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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할당량에 폭행까지... 지옥같은 '가출팸' 실상

Marine Kim 2015. 12. 2. 18:21

입력 : 2015.12.02 14:21 | 수정 : 2015.12.02 14:43

/조선DB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김우수)는 지난달 가출한 여자 청소년을 모아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21)씨에게 징역 7년에 추징금 2580만원을 선고했다. 박씨와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20)씨에게는 징역 5년에 추징금 168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이 운영한 성매매 ‘가출팸’은 폭력이 되풀이되면서, 피해자가 다른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지옥’이었다. ‘가출’과 ‘패밀리(family)’를 합성한 가출팸은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집단을 말한다.

◇가출 여고생들 협박해 ‘성매매 조직’에 끌어들여

갓 성인이 된 박씨는 여고생을 데리고 성매매를 하다가 올해 1월 한 살 어린 김씨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김씨는 초등학교 동창인 A(여·20)씨에게 성매매를 하자고 권유했다. 박씨와 김씨는 A씨와 여자 청소년 한 명을 더 데리고 성매매를 하면서 수익을 절반씩 나눴다.

이들은 가출한 청소년을 더 끌어들여 조직을 확대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스마트폰 채팅앱을 이용해 성매수남으로 위장, ‘조건 만남’으로 성매매를 하는 청소년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올해 2~3월 가출 청소년들이 모여 사는 대구의 한 모텔을 찾아갔다. 이들은 문신을 보여주며 “비슷한 일을 하는데 너희가 방해하고 있다. 경찰에 같이 가든지 아니면 2000만원을 배상해라. 돈이 없으면 ‘자갈마당(대구의 사창가)’에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청소년들은 돈이 없다고 했고, 이들은 “우리 밑에서 일해라”고 했다. 이들은 같은 방식으로 대구의 다른 모텔에 사는 여자 청소년을 만나 차에 태운 다음, 휴대전화기를 빼앗고 식칼을 보여주며 협박해 자신들의 조직으로 끌어들였다.

박씨 등은 이렇게 모은 여자 청소년과 A씨를 두 팀으로 나눴다. 팀당 2~4명이 배치됐다. 이들은 원룸을 임대해 공동생활을 했다. A씨는 여자 청소년 관리를 맡으면서 성매매도 했다. 박씨 등은 청소년들에게 성인 여성 신분증을 제공하거나,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기를 줬다.

박씨 등은 스마트폰 채팅앱으로 성매매 여성 행세를 하면서 조건을 정해 ‘남자 손님’들과 약속을 잡은 다음, 차로 여자 청소년을 약속 장소에 데려다 줬다. 성매매가 끝나면 다시 숙소로 데리고 왔다. 이들은 성매매 대금 13만원 중 6~7만원을 A씨와 청소년에게 차등 지급했다. 1일 목표량인 4회를 채우지 못하면 부족분을 A씨와 청소년이 부담하게 했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충남 천안, 대구 남구, 광주 서구·광산구, 울산 남구 등지로 옮겨 다니면서 성매매를 했다.

◇되풀이되는 폭력… 성매매 10대 중에 ‘왕따’도 생겨

박씨와 김씨는 평소 여자 청소년을 데리고 다니면서 “도망가도 잡힐 것이 뻔하니 갈 테면 가라. 잡히면 바로 자갈마당에 팔아 버리고, 페이스북에 너희 사진을 찍어 올리겠다” “흥신소에 가면 너희 잡는 것은 금방”이라며 협박했다.

여자 청소년을 관리하는 A씨는 심부름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B양을 엎드리게 한 다음 플라스틱 빗자루로 때렸다. B양이 “그만두고 싶다”고 하자 박씨는 야구방망이로 B양을 때렸다. 또 B양이 2만원을 훔쳤다는 이유로 B양에게 무릎을 꿇게 한 다음 물을 가득 채운 찜통을 들도록 벌을 줬다. 박씨는 B양이 물을 흘리면 불 붙인 담배를 줘 스스로 지지게 했다. 박씨는 A씨와 다른 여자 청소년에게 B양을 잘 감시하라고 했다.

폭력은 여자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되풀이됐다. 여자 청소년들은 B양이 흘린 물을 치워야 하는 것에 화가 나 야구방망이로 B양을 때렸다. B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도를 B양 무릎에 내리찍기도 했다. 달궈진 라이터로 B양의 얼굴과 손을 지지는 청소년도 있었다. B양 입 안에 담뱃재를 털거나, 담배꽁초를 삼키게 하기도 했다.

한 여자 청소년은 B양을 감시하느라 남자친구를 만나지 못한다며, 성병에 걸려 화가 난다며 B양을 때렸다. 가혹 행위로 갈비뼈가 부러진 B양이 성매매할 수 없게 되자, 이들은 B양에게 자신들이 먹다 남은 음식만 줬다.

◇재판부 “성매매 할당량 정하는 등 죄질 매우 무거워”

경찰에 붙잡힌 박씨는 뻔뻔하게 “자수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경찰이 박씨 부모 집을 찾아가자, 박씨가 부모 연락을 받고 경찰관이 있는 곳으로 와 긴급 체포됐다”며 “첫 경찰 조사 때 박씨가 ‘B양의 동의를 받고 성매매를 했으며 때린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을 볼 때 자수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매매 알선 기간이 비교적 길고, 범행의 지역도 광범위하며 수익도 상당하다. 여자 청소년에게 1일당 성매매 할당량을 정했고, 생리나 성병 등 신체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성매매를 시켰다”며 “조직을 나가고 싶다는 B양을 감금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폭행을 하는 등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박씨가 출생 후 곧바로 입양되고 학교 폭력을 당하는 등 성장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점이 일탈 행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에 대해선 “A씨 폭행이 다른 여자 청소년의 폭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A씨 자신도 성매매하는 등 열악한 상황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한편 재판부는 B양에 대한 폭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두 여자 청소년(18)을 “일반 형사 절차를 통한 형벌보다는 소년보호 처분이 건전한 성장과 품행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했다. 소년보호처분이란 만 19세 미만 비행청소년이 잘못을 뉘우치고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가 내리는 처분으로 보호 관찰, 소년보호시설 위탁, 소년원 송치 등이 있다. 소년보호처분을 받으면 일반 형사 처벌과 달리 전과(前科)가 남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