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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 기소한 뇌물죄, 최순실엔 적용 않겠다는 검찰

Marine Kim 2016. 11. 3. 23:08

진경준 기소한 뇌물죄, 최순실엔 적용 않겠다는 검찰

한겨레|입력2016.11.03. 22:46

[한겨레] 최순실 뇌물죄 미적용 논란 확산

진경준 한진그룹 내사 종결뒤
처남 일감 수주때도 ‘뇌물’ 적용
기업들, 미르재단에 돈 내며
뒷거래 정황 ‘뇌물죄’ 가능성
법조계·야당 ‘꼬리자르기’ 비판

검찰이 기업들을 압박해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수백억원의 돈을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에게 직권남용죄만 적용하고 제3자 뇌물공여죄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을 놓고 ‘봐주기 수사’ 논란이 거세다. 검찰이 재단에 돈을 낸 기업 50여곳 중 두세 곳만 조사한 상태에서 “앞으로도 법리상 뇌물로 보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의도가 의심되는 성급한 결론이라는 지적이다.

3일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최씨에게 뇌물죄가 아닌 직권남용죄 등을 적용하는 것은 명백한 봐주기 수사”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뇌물죄 적용을 누락한 것은 검찰의 꼬리자르기 수사”라고 논평했다.

제3자 뇌물수수에 대해 선을 긋는 검찰의 태도는 앞서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에서 내린 결론과 배치된다. 검찰은 지난 7월 진 전 검사장을 기소하면서, 2010년 진 전 검사장이 한진그룹 사건을 내사종결한 뒤 해당 회사 임원을 만나 자신의 처남 회사에 일감을 주도록 한 행위에 대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당시 해당 임원이 진 전 검사장에게 ‘앞으로도 회사를 잘 도와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부정한 청탁으로 봤고, 제3자인 진 전 검사장의 처남은 100여억원 대의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제3자 뇌물의 경우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향후 잘 부탁한다’는 정도의 발언을 부정한 청탁으로 본 것이다. 대법원은 제3자 뇌물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은 위법한 것뿐 아니라 부당한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사회상규 내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면 족하다”고 밝혔다.

특히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관여된 경우에는 뇌물에 대한 판단이 더욱 포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1997년 대법원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뇌물수뢰 사건 판결에서 “대통령의 직무에 관해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 청와대를 배후로 움직인 최씨와 안 전 수석의 요구로 기업들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출연금을 일사분란하게 미르재단 등에 냈고, 이후 전경련과 대기업에는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과 특별사면 등이 ‘대가’로 돌아갔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대통령의 특수 관계인인 최씨와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안 수석이 돈을 내라고 했고, 기업들이 정책적 혜택을 바랐거나 불이익을 우려해 돈을 냈다면, 그 자체로 제3자 뇌물요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기업과 최씨 등이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은 구체적인 사례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월 안 전 수석과 최씨의 지시를 받은 케이스포츠재단 직원들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만나 70억~80억원을 달라고 요구했고, 이 회장은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고 부탁했다. 부영그룹은 이들을 만나기 전 케이스포츠재단에 3억원의 출연금을 냈다. 케이스포츠재단 직원들은 또 지난 5월 검찰 수사를 앞둔 롯데그룹에서도 70억원을 받았다가 수사 직전 돌려주기도 했다.

최씨의 지시로 케이스포츠재단과 기업 간에 돈과 청탁이 오간 정황과 증언 등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검찰이 뇌물죄 적용을 초반부터 아예 배제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수십억원을 아무 대가 없이 재단에 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부당한 청탁관계를 검찰이 밝혀야 하는데, 제대로 조사도 안해보고 뇌물죄 적용이 안된다고 선을 긋는 것은 명백한 봐주기로 보인다”고 말했다.최현준 현소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