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늘 배고픈 줄만 알았던 식욕의 비밀
배가 고픈 건 당연히 위가 텅 비었다는 뜻인 줄 알았다. 밥 먹은 지 두 시간 밖에 안 지났는데도 뭔가 먹고 싶을 땐 소화가 빨리 된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건 오해였다. 위에 음식이 그득해도 허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졸리고 목마른 것도 배고픔으로 느껴진단다.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식욕의 비밀을 파헤친다.
Cases of Two W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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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s of appetite -
CASE_1
-위장이 텅 비었을 때만
배고픔을 느끼는 위건강 씨의 하루
오전 7시 30분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침밥을 먹음. 속이 든든해
다른 음식은 안 먹고 미지근한 물만 자주 마심.
오전 10시 입이 심심한 것 같아 비스킷 세 조각
먹음.
오전 12시 20분 점심식사. 식사 후 물 두 모금으로 가볍게 입가심. 커피와 디저트는 먹지
않음.
오후 1시 따끈한 홍차를 마심.
오후 3시 30분
간식으로 바나나 한 개 먹고 우유 한 잔 마심.
오후 6시 저녁식사.
오후
11시 30분 취침.
"매일 배고픔을 느끼는 시각이 비슷하고, 간식이 당기는 시각도 늘 오후 2~3시 정도로
일정해요. 배가 고플 때는 위가 약간 쓰리면서 허기가 지죠."
CASE_2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픈 엄식욕 씨의
하루
오전 7시 30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배고픔을 느낌. 침대 근처에 있던 초콜릿을 먹고 아침밥을
먹음. 뭔가 허전해 냉장고에서 딸기와 오렌지를 꺼냄.
오전 10시 배고프기보다는 입이 심심하고 속이
텅 빈 듯한 느낌이 강함. 과일과 과자를 먹음.
오전 12시 20분
점심식사.
오후 1시 커피 한 잔.
오후 3시 또 입이
심심해 초콜릿 먹음.
오후 4시 30분 속이 허한 느낌이 들어서 라면을 끓여
먹음.
오후 6시 저녁식사.
오후 10시 과자와 음료수
먹음.
오후 11시 취침.
"일을 하거나 책을 읽다가도 뭔가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고픈 건 아닌데 입이 심심한 거죠.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배가 부르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요. 끼니 때와 간식이 당길 때 배고픈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 ▲ 늘 배고픈 줄만 알았던 식욕의 비밀
목마르면 배고프다
물과 음식물은 전혀 다른 것 같은데, 우리 뇌는 목마름을 배고픔으로 착각할 수
있다고 한다. 몸의 70%가 물로 이뤄져 있고, 물이 크게 모자라면 당연히 극심한 갈증을 느낀다. 하지만 1~2% 정도만 부족해서 정상 범위에서
약간 벗어난 상태가 수개월간 지속되면, 여기에 몸이 적응해버린다. 그래서 뇌가 목이 마르다고 신호를 보내지 못하고, 그저 몸에 뭔가 부족하다고만
착각해 음식을 먹으라고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스트레스 받으면 배고프다
스트레스를 계속해서
받으면 자꾸 배고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속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진다. 코르티솔은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힘을
약화시킨다. 밥을 많이 먹어서 렙틴이 "그만 먹어!"라고 명령해도, 몸속 세포들이 이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몸은 그만
먹어야 할 때를 눈치 채지 못하고 계속 배고픔을 느낀다.
나이 들수록 배고프다
안타깝게도 나이가 들수록 배고픔을 쉽게 느낀다고 한다. 뇌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렙틴 호르몬이 뇌에 충분히 작용하지 않거나 더디게 작용해
포만감을 상대적으로 적게 느끼거나 늦게 느낄 수 있다.
가짜 식욕 구분하는 법
식욕이 느껴지는 대로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찌는 것은 시간문제다. 건 강도 망치기
쉽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 해 위장이 텅 비어 우리 몸이 에너지를 요구 하느라 진짜 배고플 때만 음식을 먹어야 한다. 진짜 배고픔은 몇 가지
특징을 동반한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거나 가벼운 현기증과 두통이 느껴지거나 미약하게 속이 쓰린 것이다.
반면 가짜 배고픔은 뜬금없이 갑자기 특정 음식이 먹고 싶어지면서 시작된다. 욕구가 강해지면 생각나는 음식을 먹어야만 마음이 풀린다. 속이 허전하고 공허하며,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꾸 냉장고 를 들락거리며 군것질을 입에 담 는다. 식사한 지 3시간 이내에 허기가 진다.
졸리면 배고프다
배부르고 등이 따뜻하면 졸립다는데, 반대로 졸려도 식욕이 생길 수 있다. 잠을 적게
자면 뇌에서 식욕을 관장하는 편도체가 강력하게 반응해, 칼로리가 높고 자극적인 음식이 당긴다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6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지 못할 경우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이 늘어나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은 감소한다.
섹스가 부족하면 배고프다
성욕을 채워야 하는데, 욕구만큼 행동이 따라주지 않으면 배가 고플 수 있다.
우리 뇌의 시상하부에는 식사, 섹스 등 욕망에 관여하는 포만중추가 있다.
포만중추는 식욕을 누르고 포만감을 느끼게 만드는 CART 단백질과,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NPY 단백질에 의해 조절된다. 포만중추 겉면에는 이런 단백질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있어서 두 단백질 중 더 많이 분비된 쪽이 수용체를 차지한다. 마치 하나의 주차 공간을 두고 두 대의 차가 싸우는 모습과 비슷하다. 그런데 섹스가 부족해서 성욕이 채워지지 않으면 NPY 단백질의 힘이 커져서 포만중추를 차지해버린다. 이렇게 되면 포만중추가 몸에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낸다.
/ 김하윤 헬스조선 기자 khy@chosun.com/ 포토그래퍼 김지아 jkim@chosun.com
/사진 셔터스톡
/ 참고서적 <진짜식욕 가짜식욕> <내몸 다이어트 설명서> <음식중독>
/ 장소협찬 예환
월간헬스조선 4월호에 실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