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하는 TV, 봉변당하는 시청자
입력 : 2015.09.08 03:00
인터넷선 '욕설 모음'으로 해당부분만 묶어 확산시켜
욕설은 親告罪에 해당돼 본인이 아니면 고소 못해… 형사처벌은 어려운 상황
"방통심의위 강력 제재 필요, 방송은 친고죄 제외 추진을"
"출연료가 어떻게 되나요." "출연료 묻지 마 XX야."
탤런트 김수미(64)씨가 출연한 KBS '나를 돌아봐'의 한 장면이다. 김씨는 지난 4월 이 프로그램의 파일럿 방송 당시 매니저 역할로 출연하는 개그맨 장동민씨가 방송 섭외 전화를 받아 출연료를 묻자 옆에서 대뜸 욕설을 했다. '나를 돌아봐'에서는 김씨뿐 아니라 가수 조영남(70)씨도 매니저로 출연한 이경규씨에게 욕설을 했다. '삐~' 소리와 함께 자막 처리 되긴 했지만 그것이 욕설임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나를 돌아봐' 촬영 도중 PD를 폭행해 하차한 배우 최민수(53)씨도 2013년 말 MBC '라디오스타'에서 방송인 김구라의 과거를 두둔하며 그의 안티팬을 향해 '얻다 대고 판단질이야, XX XX 짜증나게'라고 했다.
케이블방송은 한층 더한다. 음악 채널 엠넷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서는 손가락 욕설, 여성 비하 발언 등이 수시로 등장한다. 최근 물의를 빚은 래퍼 송민호의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욕설과 비하적 표현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각광받는다. 김수미씨는 2013년 후배 탤런트와 함께 욕을 주고받는 장면을 소재로 제습기 광고까지 찍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TV 보기가 두렵다'고 할 정도로 욕설과 저속한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욕설 모음'으로 해당 부분만 편집돼 확산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바로잡을 법적 제재 방법은 없을까. 우선 형사처벌은 어려운 상황이다. 김수미씨를 예로 들면, 형법 311조의 모욕죄는 친고죄(親告罪)여서 욕을 들은 당사자인 장동민씨가 고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로서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꼈다는 것만으로는 김씨를 고소할 수도 처벌할 수도 없는 것이다. 최민수씨처럼 안티팬을 향한 욕설도 처벌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대법원도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기소된 강용석 변호사에게 무죄 취지로 판결한 적이 있다.
현재로서는 방송법에 따라 방송 프로그램 자체를 제재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나를 돌아봐'에 대해 '경고 처분'을 했다. 지난 4월 중순부터 4주 연속 방송분에서 김씨가 장동민씨에게, 조영남씨가 이경규씨에게 욕설을 한 부분 때문이다. 경고 조치를 받으면 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의 때 2점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다. '쇼미더머니'는 법정 최고 제재인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과징금은 재허가 때 10점 감점 요인이다.
방송법 100조는 이런 제재 조치가 출연자로 인한 경우에는 당해 출연자에 대해 출연 정지를 할 수 있도록 해 놓았지만 적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방심위 관계자는 "생방송이 아닌 경우 욕설 부분을 편집하지 않은 제작진의 책임이 크기 때문에 출연자만의 책임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한 유포는 제재가 더 약하다. 방송사가 운영하는 홈페이지가 아니라면 '방송'이 아닌 '통신'의 영역이 되는데, 방송과 달리 통신은 '최소 규제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미 방송된 내용을 편집한 것만으로는 욕설을 이유로 제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동국대 교수를 지낸 방희선 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방송의 사회적 중요성을 고려해 방송에서 이뤄지는 욕설 부분에 대해서는 방심위가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제재 조치를 해야 하고, 국회도 친고죄 조항을 삭제해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입법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포커스 인물정보]
- 탤런트 김수미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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