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story
해병대 비운의 날(1973년10월10일) [6]
장군쯤 되면 비록 내가 타군 장교라 할지라도 이 정도의 관심과 아량은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하고 나는 놀라면서도 역시 대육군이라 다르구나 하고 나는 그 육군 장군을 보면서 부럽게 생각했다. "나도 이왕이면 육군으로 갈걸"하고 순간 생각하기도 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해병대 장군은 어떤가?
그때까지만 해도 해병대에서는 이런 특수전 분야에 대해서는, 내가 특수전과정을 마치고 해병대 예하부대를 순회하면서 교육(Counter Guerilla Operation)했으나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결국 나는 해병대의 필요에 의해서 군사유학을 다녀온 것이 아니라 해병대에 배정된 Quota 때문에, 그 Quota를 계속 유지하기 위하여 부랴부랴 군사유학을 다녀온 셈이 되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는 외국의 문화와 지식의 획득으로 도움은 되겠지만 국가, 군사예산의 낭비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이때만 해도 해병대의 도미유학장교들에 대한 내부기류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들을 적소에 배치하여 활용하기 보다 오히려 질시의 눈으로 보고 있었고 심지어 이단시 할 정도였다. 이것은 도미 유학장교들의 공통적으로 갖고 있던 그 당시의 느낌이었다.
5. 재무장교의 직무유기
어느 날(공휴일) 나는 부대장실에서 비서실 근무 해병에게 "봉급을 탔을 터인데 어디에 쓸 건가?"하고 지나가는 말로 물었는데 그 해병은 의외의 대답을 했다. "봉급을 아직 못 탔습니다."하는 것이아닌가? 봉급 지급일은 이미 며칠 지났는데 아직 못 탔다니 나는 깜짝 놀랐다. 본부중대장을 불러 문의했으나 같은 대답이었다.
나는 즉시 재무장교를 불렀다. "어떻게 된거야?" 하고 추궁했더니 그의 대답은 아주 엉뚱했다. "부대의 부식납픔 업자에게 빌려 준 돈을 아직 받지 못해서 일부 대원에게는 급여가 지급 못 되었습니다." 하고 천연스럽게 얼굴색 하나 변하지않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부식 납품업자는 부대 자금으로 부식을 납품하고 있었던 것이다.
재무관은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으며 재무장교 사이에 인계 인수사항으로 돼 있었다는 놀라운 이야기도 했다. 어느 나라에 이런 엉터리 군대가 있는가 하고 나는 몹시 격분 했다. 나는 즉시 헌병대장(김도삼 대위)을 시켜 재무관실 금고를 봉인하고 폐쇄시켜 버렸다. 그리고 3개월 이내에 전액(2백만원)을 변상할 것을 재무관이 헌병대장 앞에서 약속하게 하고 일을 마무리 하려했다. 그때 대령 봉급은 120.000원였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전혀 그 동안 뿐만 아니라 몇년 동안이나 모르고 있던 지구보안대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알 수 없으나 이들은 엉뚱하게 왜곡하여 "부대장이 재무관에게 용돈 가져오라 했는데 안가져가니 부대장이 화가 나서 금고를 폐쇄시켰다"라고 상식이하의 엉뚱한 내용으로 변질시켜 해병대 사령부(보안부대 본부)에 보고 했다. 물론 사령관에게도 같은 내용으로 보고 되었을 것은 당연했다.
이런 상식이하의 보고를 한 지구보안대장이나 그런 보고를 받고 확인도 분석도 하지않고 막 바로 사령관에게 보고한 보안부대장이나 다 똑같은 한 통속으로 나는 생각했다. 그들은 속으로 "너 잘 걸렸구나"하고 쾌재를 불렀을 것은 틀린 없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이런 보안부대의 내부보고 내용을 그 당시에는 알고 있을리 없었다. 이런 사실은 7월초에 있었던 사령부 지휘관 회의에 참석차 해병대 사령부에 갔을 때 알게되었다.
