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받았을 개연성 크지만…범행 가담 증거 없어"
노태강 차관 사직 강요는 공범 인정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는 박근혜(65) 전 대통령에 대해 블랙리스트 범죄의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고 27일 밝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이 김 전 실장 등에게 블랙리스트 작성·집행을 지시한 공범으로 판단하고 함께 재판에 넘겼다. 최서원(최순실)씨도 공범으로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의 기소 시점이 달라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이 진행돼왔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한 이유는 2013년 9월 30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발언 때문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국정지표가 문화융성인데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 특히 롯데와 CJ 등 투자자가 협조를 하지 않아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김 전 실장 등이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등에게 지시하면서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김 전 실장·김 전 수석 등과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노 차관과 문체부 1급 공무원 사직 강요 등에도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김 전 실장 등과 공모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법원은 혐의에 따라 다르게 판단했다. 우선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모두 공범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문체부 보고서 내용을 보고받았을 개연성이 크다”면서도 “증거들을 종합하더라도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지시·지휘해 공범으로서의 잭임을 진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했다. 단순히 보고만 받은 것으로는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총 책임자는 김 전 실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 차관이 사직하게 된 데는 박 전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하고 그 지시를 김 전 수석, 김 전 장관이 문체부 공무원에게 하달한 것”이라며 “이후 이행 경과를 보고·승인하면서 실행한 것으로 공범관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지시는 공무원의 신분보장과 직업공무원 제도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지시임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씨의 경우는 달랐다. “최씨가 대통령에게 노 차관의 면직을 요청하거나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의 사직과 관련한 직권남용·강요 혐의에 대해서는 공범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김 전 실장과 김 전 차관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려서다.
재판부는 “국가공무원법 68조는 1급 공무원을 신분보장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사직 요구가 지원배제 명단 적용에 소극적이었던 실장들을 제거하고 문체부 공
이번 판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등의 재판을 심리하고 있는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이 이번 판결 결과를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도 판결문을 분석한 뒤 박 전 대통령 등의 재판에 증거로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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