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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로 16억, 네티즌 "세금 한푼 안내고" 황제구걸 논란

Marine Kim 2015. 10. 5. 18:35

구걸로 16억, 네티즌 "세금 한푼 안내고" 황제구걸 논란

입력 : 2015.10.05 16:39 | 수정 : 2015.10.05 17:00

평생 구걸로 16억원을 모았다는 시각장애인 부부 이야기가 화제가 되면서 이른바 ‘황제 구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끼니를 때우려는 목적이 아니라 행인들의 연민(憐憫)을 돈벌이에 악용하는 게 과연 정당하냐는 것이다. 특히 평범한 서민들조차 모으기 어려운 거액을 세금 한푼 내지 않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재판장 권태형)는 1급 시각장애인 아내 A씨(61)가 남편 B씨(68)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에서 “남편 B씨는 아내 A씨에게 재산분할금 7억 9600만원과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황제 구걸’ 논란이 벌어졌다. 남편 B씨는 5년전 현금 12억 5000만원을 챙겨 집을 나갔고, 수중에 돈이 없던 아내 A씨가 이혼과 함께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구걸에는 4남3녀 자녀들까지 동원됐고, 남편은 구걸을 거부하는 아내와 자녀들에게 폭력까지 일삼았다.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구걸에 동원하기 어려워지자 남편은 전 재산을 들고 잠적해버렸다. 이들 부부는 30년간 구걸로 15억 9200만원의 재산을 모았다. 여기에는 서울에 7억원대의 아파트도 포함됐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아내 A씨의 딱한 처지에 대한 동정 여론도 나왔지만 A씨 부부를 비롯해 구걸로 편하게 먹고 사는 일부 노숙자들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ki**’ 아이디 사용자는 “일반 서민들도 수도권에 집 한채 마련하기도 어려운데 구걸로 16억을 모았다니 대단하다”며 “일하고 세금을 내는 게 맞는 게 아니냐”고 했다. 아이디 ‘sd**’는 “생활비를 제외하고 매년 5000만원 넘게 저축해야 가능한 돈 인데 이런 직업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7억짜리 집에 살면서 구걸을 한다니 놀랍다”(아이디 ‘CC**’)는 의견도 있었다.
한 노숙자가 돈이 든 상자 뒤에 둔 스마트폰을 보는 모습(좌), '나는 투명인간입니다'라는 팻말을 옆에 둔 노숙인의 모습(우)/인터넷 사이트 웃긴대학 화면 캡처
구걸에 나서는 노숙자들에 대한 의심도 커졌다. 한 네티즌은 지난 3일 ‘황제 구걸’이 의심되는 노숙자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이 글의 제목은 ‘요즘 구걸 클라스’였다. 사진 속 노숙자는 1000원짜리 지폐가 몇 장 담긴 작은 종이상자를 앞에 두고 계단에서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점퍼를 머리까지 올려 입은 그는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이었다. 누가봐도 지하철 입구 계단에서 구걸하는 노숙자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종이박스 뒤쪽에 놓여있는 스마트폰이 문제가 됐다. 쪼그려 앉아 구걸하는 남성의 고개가 향한 곳은 돈이 든 종이상자 뒤편 바닥이었고, 행인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그곳에 스마트폰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해피**’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휴대전화 할부금 낼 돈은 있나 보다”며 비꼬았다. 스마트폰 아래에 놓인 선글라스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시각장애인 가운데 선글라스를 끼고 돈을 모금하는 이들도 있는데, 사진속 노숙자가 이런 시각장애인 ‘행세’까지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인터넷에 떠돌던 노숙자 구걸 사진도 다시 화제가 됐다. 해당 사진에는 허름한 옷차림을 한 사람이 돈이 든 플라스틱 바구니를 가랑이 사이에 끼고 앉아있다. ‘나는 투명인간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나무 판자도 옆에 놓여있다. 진짜 사람인지 아니면 옷만 입혀놓은 마네킹인지는 알 수 없지만, 네티즌들은 ‘이제는 구걸도 사업인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황제 구걸’은 지난해 9월 중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중국 베이징에서 구걸해 온 70대 할아버지가 2층 짜리 집을 가지고 있고, 매달 가족들에게 200만원 가까운 돈을 송금해 온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다만 노숙자들에 대한 동정 여론도 나온다. 아이디 ‘eg**’는 “이런 일 때문에 다른 시각장애인이나 노숙자들에 대한 편견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ha**’는 “정말로 일할 곳이 없어 어쩔수 없이 노숙과 구걸을 선택한 사람들도 많다”며 “제도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