지난달 24일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의 모습/블룸버그 제공
    지난달 24일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의 모습/블룸버그 제공
    유가 하락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한 남미 최대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생활용품 부족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블룸버그는 베네수엘라 전체 외화벌이의 95%를 차지하는 석유 수출 관련 수입이 유가 하락으로 지난 7개월간 60% 줄면서 약국과 마트 등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등 생활용품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유가 하락으로 국가 수입이 줄면서 베네수엘라 정부가 달러 결제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화폐 볼리바르가 국가 간 결제수단으로 위상이 떨어지다 보니 수출액 감소는 곧 구매력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눈에 띄는 것은 콘돔 품귀현상이다. 콘돔과 피임약은 지난해 12월부터 약국에서 자취를 감췄다. 11월만 하더라도 수도 카라카스의 동부와 중심부의 상점에서는 20종류가 넘는 콘돔이 팔리고 있었지만 1월말에는 시내 중심가의 약국 10곳 어디서도 콘돔을 구할 수 없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희귀 물품을 전문으로 거래하는 온라인 경매 사이트 메르카도리브레(MercadoLibre)에서는 36개들이 ‘트로얀’콘돔이 한 상자에 4760볼리바르(약 8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근로자 평균 임금(5600볼리바르)의 80%가 넘는 금액이다.

    올해 31살의 광고회사 임원인 조너선 몬틸라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경제가 엉망이다 보니 성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베네수엘라 경제가)더는 내려갈 곳이 없어 보인다”고 개탄했다.

    콘돔 부족은 성생활의 불편함 이상의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2013년 세계은행(월드뱅크)의 자료를 보면 베네수엘라는 전체 인구 대비 인구당 에이즈 감염률에서 파라과이와 브라질에 이어 중남미 3위다. 청소년 임신율은 가이아나에 이은 이 지역 2위다.

    자신을 카브레라라고 소개한 카라카스의 한 산부인과 병원 인턴은 관련 인터뷰에서 “청소년 임신은 경제와 보건 교육정책에서 정부의 총체적 무능의 결과”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