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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을 초일류로 만든 이 제도, 전세계 5500명을…

Marine Kim 2017. 2. 1. 16:57

경제포커스] 反세계화 시대 생존법

  • 송의달 조선비즈 대표
영국의 브랜드 평가 기관인 '브랜드파이낸스'는 작년 3월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832억달러(약 97조원)로 평가하고 애플, 구글에 이은 세계 3위라고 밝혔다. 다른 글로벌 전문 회사인 '인터브랜드'는 5년 연속 삼성을 '세계 톱 10' 브랜드로 꼽았다. 지난해 이 회사가 매긴 세계 최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비(非)미국 기업은 도요타, 삼성, 메르세데스 벤츠 3개뿐이었다. 1996년 100만 대 남짓하던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판매량은 지난해 4억 대를 넘었고 같은 기간 연간 총매출액은 15조원에서 201조원으로 불었다. 20년 새 각각 400배, 13배에 이르는 폭풍 성장이다.

'삼성 웨이(SAMSUNG WAY)'의 저자인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 그 비결로 오너와 전문 경영인의 조화, 위기의식에 기반한 제일주의(第一主義), 스피드 경영 등을 꼽는다. SKY(서울·고려·연세대) 같은 학벌을 배제한 성과주의 채용과 국내외 핵심 인재 영입에 매진하는 인사 관리도 요인이다. 특히 글로벌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인 견인차로는 1991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지역 전문가' 제도를 빼놓을 수 없다. 업무에서 완전 해방된 자유방임형 1인 연수(1년)로 한 사람당 1억5000만원(연봉 제외)까지 비용을 회사가 전액 지원한다.

12주간의 합숙 훈련을 거쳐 나가는 이들은 현지 언어는 기본이고 문화·법규·인맥 등을 완벽하게 숙지한 최고의 '현장 전문가'가 될 것을 요구받는다. 삼성 관계자는 "1조원 넘게 들여 5500여 명의 지역 전문가를 배출했다"며 "동남아와 아프리카 오지 등에서 혼자 1000억원이 넘는 연 매출을 올리는 주재원 상당수가 지역 전문가 출신"이라고 말했다. 풍부한 현지 정보 획득과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요긴한 글로벌화의 첨병인 셈이다.

/조선일보 DB
돌이켜 보면 삼성이 '신경영'과 '지역 전문가' 제도를 도입한 1990년대 초반 상황은 2017년 못지않게 힘들었다. 잦은 노사 분규와 인건비 상승으로 국내는 생산 기지 매력을 잃고 있었고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겸비한 일본 기업의 공세는 하늘을 찔렀다. 글로벌 일류 반열에 오른 한국 기업은 전무했다.

여기서 삼성이 국내 1위에 안주하지 않고 강력한 내부 혁신과 '더 깊숙한 세계화'로 응전(應戰)해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는 사실은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컨대 중국 내수 시장 공략 기업이라면 이제부터라도 '중국' 전문가뿐 아니라 랴오닝·쓰촨·우한·광저우 등 성(省)·시(市) 전문가를 키워 현지 인맥과 사업·정보력을 고도화해야 한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31개 글로벌 메가시티 진출 촉진을 위해 정부와 대·중견기업은 세부 시장 정보와 인맥을 적극 공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 같은 반(反)세계화 기류에 주눅 들지 않고 인력과 상품·서비스·조 직을 더 치열하게 세계로 내보내고 국내로도 받아들여야 한다. 1969년 창립 후 30여 년 세계 무대에서 이삼류이던 삼성전자가 15년여 만에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수직 상승하리라고 어느 경영학자나 공무원이 예견했던가. 이런 성과는 삼성만의 전유물일 수 없다. 임직원과 오너가 합심해 담대하고 치밀하고 끈질기게 분투하는 모든 한국 기업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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