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정신

해병대 비운의 날(1973년10월10일) [7]

Marine Kim 2020. 11. 1. 13:19

해병대 비운의 날(19731010) [7]

 

 

"이상한 소문?" 나는 기가 막혔다. 이 이상한 소문은 틀림없이 보안부대장이 아니면 사령관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순간 생각되었다. 그것은 이 두사람이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장군쯤 되면 입이 무거워야하고 사려도 깊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들은 추측컨대 "너 잘 걸렸다"고 속으로 무척 좋아 했을 것이고 그 결과로 아직 확인도 안된 내용을 소문으로 퍼뜨린 것이다. 정말 소갈머리가 없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들에게 이 왜곡된 보안부대의 보고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중에 회의에 늦게 참석한 관리참모부장이 "내가 자세히 알아보니 그 보고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으니 거기에 대한 것은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나의 설명을 중단시켰다. 어떻게 확인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자기도 헌병차감 출신이니 현지부대의 헌병대장을 통해서 확인했을 가능성도 있으나 그렇다면 사전에 이 이상한 소문에 대해서 확인하고 신속히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했기 때문에 사령관이 경솔한 사령관으로, 또 사령관의 입장을 어렵게 만든거나 다름 없이 돼 버린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참모부장들을 위해서도 나의 설명을 끝까지 그 이상한 소문에 대해서 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중단시켰으니 분위기만 어색하게 돼 버렸고 그의 언행은 결국 사령관의 입장만 엎친데 덮친격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때 그는 소장의 계급이었고 다른 참모부장들은 준장의 계급이었다.

 

 

장군쯤 돼면 배짱이 있어야 되는데 그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앗다. 사실 그때 해병대 장군들 중에 내가 보기엔 장군다운 장군은 몇명 안되었었다.그러니 부사령관실에 모인 참모부장들은 나의 설명을 다 듣지도 못하고 아뭇소리도 안하고 돌아갔다. 정말 웃기는 그들이었다. 소문만 듣고 사실을 알려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야기된 문제에 대한 해답에 너무나 무관심했다. 물론 자기 소관업무가 아니여서 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은 해병대의 정책을 논하고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장군들이 아닌가? 과연 이들이 장군인가 하고 나는 속으로 이들을 비웃었다.

 

 

장군이란 뭔가? 별만 달았다 해서 장군이 아니다. 장군이란 그 군의 정책 입안자요 그 정책의 실행자가 아닌가? 때문에 장군은 줏대가 있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그래야 그 군이 올바르고 강하게 육성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나는 아직도 그들에게 계속 설명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할 뿐만 아니라 그런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나고 있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나는 이번 일로 지구보안대장을 허위보고에 대한 책임을 부대로 귀대 후 단단히 추궁할 것을 결심했다. 이들을 범무감실에 허위보고에 의한 중상으로 고발하여 이들에 대해서 "군사 재판"을 통하여 이들의 본연의 업무로부터 변질되어 가고있는, 부대의 단결을 와해시키는 그릇된 버릇을 우선 그 우두머리부터 단단히 뜯어 고처 놓을 생각이었다.

 

 

만일 그렇게 되었으면 해병대도 꽤 시끄러워졌을 것이다. 해병대, 아니 국군 창설 이래 처음 있는 사례가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정의 실천의 차원에서 생각했었다. 그러나 다음 날 "해병대의 해체"에 관한 해병대 사령관의 특별 담화문으로 인하여 이들을 그대로 두었다. 그것은 이들은 단지 불쌍한 하수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목표는 그들의 우두머리인 보안부대장이었다. 나는 평소에도 지구보안대장의 성 만을 알고 이름은 알려고 하지도 않고 모르고 지냈다.

 

 

이런 봉급의 지연지급 사실을 나의 저서(노 해병의 어제와 오늘. 5892002815일 출판)를 통해 알게된 나의 후배장교들이 도서부대에서 종종 봉급지급이 늦은 사례들이 있었는데 그때 마다 기상 관계로 수송선편이 늦어서 지연되었다고 당시의 재무관들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 하여 부사령관실에서 나오는데 복도에 아까 만난 헌병차감이 있었다. "도서부대의 경리사고 조사를 중지하라는 사령관 지시를 받았습니다."라고 나에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사령관이 조사지시를 하고 5분도 안 돼서 취소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리다.

