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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잘못해도 책임지는 사람 없는 ‘책임 실종’ 정부

Marine Kim 2020. 11. 16. 23:04

[사설] 아무리 잘못해도 책임지는 사람 없는 ‘책임 실종’ 정부

조선일보

입력 2020.11.16 03:26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에 대한 부실 감독과 직원들의 부정부패로 라임, 옵티머스를 비롯해 6조원대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낳았음에도 펀드 판매회사 대표 문책 등으로 책임을 모면하려 하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직원들이 크게 잘못한 건 없다"면서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윤 원장의 행태는 문 정부 국정 전반에 만연한 '책임 실종'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덕훈 기자

금융감독원이 1조6000억원의 투자자 손실을 초래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와 관련,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CEO 4명에게 “내부 통제 부실” 책임을 물어 금융권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금감원은 처음부터 사기였음이 드러난 옵티머스 펀드의 투자자 손실 5100억원에 대해선 판매사들과 협의해 배상 권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감독을 담당한 금감원 간부와 담당자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민간인한테 책임을 떠넘기고 금융회사 팔을 비틀어 손실액을 물어주는 식으로 책임을 모면하겠다는 것이다.

두 펀드의 사기 행각은 금감원의 나태와 도덕적 해이 없이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었다. 청와대에 파견된 금감원 팀장은 뇌물을 받고 금감원 검사 문건을 빼돌려 범죄를 도왔다. 금감원은 퇴출 위기에 몰린 옵티머스의 경영 정상화 계획을 부실 검증해 기사회생 기회를 제공했다. 이 정도면 금감원 담당자뿐 아니라 금감원장까지 책임을 져야 마땅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금감원장은 “일부 직원이 간접 연루됐을 뿐 크게 잘못한 건 아니다”며 정작 자신의 ‘내부 통제 부실’ 책임을 뭉개고 있다.

금감원장의 뻔뻔한 행보는 문 정부가 국정 운영 전반에 퍼트린 ‘책임 실종’ 기류와 무관치 않다. 이념 과잉의 불합리한 정책을 밀어붙여 부작용이 나타나도 내로남불식 궤변과 더 강한 규제로 실정(失政)을 덮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현실을 무시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고용 참사가 벌어지고 저소득층 소득이 감소했는데도 세금 일자리를 대량생산하는 물타기 정책으로 실정을 가리고 있다. 잘못된 정책을 주도한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문책하긴커녕 주중 대사, 대통령 직속 특위 위원장으로 재기용하기도 했다.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벌이겠다며 펼친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이 ‘미친 집값’을 촉발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23번의 규제 일변도 대책과 임대차법까지 동원하는 무리수를 두고, 그 결과 전세 대란이 촉발돼 서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국토부 장관은 “저금리 탓” “보수 정권 탓”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탈원전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고 자료를 삭제·은폐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는데도 이를 총지휘한 당시 산업부 장관은 ‘부인’으로 일관하고, 여권은 “대통령의 통치 행위”라는 궤변까지 늘어놓고 있다.

국정 전반에 ‘책임 실종’ 문화가 굳어진 데는 거대 여당의 오만과 독주 탓이 크다. 민주당은 자기편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하게 되자, 당헌까지 뒤집으며 후보 출마를 강행하겠다고 한다.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민주당 소속 경남지사는 댓글 조작 혐의로 1·2심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절반의 진실” 운운하며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아무리 잘못을 저지르고 국익을 해쳐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