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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제대로 받는 법

Marine Kim 2021. 5. 30. 22:12

[메디컬 라이브] 건강검진 제대로 받는 법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21.05.27 00:00

 

“그럴리가 없는데, 몇 달 전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어느 날 암 진단을 받은 사람 중에 최근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암이 나왔다고 황망해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암을 조기 발견하려고 기껏 건강검진 했는데, 억울할만하다.

이런 경우 검진 과정서 오진이 있었거나, 검진 항목을 제대로 잡지 못 한 탓이다. 건강검진은 그물로 고기 잡기다. 그물을 촘촘히 하면 질병 징조를 죄다 잡아낼 수 있다. 하지만 과잉 검사가 되어 되려 신체에 해를 줄 수 있다. 전신 암을 찾아낸다며 PET·CT같은 것을 찍으면, 조기 암 발견 효과는 적고, 방사선 과잉 피폭을 받는다. 그렇다고 느슨한 그물을 던지면 큰 물고기도 빠져나갈 수 있다.

전략을 잘 짜야 한다. 가장 흔한 중병이거나 조기 사망을 부르는 질병부터 잡아내야 한다. 암 발생 증가율 1위는 대장암이다. 원칙적으로 대장내시경을 5년마다 받으면 된다. 대장은 길고 꼬불꼬불하여 내시경으로 못 보고 지나가는 부위가 생긴다. 잔변 쪼가리가 암을 가리는 경우도 있다. 이에 한 번의 대장내시경으로 병소를 놓치는 경우가 10~20%라는 연구도 있다.

따라서 대장암 내시경 검진은 숙련된 소화기내과 의사에게 받아야 하며, 설사를 충분히 하여 대장이 잘 비워져 있는 상태에서 받아야 한다.

암 사망률 1위는 폐암이다. 폐암은 일반 흉부엑스레이로는 조기 발견이 어렵다. 방사선 피폭이 적은 저선량 폐CT검진을 해야 한다. 현재 스모커이거나 지금은 담배를 끊었더라도 과거에 25~30년 이상 하루에 담배 한 갑이상 피웠다면 일년에 한 번 저선량 폐암CT를 찍어야 한다.

현재 암 발생 1위는 위암이다. 1년에 한 번 위내시경을 하면 된다. 이때 같이 봐야 할 게 헬리코박터 감염 여부다. 한국인 50대 이상은 거의 60% 감염돼 있고,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양성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췌장암은 생존율이 20% 이하로 무섭다. 흔히 하는 복부 초음파로 조기발견이 어렵다. 췌장암 때문에 복부 CT를 매번 찍으면 방사선 피폭이 너무 많다. 조기 발견을 원한다면 췌장 MRI를 해볼만하다.

 

유방암은 유방촬영술과 초음파를 같이 받으면 진단 정확도가 높아진다. 자경경부암은 1~2년마다 산부인과 검진을 받고, 수년마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를 받으면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간암의 80~90%는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에서 생긴다. 보균자는 아니지만, 지방간이 심하거나, 음주가 잦아 간 상태가 걱정된다면 간경화 정도를 점치는 파이브로(fibro)스캔을 권한다. 고령 남성에게 흔한 전립선암의 경우, 전립선 초음파가 권장되고, 전립선암 항원 수치가 매년 올라가면 전립선 MRI도 추천된다. 뇌암·백혈병 등 나머지 암들은 조기 발견이 어렵다. 복불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암 다음 최대 사망 원인이 심장병이다. 조기 발견해야 할 것은 관상동맥협착증이다. 심장초음파를 하면 기능 상의 문제를 알 수 있지만 관상동맥 CT를 찍으면 동맥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숨어 있는 관상동맥질환으로 돌연사 하는 걸 미리 잡아내고 싶다면, 러닝 머신 위를 뛰면서 심전도를 찍는 스트레스 심전도 검사를 권한다.

심장 다음이 뇌질환이다. 뇌출혈 여부는 미리 알 기 어렵고 뇌혈관이 동맥경화로 좁아져 생기는 뇌경색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 치매나 신경학적 증상이 없는데, 굳이 뇌MRI를 찍지 말고, 뇌혈관 MRI를 촬영하는 게 낫다. 뇌혈관 동맥경화 여부와 기형, 비정상적으로 꽈리처럼 부풀어진 뇌동맥류를 발견할 수 있다. 건강검진 원칙만 잘 지키면, 한국인 암 발생과 조기 사망 원인의 80%를 잡아내 자기 수명보다 이른 죽음을 피할 수 있다. 괜찮은 확률 게임으로, 안 할 이유가 없다.