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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美 명문高 '지저분한 전통'

Marine Kim 2015. 8. 17. 21:35

전통의 美 명문高 '지저분한 전통'

입력 : 2015.08.17 19:42 | 수정 : 2015.08.17 19:46

졸업 전에 남학생이 여후배와 성관계...점수판까지 만들어 경쟁
케리 국무장관, FBI 국장 배출
150년 넘은 세인트 폴 고교
성폭행 신고로 알려지자
미국사회 큰 충격 받아
동문엔 한국 재벌 2,3세 많아

미국 동부 뉴햄프셔주(州) 콩코드에 있는 명문 사립 기숙 고교 세인트 폴에 범죄에 가까운 성(性) 관련 전통이 있는 게 밝혀졌다. 졸업을 앞둔 남학생에게 후배 여학생과 성관계를 갖도록 압박하고, 개인별 성관계 횟수를 기록한 ‘점수판’까지 만들어 경쟁을 조장했다. 15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학교인 데다, 미국의 사회 주도층 인사를 배출한 곳이라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미국 명문 세인트 폴 고등학교.

이런 사실은 지난해 5월 학교 건물 옥상에서 15세 여자 후배를 성폭행한 혐의로 이 학교 졸업생 오언 라브리에(19)가 기소되면서 알려졌다. AP통신이 현지 경찰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라브리에는 교내에 퍼져 있는 이른바 ‘선배 예식’이란 전통 때문에 성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 이전에 남학생은 반드시 후배 여학생과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선배 예식’에 대해 남학생들은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라브리에는 현지 경찰에 진술했다. 남학생들은 개인의 성관계 성공 횟수를 공개하면서 경쟁을 벌였다. 학교 안 세탁기 뒤쪽 벽에 ‘점수판’을 만들어 기록하다 학교 측이 이를 지우자 인터넷 게시물로 대체했다. ‘성관계 경쟁’에 대해 라브리에는 경찰에 “1등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게 사실”이라고까지 말했다.

졸업할 때 교장상을 수상하고, 하버드대 합격까지 한 라브리에가 ‘성관계 경쟁’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학교 내 성 문란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대는 라브리에의 성폭행 사실이 알려지자 입학 허가를 취소했다.

라브리에는 그러나 상대 여학생이 성관계를 원했지만, 마지막 순간 자제력을 발휘해 참았다며 성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검찰은 성 관련 전통에 대한 구체적 증언을 듣기 위해 재학생과 졸업생 등을 증인으로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브리에는 학교 측이 ‘선배 예식’을 다 알면서도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학교 측은 AP통신의 관련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세인트 폴을 졸업한 유명인으로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 로버트 뮐러 전 FBI 국장, 언론 제국을 만들었던 윌리엄 허스트 등이 있고 한국 동문으로는 재벌 2, 3세 등 재계 인사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