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news

이태원 파출소 직원 “업소들에 협조 요청…일부 ‘유난떨지 말라’ 답변만”

Marine Kim 2022. 11. 2. 16:22

이태원 파출소 직원 “업소들에 협조 요청…일부 ‘유난떨지 말라’ 답변만”

입력 2022.11.02 09:09
 
 
 
 
 
지난달 30일 오전 경찰이 참사가 빚어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 현장을 조사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이태원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현직 직원이 압사 참사 당시 최선을 다해 근무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말한 윤희근 경찰청장을 비판했다.

이태원 파출소에서 3년째 근무 중인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1일 오후 8시 51분쯤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A씨는 “사건 당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총 79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당시 근무 중이던 약 20명의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고 적었다.

당일 들어온 신고 11건 중 4건에 대해서만 현장에 나가 질서 유지 조치를 했다는 지적에 대해 “신고자에게 인파 안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귀가하라고 안내했기에 상담 안내로 마감한 것이며 파출소 직원들은 다른 여러 신고로 출동하는 중에도 틈틈이 시민들에게 해산을 요청했다”고 했다. 다만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고, 안전사고 우려 신고 외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하기에 20명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A씨는 “사건 발생 당일 112상황실장, 운영팀장은 파출소에서 정착해 근무 중이었으며 파출소장은 한 달 전부터 손수 약도를 만들며 대비했다”고 했다. 이어 “핼러윈 대비 당시 안전 우려로 인해 용산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기동대 경력 지원요청을 했으나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사고 발생 이후에는 휴무일이었던 파출소 직원들도 모두 출근했다고 했다.

 

A씨는 당시 현장 분위기의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사건 발생 후 영업을 종료하도록 협조 요청했으나 일부 업소는 ‘별거 아닌 일에 유난 떨지 마라’, ‘손님들 안보이냐’ 등의 발언을 하며 큰소리로 음악을 틀어 통제를 방해했다”고 했다. 또 시민들을 이동시키려고 했으나 “경찰 코스프레 아니냐” 등 웃고 떠들며 통제를 무시하는 시민들도 많았다고 했다.

A씨는 윤희근 청장을 향해 “‘112신고 대응이 미흡했다’는 발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은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낙인찍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며 “불과 몇 달 전 취임사에서 ‘일선 경찰관은 슈퍼맨이 아니다. 경찰만능주의를 극복하겠다’고 한 말은 전부 거짓말이었느냐”고 물었다.

윤 청장은 1일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이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해 투명하고 엄정하게 사안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했다. 경찰청은 이날 감사담당관을 포함해 총 15명으로 구성된 특별감찰팀을 꾸리고 현장 실무자부터 용산경찰서장, 그 윗선 등 지휘관까지 감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