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3주만에 또 대법 판결 취소... 최고 법원 위상 두고 갈등 격화
세번째 판결 취소
헌법재판소는 21일 700억원대의 세금을 내라고 한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GS칼텍스가 2013년 제기한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판결을 취소했다. 롯데디에프리테일, KSS해운에 각각 104억원, 65억원의 세금을 내라고 한 대법원 판결도 헌재가 이날 취소했다. 헌재가 법원 판결을 ‘위헌’으로 보고 재판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대법원은 헌재의 이 같은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는 가운데 헌재가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재판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최고 법원’ 위상을 두고 양측 간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GS칼텍스는 1990년 자산 재평가를 하고 주식을 상장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옛 조세감면규제법 56조의 적용을 받아 법인세를 감면받았다. 그러나 이 회사는 2003년 자산 재평가를 취소하고 상장하지 않았다. 역삼세무서는 조세감면규제법 56조의 적용을 받아 혜택받은 기업이 상장하지 않으면 세금을 다시 부과하는 부칙 23조를 적용해 법인세를 재계산해 707억원의 세금을 부과했고, GS칼텍스는 “부칙 23조는 1993년 법 개정으로 이미 실효됐다”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008년 해당 부칙의 효력을 인정해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문제는 이 대법 판결에 대해 2012년 5월 헌재가 “해당 조항이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재판관 전원 일치의 한정 위헌 결정을 하면서 시작됐다. 한정 위헌은 헌재가 법률 조항에 대해 단순하게 ‘위헌’이라고 하지 않고 ‘~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변형된 결정이다. 법원은 ‘한정 위헌은 법률 해석에 해당한다’며 인정하지 않는다. GS칼텍스는 헌재의 한정 위헌을 근거로 재심 청구를 했지만 2013년 법원은 기각했다. 그러자 GS칼텍스는 공권력으로 인해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재판을 취소해달라는 헌법 소원을 낸 것이다.
헌재는 이날 재판 취소 결정을 하면서 “이번 사건들은 법원이 헌재의 한정위헌결정은 위헌결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기속력을 부인하여 재심을 기각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면서 “헌재의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여 청구인들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법원의 재심기각판결들은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에 해당하여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모두 취소한 것”이라고 했다.
헌재가 법원의 재판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1997년 첫 재판 취소가 있었고 25년 만인 지난달 말 두 번째 취소가 나왔다. 두 번째 취소가 나온 뒤인 이달 6일 대법원은 자료를 내고 “한정위헌 결정은 법원을 기속할 수 없고 재심사유가 될 수 없다”며 “대법원은 이러한 입장을 견지해왔고, 이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라고 밝힌 바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고 법원’ 위상을 둘러싼 양 기관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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