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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디스플레이, 일자리 줄고 근속연수↑…기아차, 한번 입사하면 20년 다니는 '신의 직장'

Marine Kim 2016. 11. 19. 07:50

전자·디스플레이, 일자리 줄고 근속연수↑…기아차, 한번 입사하면 20년 다니는 '신의 직장'

  • 설성인 기자

     

  •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신입 사원 채용 문호가 좁아지면서 직원 평균 근속 연수가 높아져 신입사원과 장기 근속직원간 소득 격차가 커지는 ‘균열일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일자리 창출을 주도했던 전자,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직원 수는 실적 부진과 해외 생산 비중 확대 영향으로 줄거나 정체 상태다. 조선, 해운, 건설 업종의 경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여파로 일자리가 대폭 줄었다.

    자동차·타이어 회사는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했다. 유통 기업들의 직원수는 내수 시장 성장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라 증가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30대 그룹의 직원수는 1만4000명 감소했다. 특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 등 조선 3사에서만 6000명이 감원됐다.

    김대선 인크루트 팀장은 “대기업의 신규 채용이 감소하면서 근속연수가 길어지고 있다”면서 “2016년 하반기 신입 채용이 지난해보다 7.67% 감소했다. 기업들이 경기 불황으로 대규모 신입 공채 대신 소수 경력 선발로 채용방식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자·디스플레이, 직원 숫자↓ 근속연수↑…조선·해운·건설 구조조정 여파

    올해 9월 말 삼성전자 (1,587,000원▲ 19,000 1.21%)직원수는 9만5374명으로 집계됐다.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0.7년이다. 2011년 9월 말(직원수 10만3052명, 평균 근속연수 8년)과 비교해 직원수가 7678명이 줄어든 반면 평균 근속연수는 2.7년 늘었다. 직원 평균 급여는 5년 사이에 21% 늘었다.

    LG전자 (46,500원▼ 350 -0.75%)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올해 9월 말 LG전자 직원수는 3만7873명이며, 평균 근속연수는 10.7년이었다. 2013년 9월 말(직원수 3만8718명, 평균 근속연수 8.3년)과 비교해 직원수는 소폭 줄었지만 평균 근속연수는 2.5년 길어졌다. LG디스플레이 (28,400원▲ 600 2.16%)의 직원수는 9월 말 기준 3만2330명, 평균 근속연수는 8.1년으로 집계됐다. 2012년 9월 말(직원수 3만4634명, 평균 근속연수 4.6년)과 비교해 직원수는 6.6% 줄었지만 4년 사이에 근속연수는 3.5년 늘었다.

    올 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시달렸던 조선, 해운, 건설 업종의 상황은 심각하다. 9월말 현대중공업 (157,000원▼ 1,000 -0.63%)의 직원수는 2만3749명으로 2014년 9월 말(2만8141명)보다 4000명 이상 줄었다. 반면 평균 근속연수는 전자업체들과 달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사이 18년에서 15년으로 짧아졌다. 인력 구조조정 여파로 장기근속자들이 회사를 떠난 것이다. 삼성중공업 (9,060원▼ 170 -1.84%)의 9월 말 직원수도 1만2179명으로 1년 전보다 2300명 이상 감소했다.

    최근 5년 사이 현대상선의 직원수는 반토막 났다. 이 회사의 올해 9월 말 직원수는 1170명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최근 3년 사이에 직원수가 30%나 줄었다. 조만간 정리해고가 실시되면 1356명의 직원 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139,000원▼ 2,500 -1.77%)의 직원수는 1년 사이에 1800명 이상 줄었는데, 건설부문 직원의 퇴사가 영향을 미쳤다. 두산건설 (4,045원▼ 130 -3.11%)의 경우 1년 사이에 직원수가 500명 정도 감소했다. 이는 전체 직원의 30%에 해당하는 숫자다.

    그래픽=김다희 디자이너
    그래픽=김다희 디자이너





    ◆ ‘강성 노조’ 자동차·타이어 근속연수↑…기아차, 한번 입사하면 20년 이상 다녀

    자동차·타이어 회사는 직원수가 늘고 평균 근속연수도 길어지는 ‘고용안정’을 보였다. 이들 기업은 강성 노조가 있어 사실상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불가능하기에 장기근속 직원 비중이 높다. 올해 9월 말 현대자동차 (130,000원▼ 2,000 -1.52%)의 직원수는 6만7829명, 평균 근속연수는 17.5년으로 집계됐다. 2011년 말(직원수 5만6720명, 평균 근속연수 17.5년)과 비교해 직원수는 1만명 이상 늘었지만 근속연수에는 변화가 없었다. 기아자동차 (36,750원▲ 100 0.27%)의 평균 근속 연수는 9월 말 기준 20.1년이나 됐다.

    금호타이어(17.7년), 쌍용자동차(19.5년) 등은 직원수에는 변동이 없었으나 근속연수는 계속 길어지는 추세다.

    현대·기아차의 성장으로 수혜를 입은 현대제철 (49,650원▲ 0 0.00%)의 경우 5년 사이에 직원수가 3000명 정도 늘었다. 반면 현대제철과의 경쟁으로 자동차강판 사업에서 타격을 입은 포스코의 직원수는 2년 사이에 1000명 정도 감소했다. 포스코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8.7년으로 국내 대기업 중 상위권에 해당한다.

    ◆ 유통, 직원수 늘고 비정규직 비중 축소

    유통업체들의 직원수는 크게 늘었다. 이는 내수 시장 성장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것이다. 롯데쇼핑 (232,000원▲ 1,000 0.43%)의 직원수는 올해 9월말 2만6162명이었다. 이중 기간제 근로자는 1691명이다. 2011년 9월 말에는 2만3191명의 직원 중 절반이 넘는 1만2819명이 기간제 근로자였다. 이마트 (182,500원▼ 2,000 -1.08%)의 올 9월말 직원수는 2만9390명으로 5년 전보다 101%나 늘었다. 아모레퍼시픽 (346,500원▼ 5,500 -1.56%)의 직원수도 6236명으로 5년 전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대기업들이 불황으로 신규 채용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통해 핵심 인력만 남기고 있다”면서 “신입사원과 기존 직원의 임금수준과 권리의 격차가 커지고, 구성원간 양극화가 심화돼 조직의 사기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산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업이 장기 근속 정규직의 과도한 보호를 낮춰 비정규직과 청년층에 취업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