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별미… 막힌 속 뚫어주는 '천연 사이다'
우리는 한식 또는 한식화된 음식에 녹아있는 유래와 역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와 관련된 정보들을 하나씩 풀어보는 '한식의 탄생'. 한국인이 일상에서 접하고 있는 음식을 조금 더 깊숙히 들여다보자.
날이 추워야 제맛 들기 시작하는 무로 담근 동치미는 겨울의 일상식이자 별미다. 발효에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와 유기산이 시원하고 톡 쏘는 맛을 선사한다. 중국과 일본도 무를 즐겨 먹지만 무를 국물과 함께 먹는 동치미는 한민족이 유일하다.
이규보(李奎報·1168∼1241년)는 '가포육영(家圃六詠)'에서 '무장아찌 여름철에 먹기 좋고, 소금에 절인 순무 겨울 내내 반찬 되네'라고 노래했다. 이는 무김치에 관한 최초 기록이다. 동치미란 단어는 저자가 알려지지 않은 조리서인 '요록(要錄·1680년)'에 김치와 무를 소금물에 담근 '동치미(冬沈)'로 처음 등장한다. 이보다 앞서 온역(瘟疫·돌림병) 치료에 필요한 방문(方文·처방글)을 모아 엮은 '간이벽온방(簡易辟瘟方·1525년)'에 '순무나박김치의 국물을 어른 아이 모두 대소 간에 마시라'는 구절이 나온다. 동침이란 말은 '겨울에 담근 김치(冬沈)' 혹은 '밑동, 즉 통무를 담근 것'(한국어 어원사전)이란 두 가지 어원이 있다. 종류도 서울동치미, 나복동치미, 실파동치미, 무청동치미, 갓동치미, 배추동치미, 총각무동치미, 알타리동치미, 궁중식동치미, 평안도동치미 등 10여 가지나 된다.
동치미에 메밀국수를 말아 먹는 평양냉면도 동치미 맛이 가장 중요했다. '겨울에 평양냉면이라면 얼른 동치미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니 아랫목에 이불을 쓰고 앉아 덜덜 떨면서 동치미 국물에 냉면을 먹는 맛은 도저히 다른 데서 맛보지 못할 것입니다.'(1935년 11월 14일 자 동아일보)
'설날에 떡국은 많이 먹으면 체하기가 쉽습니다. 먹을 때는 될 수 있는 대로 동치미와 함께 먹는 것이 좋습니다'(1938년 1월 11일 자 조선일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약으로도 여겨졌다. 실제로 무에 들어 있는 효소 아밀라아제는 천연 소화제 역할을 한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거의 유일하게 과식할 수 있었던 명절에 동치미는 막힌 속을 뚫어주는 '천연 사이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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