보안부대의 실체
이런 실례를 통해서 부대 지휘관들이 특별히 명심하고 있어야 할 사항은 보안부대에서 무엇이건, 특정인이나 어떤 사안에 대하여 멋대로 조작하거나 왜곡해서 상급 지휘관에게 허위보고를 해도 당하는 당사자는 영문도 모르고, 또 이유나 원인도 알지못하고 매도당하거나 기피 인물이 돼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나에게 있어서 이런 사실은 꿈에도 상상못하는 놀랍고, 치사하고, 또 더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군내부에 이런 엉뚱한 불의한 음모나 다름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계획적인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내부 분열을 획책하는 음모나 다름이 없다. 이런 것은 비밀경찰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아닌가? 우리는 그런 사건들을 종 종 들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있다가 사령부에서 지구보안대의 조작된 보고내용을 알게되었으니 도대체 무슨 놈의 군대가 이런 것이 있나 하고 혼자 무척 분개했다. 이런 지구보안대의 무책임한 일방적인 왜곡된 내부보고 내용을 내가 그때 알고 있을리 없었다. 도대체 보안대가 할 일이 무엇인지 나는 묻고 싶다.
며칠 지나서 부사령관인 이봉출 장군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 대령 국방부로 발령 내 줄까?" 나는 이 갑작스러운 질문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왜 그러십니까?. 여기 온지 5개월 밖에 안 됐는데요" 라고 나는 되물었다. 부사령관은 오히려 "부대에 별일 없어?"하고 동문 서답으로 물었다. "부대는 별일 없이 진지 보강 작업을 전 부대원들이 하나가 되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로 우리의 대화는 끝났다. 부사령관으로부터의 이상한 수수께끼 같았던 전화내용은 그때부터 얼마 후에 있었던 해병대 사령부 지휘관 회의(7월 초) 직전에 풀렸다.
사령부 지휘관 회의 당일 나는 사령부 복도에서 헌병차감을 만났는데 사령관 지시로 도서부대 경리사고 조사차 곧 백령도로 간다는 이야기었다. 나는 "그게 무슨 소리요?"하고 물었다. 헌병차감은 자기도 자세한 내용은 모르는데 가 봐야 알게 될 것 같다고 말 했다. 해당 부대의 지휘관도 모르고 있는 사안을 현지에 가서 조사한다 하니 이는 마치 무슨 비밀경찰을 연상케 했다.
이때 이들은 도서부대 헌병대장에게 먼저 전화로 사실 내용을 확인 했어야 했다. 나는 이런 사태를 예측하고 헌병 대장앞에서 재무관이 그 금액을 변상하도록 약속하게 한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그런 절차를 무시하고 어떤 목적의식으로 부대장의 행위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단하고 사령관은 우선 헌병차감을 시켜서 조사를 지시한 것이다.
나는 부대장도 모르는 일인데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부사령관실로 들어 섰는데 "이 대령 뭐 재무관에게 용돈 가져오라 했는데 안가져와서 금고를 폐쇄했다면서?" 하고 웃으면서 부사령관이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무슨 뜻인지 몰라서 였다. 도대체 아무리 무능한 머리가 빈 지휘관이라도 이런 바보같은 짓은 할 리가 없는데 그렇게 보고하고 소문까지 냈으니 나는 이들의 속셈을 완전히 알 수 있엇다.
그 순간 나는 얼마 전의 부사령관과의 수수께끼 같았던 통화내용이 생각났다. 그것이 이거 였구나 하고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부사령관의 질문을 듣고 이거 보안대에서 계획적으로 나를 골탕먹이려고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구나 하는 내가 그 동안 겪은 일을 통하여 이미 알고 있던 내용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령관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는 나로서 나의 언행에 각별히 신경을 썼는데 지난 몇개월 동안의 나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 역시 그래서 였구나 하고 나는 다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그 배후에 대해서 분노마저 느꼈다.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색은 전혀 않했다. 나는 단지 그들과 공개적으로 문제가 야기되면 조치하거나 처리할 심산이었다.
똥은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지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잖는가? 그래도 안되면 그 똥을 치워 없앨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나는 그 경위에 대해서 부사령관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나의 설명을 듣고 있던 부사령관은 신이 난 듯 보였다. "그러면 참모부장들을 집합시키겠으니 그들에게 해명 해" 하고 말하면서 즉시 일반 참모부장들을 부사령관실에 집합시켰다. 그리고 참모부장들에게 "자 여기에 도서부대장이 왔으니 사령부내에서 돌고있는 이상한 소문에 대해서 들어 봐"하고 말했다.
20회까지 계속
*출처 : 해병대 해체: 해병대 비운의 날(1973년10월10일) by oldmarine
2007/11/16 00:17
해병대 해체(197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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