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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서러워… 버그아웃族 된 청춘

Marine Kim 2017. 1. 26. 20:11

설이 서러워… 버그아웃族 된 청춘

흩어졌던 가족들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명절에 오히려 가족들을 피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선물 준비와 집안일, 웃어른의 참견과 훈계에서 오는 '명절 스트레스' 등을 피해 도망치는 일명 '명절 버그아웃족(Bug-out族)'이다.
버그아웃은 전쟁이나 재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탈출하는 걸 말한다.

  • 편집=뉴스큐레이션팀
  • 입력 : 2017.01.26 08:13 | 수정 : 2017.01.26 08:23

서울에 있는 한 홍보회사에 다니는 강 모 씨는 설 연휴를 앞두고 시력 교정 수술을 받는다. 지난 겨울 휴가 때도 기회가 있었지만, 일부러 이날로 수술을 잡았다. 명절 때마다 마주쳐야 하는 부모와 친척을 피하기 위해서다. 수술 후 눈을 가리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핑계로 아예 고향에 내려가지 않을 생각이다. 강씨는 "지난 추석 때 '그런 작은 회사 다니려 대학 다녔느냐' '언제 대기업으로 이직할 거냐'고 묻는 친척들 때문에 고생했다"며 "다음 명절 때도 어떻게든 핑계를 대고 친척 집에 안 갈 생각"이라고 했다.

명절에 아들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엄마 친구 아들!

명절에 오히려 가족들을 피하는 '버그아웃족(Bug-out族)'
흩어졌던 가족들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명절에 오히려 가족들을 피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선물 준비와 집안일, 웃어른의 참견과 훈계에서 오는 '명절 스트레스' 등을 피해 도망치는 일명 '명절 버그아웃족(Bug-out族)'이다. 버그아웃은 전쟁이나 재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탈출하는 걸 말한다.

이들에겐 단기 아르바이트도 피난처 중 하나이다. 한 아르바이트 포털이 회원 1,2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4%가 설 연휴에 아르바이트를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이들 중 10.3%는 '친척과 학업, 취업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피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일종의 '피신용 알바'인 셈이다.

알바하고… 해외여행 떠나
결혼은? 취직은? 잔소리 싫어

설 연휴 기간에 한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 신 모 씨는 "작년 하반기 기업 공채 때 취업에 실패해 친척들 볼 낯이 없어졌다"며 "스트레스를 받느니 아예 안 보는 게 낫다"고 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적잖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이 모 씨는 설 연휴를 맞아 고향 가는 기차표 대신 베트남행 항공권을 끊었다. 며칠 전 '이번 설에는 남자 친구를 집에 데려올 거냐'는 어머니 전화를 받고서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이씨는 "고향 집을 갈 때마다 결혼 문제로 시달리는 데 지쳤다"고 했다. 이런 '도피성' 해외 여행객이 늘면서, 이번 설 연휴 동안에도 해외 출국자 수치는 늘어날 전망이다.

취업 준비생을 위한 '대피소'까지 등장
부모나 친지와 마주치는 게 오히려 괴로운 취업 준비생을 위한 '대피소'도 등장했다. 작년 한 외국어학원에서는 설 연휴 기간에 전국 8개 지점(支店)에 '명절대피소'라는 이름의 공간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대형 강의실과 스터디룸, 자습실 등을 취업 준비생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행사다. 학원 관계자는 "명절 동안 가족·친지들의 잔소리를 피해 보낼 수 있는 일종의 피난처"라고 했다.

'명절 대피소' 찾는 靑春들, 카페로 학교로 학원으로
직업·돈 없어 귀성 포기한 20대 '미생'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자녀의 학원강사에 전화해
"정상수업 해달라"
직장인은 당직 근무 자원하기도

※ 며느리들의 명절 스트레스 피해가는 법
설 연휴를 앞두고 입시학원들이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학원가는 원래 명절 연휴기간에 맞춰 사나흘씩 휴강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명절 스트레스'를 피해 자녀들을 '설 특강'에 등록시키려는 학부모들이 학원으로 밀려들고 있다고 한다.

대치동에 사는 주부 심모(45)씨는 지난 1월 17일 고등학생 외동아들의 설 특강을 등록한 뒤 경남 김해에 있는 시댁에 전화를 걸었다. 심씨는 "연휴 동안 서울에 남아 특강을 듣는 아들 뒷바라지를 하겠다"며 시어머니의 허락을 받아냈다. 그는 "아들이 설 동안 풀어질 걱정도 없고 나도 애 밥 차려준다는 핑계로 집에 남아 있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했다. 3일 특강을 듣는 데 40만 원을 썼지만 심씨는 "명절증후군을 피하는 비용으로는 싼 편"이라고 했다.

또, 시댁에 가지 않으려고 당직 근무를 자원하는 며느리들도 늘고 있다. 시댁 식구들 눈치 보는 명절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데다, 상사가 출근하지 않는 빈 사무실에서 쉬엄쉬엄 일하며 짭짤한 수당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당직을 못 맡으면 대신 남편이 일하게 하기도 한다.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하는 진모(여·33)씨는 교대 근무를 하는 경찰 남편에게 설날 당일에 일하도록 당직 표를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진씨는 "시댁이 전남 강진이어서 거리도 먼 데다, 연휴 내내 음식 준비해서 상 차리고 설거지하면 진이 다 빠진다"고 했다.

어머님, 애 학원 '설 특강' 때문에 못 가요
아버님, 회사 당직 서느라 못 내려가요

'나홀로 명절族'을 위한 특별한 연휴 만들기

2016년, 우리나라 '싱글족(1인 가구)'이 사상 처음으로 500만 가구를 돌파한다. 이런 풍조 속에서 명절에도 저마다의 다양한 이유로 귀성을 일찌감치 포기했거나 혼자 시간을 보내려는 '나홀로 명절족'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을 위한 연휴 즐기기 방법이 있다.

'잘 먹어라'
명절 음식이 아니더라도, 잘 먹는 방법은 있다.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제대로 갖춰 먹고 싶기는 하지만 툭하면 남는 음식 때문에 골치인 싱글족에겐 맞춤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바로 식재료를 사놓거나 배달시켜서 해먹는 것. 조금만 찾아보면 싱글족에게 알맞는 편리한 서비스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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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라'
명절 연휴를 빌어 해외 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올해도 설연휴를 앞두고 여행 상품 판매가 증가했다. 특히 이번 연휴는 주말과 겹쳐 길지 않은 만큼 제주도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가까운 여행 상품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 이 기회에 멀든 가깝든 혼자 떠나는 여행을 즐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꼭 해외 여행이 아니더라도 잠깐의 여유라도 혼자 즐기고 싶은 '싱글족'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자신감은 필수, 연휴가 임박해서 이래저래 계획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버리자. 모두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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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챙겨라'
크든 작든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고, 장소는 야외활동뿐이 아닌 집안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고의 확률에 비해 구급상자 등을 갖춰놓고 있는 가정은 드물다. 하물며 싱글이라면 구급상자를 구입해놓는 일은 더욱 드물 것이다. 연휴에 혼자 보내는 것도 서러운데, 아파서 끙끙대며 혼자 식은땀을 흘리며 누워있는 것보다 더 서러운 것은 없다. 혼자 사는 싱글이라면 응급 상비약 구비는 그야말로 필수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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