 

 

과연 사령관은 누구의 소리를 듣고 조사지시를 했고 또 누구의 이야기를 듣고 조사중단을 시켰는지 알 수 없으나 내가 부사령관실에서 참모부장들에게 이야기하는 동안에 조사를 중지시킨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나의 설명을 듣지도 않고 조사를 중지시켰을까 하는 것이 그때 내가 갖고 있던 의문이었다.

 

 

추측컨대 사령관과 관리참모부장은 이미 이 왜곡된 소문의 진위 여부를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니 이들은 나의 설명을 듣지않고도 그것이 아니다라 했고 또 조사를 중지 시킨 것이다. 그것은 관리참모부장이 부사령관실에서 참모부장들에게 그 소문이 왜곡된 내용이었다는 사실을 내가 설명하고 있을 때 들어 왔었는데 그 때 사령관실에 들린 후에 부사령관실에 온 것 같았다. 그렇다면 왜 사령관이 조사지시를 했을까? 정말 심중치 못한 사령관의 처사였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이것은 그의 측근 참모의 농간에 사령관의 판단력이 흐려진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사실 보안부대의 왜곡된 일방적인 보고에 사령관이 놀아나고 있는 거나 다름이 없지 않는가?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일 매사가 이렇게 돌아간다면 해병대를 위해서 정말 어처구니 없고, 한심하고, 또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유능한 참모

 

유능한 참모는 지휘관에게 업무보고를 할 때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참모로서의 판단내용을 정확하고도 공정하게 보고를 하여야 지휘관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데 이 보안부대장은 자기의 일방적인 선입감에 의한, 무슨 선입감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자기 생각만을 이야기했으니 그런 내용을 듣는 지휘관은 헷갈릴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니 조사지시를 했다 몇분도 안되어 그 지시를 취소하게 된 것이 아닌가? 그런 참모가 어찌 다음 날에 일어날 엄청난 해병대 해체를 예측이나 할 수 있었을까? 특히 보안부대장의 입장에서! 해병대를 위해서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뿐만 아니다. 그에게는 인성면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그때 부터 10여 년이 지난 어느날 내가 섬기고있는 교회에 그가 초빙강사로 왔었는데 그때 그는 장로교회의 장로였다. 그때 우리 교회의 담임 목사는 같은 해병대 출신이기 때문에 "이근식 이라는 분을 알고 계십니까?"하고 대담 중에 물었더니 "그 자식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하고 묻기에 담임 목사가 "우리 교회에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더니 "미안합니다."라는 대답을 듣고 "어떻게 장로라는 분이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까?"하는 담임 목사의 의아해하는 표정을 보고 나는 나의 얼굴이 뜨거워짐을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일이 있었다.

 

 

그때 만일 그런 사실을 내가 진작 알았으면 비록 교회안 이라도 나는 그 자를 그대로 두지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그는 나의 후배였고 나는 그와의 어떤 개인적인 교분같은 것은 군 복무시절에 전혀 없었기 때문이며 또한 군에서는 계급보다 출신기수를 더욱 중요시 하기 때문이다. 그의 말투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그렇게 말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것은 완전히 선배를 얕잡아 보고 하는 소리가 아닌가? 그는 아직도 자기가 보안부대장이라고 착각하고 있지 않았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런 그를 나는 그대로는 둘수 없었다.

 

 

그때 사령관은 도서부대장이 사령부 지휘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도서부대장인 나에게 문의하고 확인했어야 했다. 그런데 사령관은 그렇게 안했거나 못 했다. 왜 그랬을까? 사령관은 나에 대해서 알고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을 것이고 나도 한국전쟁 때 내가 연대 작전보좌관(중위)할 때 지금의 사령관이 제3대대 작전장교(대위)였다는 사실 이외는 알고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나도 알 수 없는 일이나 실은 사령관은 내가 전임 사령관의 중임운동을 했다는 얼토당토한 선입견을 갖고 있엇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나는 생각됐다.

 

 

20회까지 계속

 

*출처 : 해병대 해체: 해병대 비운의 날(19731010) by oldmarine

2007/11/16 00:17

해병대 해체(1973.10

marinekslee.egloos.com/8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