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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표 금리 상승 온다, 안전벨트 꽉 매라방현철 기자

Marine Kim 2021. 5. 25. 22:41

[경제포커스] 바이든표 금리 상승 온다, 안전벨트 꽉 매라

방현철 기자

입력 2021.05.25 03:00

예전처럼 경제 분야를 취재하지만, 17일부터 본사 경제 유튜브 채널인 ‘조선일보 머니’에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란 코너도 맡고 있다. 이 코너에서 24일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를 화상 인터뷰했다. 짐 로저스와 대화에선 “정부를 믿지 말라”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다’ ‘금리 인상은 없다’는 말은 믿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금리 상승 때 살아남는 법을 생각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가 틀릴 수도 있지만, 79세의 노회한 투자자의 말을 듣는 게 좀 더 안전한 투자법일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 위기 탈출 해법을 보면 그의 말이 근거가 없지 않다. 바이든은 1조90000억달러(약 2100조원)에 달하는 ‘수퍼 부양책’, 거기에다 3조5000억달러 가까운 인프라 투자 계획까지 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제로 금리’에 더해 국채 등을 사들여 매달 1200억달러를 시장에 쏟아붓고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쌍끌이’로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을 막으려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지난 4일 “경제가 과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은 어쩌면 의도적이었을 것이다.

조 바이든(왼쪽) 미 대통령이 지난 2월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함께 재계 인사들을 만나 코로나에 대응한 경기부양안을 논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바이든은 이른바 ‘고압 경제(high-pressure economy)’ 전략으로 단숨에 미국 경제를 정상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고압 경제 전략이란 마치 압력솥에 쌀을 끓이면 금방 밥이 되듯이, 경제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지글지글 끓여 빨리 정상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옐런 장관은 연준 의장 시절이던 2016년 이미 ‘고압 경제’의 필요성을 얘기했었다.

그리고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오르면 금리를 빠르게 올릴 것이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 기고에서 “연준이 금리를 연 4.5%까지 올린다 해도 놀라울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 시장 금리는 연 5%가 넘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경제 회복 초기이니 시장이 놀라지 않도록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다’ ‘당장 금리 인상은 없다’는 스토리를 미 정부와 연준 인사들이 되풀이하고 있다. 매달 120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 매입을 줄이는 ‘테이퍼링’부터 먼저 해야 되니 실제 금리 인상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렇다고 한국이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는 아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대비는 하루 이틀에 끝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신규 가계 대출은 70%가 변동 금리다.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가계가 맞을 수 있다. 만약 현재 연 2.8%쯤인 대출 금리가 연 5%를 넘으면, 갚을 돈은 배 가까이 된다. 지금부터 가계의 변동 금리 대출을 고정 금리로 바꿔놓지 않으면, 조만간 ‘악’ 소리가 날 것이다. 거꾸로 미국 가계의 부동산 대출은 79%가 30년 고정 금리, 12%가 15년 고정 금리 대출이다. 미국은 금리를 올려도 가계는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신규 가계 대출은 변동 금리 대출이 70%, 고정 금리 대출이 30%로 이뤄져 있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은 91%가 30년 만기나 15년 만기 고정 금리 대출로 구성돼 있다.

정부 지원과 저금리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들을 구조조정하는 일도 게을리했다가는 금리 상승기에 우르르 기업들이 무너지는 걸 감당하기 어렵다. 풍선 바람을 빼 놓지 않았다가, 아예 터져 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현 정부 경제팀은 이런 문제엔 관심도 없고 대비책을 실행할 능력도 없어 보인다. 현 경제팀엔 시간도 1년 남짓밖에 없다. ‘퍼주기’에나 관심 있는 대선 주자들이 미국 금리 인상에 한국이 휩쓸리지 않을 전략을 갖고 실행할 능력은 있는지 궁금하다. 정부가 못 하면 개인은 안전벨트를 꽉 매고 날아오는 금리 폭탄이 나만 피해 가길 바라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