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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대통령 下野 주장 위험하고 섣부르다

Marine Kim 2016. 11. 3. 23:30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야당과 사전 협의 없이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새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가 야권 전체의 격한 반발을 초래했다. 야권에서는 유력 대선 주자까지 박 대통령을 향해 '즉각 물러나라'고 하는 등 하야(下野)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총리 후보로 지명한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야권 출신 인사를 책임 총리로 앉혀 내치(內治)를 맡기는 방식으로 사태 수습을 해 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총리 인준 권한을 가진 야권과 상의도 하지 않아 김 지명자 카드가 발표 첫날 사실상 물 건너가고 말았다. 김 지명자는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 물망에도 오르고 있었다. 야당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총리 인선을 일방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다. 야당이 바뀌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으로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다. 즉각 물러나라"고 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 입에서 나온 첫 하야 요구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 퇴진해야 된다는 민심에 공감한다"며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저도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사실상 하야 쪽에 무게를 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면서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겠다. 평화 집회에 모든 행정 편의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하야를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서 주장하는가. 책임질 수 있는가. 지금 여론조사에서 하야 요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검찰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은 대통령 지시 때문이라고 진술했다면 상황은 심각해질 수 있다. 일부에선 이번 주말(5일)과 다음 주말(12일)에 벌어질 시위가 심각한 사태로 치달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하야는 끝까지 피해야 할 선택이고 그야말로 막다른 최후의 골목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지금 같은 식이라면 결국 최악 상황까지 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전에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다. 대통령이 이 상황을 수습할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고 야권이 동의하는 책임 총리가 등장할 수 있다. 진행 중인 수사 결과에 따라 탄핵으로 갈 수도 있다. 대통령이 탄핵소추되면 헌법재판소 심판이 나올 때까지 직무는 정지되고 국무총리 대행 체제로 가야 한다. 하야는 이 모든 헌법 수단이 무위가 됐을 때만 고려될 수단이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섣부른 하야론이 우리 사회를 둘로 쪼개 또 다른 차원의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모두에게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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