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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에 맛 좋은 불고기와 육회까지

Marine Kim 2017. 3. 9. 07:52

저렴한 가격에 맛 좋은 불고기와 육회까지

    • 입력 : 2017.03.08 08:00

    [서민식당 발굴기]
    인천 만수동 <경성불고기>

    손님도 주인도 사회도 만족스런 메뉴, 불고기

    외식업 컨설팅의 1차적인 목표는 당연히 식당의 경영 정상화다. 그러나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게 된다. 최신 외식업 트렌드나 고객의 니즈는 물론이고 사회 수준의 공익을 염두에 두기도 한다. 즉, 단순히 식당의 이익뿐만 아니라 고객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까지 동시에 충족시키는 조치와 노력이 필요하다. 고객과 사회에도 이로우면서 해당 식당도 발전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내고 실행해야 진짜 오래 가는 대박 식당이 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불고기는 이런 조건에 잘 부합하는 메뉴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불고기는 고객, 사회, 식당에게 두루 이익을 돌려준다. 고객은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고, 한우 저지방 부위 적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비교적 낮은 원가와 간단한 조리법으로 훌륭한 틈새 메뉴가 되어준다.

    불고기의 이런 장점들에 매료되다 보니 필자는 어느새 불고기 예찬론자가 되었다. 틈만 나면 직원들을 데리고 괜찮은 불고기를 경험하게 해주고는 한다. 인천의 <경성불고기> 한우불고기도 내가 높이 평가하는 불고기 가운데 하나다. 젊은 직원 두 명과 함께 업무차 인천에 간 김에 마침 점심때가 되어 식사도 할 겸 이 집에 들렀다.

    안으로 들어서니 아직 이른 시간인데 벌써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주부들이 모임을 갖고 있었다. 음식 수준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이런 식당은 실속을 중시하는 젊은 주부들에게 역시 구미가 당기는 곳이다. 우리는 한우생불고기(150g 1만4000원) 2인분과 육회 한 접시(180g 2만원)를 주문했다.

    신선한 원육의 불고기에 푸짐한 요리들

    불고기는 원육이 중요하다. 이 집은 한우 목심을 쓴다. 회전율이 높은 데다 원육을 소량으로 자주 들여와 고기 신선도가 높다. 원육의 질은 고기가 식으면 알 수 있다. 고기가 식었음에도 잡내가 없고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 괜찮은 원육으로 조리한 고기다. 이 집 불고기가 그렇다.

    고기 원육과 함께 양념도 불고기 맛을 좌우한다. 한우생불고기는 즉석에서 간장을 주축으로 각종 양념을 한다. 간장양념은 당기는 맛이 난다. 불고기 맛에 사람들이 중독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점심시간에 한우생불고기를 시키면 공깃밥을 무료로 준다. 이를테면 점심에 먹는 불고기는 밥반찬인 셈이다.

    그렇지만 이 집 불고기는 왠지 소주와 먹어도 잘 어울린다. 다른 직원에게 운전을 부탁하고 소주 한 병을 추가 주문했다. 함께 주문했던 육회 역시 훌륭한 안줏감이어서 이래저래 소주의 유혹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양념을 끝낸 불고기에 각종 버섯과 파채 양파 등을 넣고 항아리 뚜껑처럼 생긴 도자기에 불고기를 익혔다. 서울식불고기지만 국물은 그렇게 많지 않다. 서서히 고기가 익어가자 맛있는 냄새가 퍼졌다. 아침을 안 먹었다는 젊은 직원이 침을 삼켰다.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다른 음식들을 애피타이저 삼아 먹었다.

    내가 이 집에서 맘에 드는 게 불고기뿐만이 아니다. 기본 상차림이 무척 알차고 푸짐하다. 단호박 샐러드와 각종 채소로 만든 샐러드는 맛도 좋지만 우리 같은 중년들에겐 몸에 아주 좋을 건강음식이다. 생선살, 고구마, 김말이 등 몇 가지 재료를 튀겨낸 고소한 튀김도 샐러드와 함께 담음새가 정갈해 식사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김치에 콩나물과 두부를 넣고 끓인 김치찌개는 국물이 얼큰하다. 고기와도 잘 어울리고 밥 먹는데 큰 도움을 준다. 김치를 곱게 갈아 부쳐낸 김치전은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한식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잡채는 손님들이 대개 손도 안 대지만 이 집 잡채는 고급스럽다. 양파와 콩나물, 부추를 넣어 씹으면 아삭하다. 당면 면발도 굵직해 얼핏 중국집 고추잡채를 연상케도 한다.

    이들 전채 요리들을 하나하나 맛봤다. 불고기를 주문하면 나오는 상차림용 음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짓수에서 맛에서 수준에서 나무랄 데가 없다. 튀김이나 찌개 등 요리를 더 먹고 싶으면 추가주문(2000원)해도 된다. 그러나 워낙 음식이 푸짐해 웬만해선 추가주문할 일이 없다.

    불고기와 육회에서 상큼한 폰즈소스의 봄맛이···

    드디어 고기가 다 익었다. 불고기를 찍어먹는 소스를 따로 주는데 유자로 만든 폰즈소스 같았다. 상큼한 유자 향이 고기 맛을 더 돋워준다. 밑간과 양념, 그리고 고기육질 삼박자가 맞아 불고기 맛이 제대로다. 밥에 얹어 먹다가 소주에 불고기를 곁들이니 그 맛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불고기 역시 당면, 떡, 채소, 버섯 등 재료를 추가 주문(2000원)할 수 있다. 국물도 졸아 붙으면 고기 맛이 떨어지므로 육수를 리필해서 부어가면서 먹는다.

    소주가 들어가자 불고기에 이어 한우육회도 안주 삼아 먹었다. 필자는 본래 육회를 즐겨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 집 육회는 잘 먹는다. 역시 신선한 육질과 각종 채소 과일, 그리고 양념 덕분일 것이다. 원육은 한우 1+나 1++ 등급의 우둔살이다. 양상추와 몇 가지 채소를 바닥에 깔고 육회를 놓은 뒤 각종 양념에 배와 오이를 채 썰어 넣었다. 위에는 아몬드와 호두 등 견과류를 올려 마무리했다.

    육회에서도 가끔 상큼한 유자 향이 미약하게 났다. 마치 겨우내 잠든 미각을 일깨우는 새봄의 맛 같았다. 우리는 입맛에 따라 달걀노른자에 찍어 먹기도 하고 채소들에 싸서 집어먹기도 했다. 육회가 남으면 밥을 비벼먹으려고 생각했는데 불행하게도 남는 육회가 없었다. 이 집에서는 양념이 맛있어서 남은 육회에 비벼 먹는 밥도 맛있다.
    지출 내역(3인 기준) 한우생불고기(2인분) 2만8000원 + 육회 한 접시 2만원 + 소주 1병 4000원 = 5만2000원
    <경성불고기> 인천 남동구 장승남로47번길 32-5, 032-461-9392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 CP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